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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 하이브리드, 죽다 살아난 역작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재판매를 결정했다. 죽다 살아난 셈이다. 다시 등장한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트림, 6인승을 만났다.

기아차의 ‘복코’ 타이어 노즈 그릴은 헤드램프와의 경계를 허물었다. 더 넓어 보인다.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눈을 밝히고 있고 LED 리어램프는 세로로 배치해 유니크한 멋을 냈다. C 필러 부분에 크롬 가니시를 더해 디자인 포인트를 주고 있다.

2열을 좌우 독립 시트로 구성한 6인승 모델이다. 2열 독립 시트는 참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더 여유롭고 훨씬 럭셔리한 맛을 낼 수 있어서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시트는 앞뒤로 슬라이딩해 3열과 공간을 나눌 수 있다. 2열을 가장 앞으로 당겨도 주먹 하나 반이 남는다. 머리 윗공간은 따로 체크할 필요가 없을 정도. 공간이 주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2열 바닥은 센터 터널 없이 평평하다.

3열에 앉은 자세는 좀 어색하다. 무릎을 세워야 한다. 공간은 부족하지 않았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반이 남는다. 2열과 3열 공간을 유용하게 잘 나눴다. 송풍구 USB 포트 컵홀더 등을 3열에 배치해 놓았다. 유배지 같은 3열과는 분명 다르다. 협소한 공간에 형식적으로 만들어놓은 다른 차들의 3열과는 다르다. 실제 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차창을 닫으면 한여름 매미 소리가 저 멀리 사라진다. 인테리어는 견고한 가로 라인을 강조하고 있고 송풍구를 세로로 배치해 대조를 이룬다. 10.25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구성했다.

계기판은 12.3인치 컬러 TFT LCD 슈퍼비전 클러스터로 구성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맞물리는 6단 변속기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로 조절한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10.25인치다. 그 안에 아주 많은 기능을 담고 있다. 동력 흐름, 평균 연비, 연비 정보 그래프 등을 볼 수 있고, 폰 프로젝션,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을 이용해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앞차가 출발해도 차가 가만히 있으면 계기판에 전방 차량 출발 알림이 뜬다. 든든한 것은 오버헤드 콘솔에 있는 SOS 버튼. 어디서든 긴급한 상황에서 이 버튼을 누르면 콜센터와 연결돼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공조 스위치 중에 ‘드라이버 온리’ 모드가 있다. 조수석 뒷좌석 공조장치를 완전히 끄고 운전석으로만 송풍해 주는 것. 효율을 높이려는 방법이다.

불쑥 솟은 변속레버 대신 다이얼을 돌려 변속기를 조작한다. 나무를 베어낸 것처럼 공간 활용성이 높아졌다.

결재 시스템인 기아 페이, 스마트폰으로 차를 살펴볼 수 있는 리모트 360도, 디지털 키 등 IT와 접목한 기술들이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티어링휠은 2.5 회전한다. 덩치에 비해 타이트한 편이다.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4,810×1,900×1,700mm 크기다. 휠베이스는 2,815mm. 이 덩치를 움직이는 스티어링휠은 2.5회전 한다. 크기에 비해선 조금 빠듯한 조향비다.

1.6 가솔린 터보엔진과 모터, 6단 자동변속기로 구성한 파워트레인은 총 230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 180마력, 모터 44kW다. 공차중량 1,79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78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드 주행모드를 각각 준비했다. 에코 스포츠 스마트 3개 주행모드에 더해 스노, 머드, 샌드 등 테리언 모드를 별도로 갖췄다. 하이브리드자동차지만 오프로드에서 터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도 갖춘 셈이다.

출발할 때는 엔진 대신 모터가 조용히 움직인다. 앞바퀴 굴림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뒷바퀴로 가는 구동력이 점증하는 것을 계기판을 통해 볼 수 있다.

밟았던 가속페달을 떼면 관성 주행 상태가 된다. 달리던 탄력으로 무동력주행을 하는 것.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타이어는 235/55R19 사이즈다. 시속 90km.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자글거리는 소리가 어느 정도 올라온다.

노면 굴곡을 따라서 기분 좋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약간의 쿠션감, 편안한 서스펜션 탄성이 노면 굴곡과 함께 전달된다.

주행보조 시스템을 이용한 반자율운전은 수준이 높다. 능숙한 운전자가 편안하게 차를 다루는 느낌이다.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하면서 차선을 벗어나는 일도 없다. 현대기아차의 주행 지원 시스템은 여전히 탁월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도로에서는 수입차에 견줘도 최고 수준이다.

고속주행에서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안정감이 살아난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흔들림은 덜하고 조금 더 빠른 속도까지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아주 강한 힘은 아니다. 고속주행에 이르면 가속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스포츠 모드는 에코 모드보다 조금 더 반응이 빠른 정도다. 다이내믹한 힘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이브리드차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에코 모드에선 밟든지 말든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인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급제동을 했다. 제동 초기에 타이어가 살짝 밀리고. 비상등이 자동 점멸됐다. 안전띠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여유 있는 코너링을 보였다. 차체 높이 1,700mm인 만큼 차체가 기울어지는 반응을 숨기지는 못했지만 잘 버티며 돌아나갔다. 19인치 타이어, 서스펜션,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절하게 제 역할을 다하며 무난한 코너링을 완성하고 있다.

무난한 준대형 SUV다. 탁월한 수준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운전자가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다이내믹한 성능도 가졌다. 1.6 터보 엔진만 보면 허약해 보일 법하지만, 모터까지 더해 야무진 성능을 보인다. 다운사이징의 시대, 배기량 적다고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배기량이 적어 자동차 세금은 싸다. 연간 29만원 정도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시속 100km 가속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마력당 무게비 7.7kg으로 8초 전후의 가속 시간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다. 가속 초반 힘을 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꾸준히 속도를 높였다. 계측기가 측정한 최고 기록은 9.07초, 144.20m였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트림 별로 ▲프레스티지 3,534만원 ▲노블레스 3,809만원 ▲시그니처 4,074만원 ▲그래비티 4,162만원이다. (※ 개별소비세 3.5% 기준)

하이브리드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연비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연비를 체크했다. 온도 20도, 풍량 2단계로 에어컨도 가동했다. 출발 시점에 배터리 잔량은 3분의 1 정도였다. 가급적 EV 모드가 작동하도록 차분하게 움직였다. 55km를 1시간 8분 동안 달려 도착한 목적지에서 계기판이 알려준 최종 연비는 20.8km/L. 4WD에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경우 공인 복합 연비는 13.2km/L다. 감탄할만한 실주행 연비다. 하지만 지난 2월의 헤프닝도 결국 연비 때문이었는데….

오종훈의 단도직입
하이브리드 자동차지만 정부의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배기량 1,600cc 미만의 경우 15.8km/L가 기준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가장 아픈 대목이다. 약 140만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기아차가 가격을 낮췄지만,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최종가격은 올랐다. 친환경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면서 연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지적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친환경차 혜택을 완전히 못 받는 건 아니다. 구매 보조금을 못 받을 뿐 저공해자동차 제2종으로 인정받아 공영주차장 할인, 도심 혼잡통행료 면제 등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은 누릴 수 있다.
운전자가 EV 모드 주행을 적극 활용할 방법이 없다. 차분하게 저속, 정속 주행을 하는 방법뿐이다.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특정 상황에서 운전자가 강제로 EV 모드를 활성화 시킬 방법이 있으면 더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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