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헤드램프의 시작은 아세틸렌 램프였다. 기름을 담은 램프에 불을 붙여 그 빛으로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 번거롭고, 어두운데다 쉽게 꺼졌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헤드램프였다.
전자 장치로 작동하는 조명이 자동차에 처음 사용된 건 1912년의 일이다. 진공처리 된 램프 속의 필라멘트가 흐르는 전류에 타면서 불을 밝히는 원리다. 이같은 전구 방식은 반세기가 넘도록 자동차 헤드램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좀 더 밝고 환한 색의 할로겐램프가 자동차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BMW는 다른 브랜드보다 할로겐 램프를 앞서 도입했다. 1971년, BMW는 하향등에 사용했던 바이럭스 필라멘트 전구를 할로겐램프로 대체했다. 1974년 출시된 첫 번째 5시리즈(E12)에는 BMW 프런트 마스크의 핵심적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트윈 라운드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좌우 각각에 자리 잡은 두 개의 둥근 램프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BMW 헤드램프 디자인의 모토가 되었다.
HID라 부르는 제논 헤드램프가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서다. 그러나 BMW는 이보다 앞선 1991년, 첫 번째 제논 헤드램프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제논 헤드램프는 필라멘트에 전류를 보내 빛을 내는 기존 램프들과 달리 제논 가스로 채워진 램프 속 두 전극 간의 방전 원리에 의해 주변을 밝힌다. 기존 할로겐램프에 비해 두 배 이상 밝을 뿐 아니라 전력 소모가 낮고, 수명도 월등히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BMW의 헤드램프는 센서 기술의 발달과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더욱 똑똑해졌다. 2003년 BMW는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더욱 능동적으로 앞길을 비추는 헤드램프를 선보인다. 바퀴의 조향각에 맞게 앞길의 굽이진 방향으로 빛을 비추는 코너링 라이트를 선보인 것. 헤드램프는 밤뿐 아니라 낮에도 켜는 것이 안전운행에 도움을 준다. 주간등이 등장하게 된 이유다.
그전까지 주차등과 미등 역할을 했던 코로나 링이 2005년부터 주간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낮에도 코로나 링이 밝게 빛나 BMW를 주변에 더 잘 인식시킬 수 있게 되었다.
같은 해에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한 하이빔 어시스턴트가 BMW 최초로 장착되었다. 이는 카메라가 전방을 주시해 앞선 차가 나타나면 상향등을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작동을 놓치더라도 앞선 차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최초의 헤드램프가 탄생한 것이다.
2000년대 말이 되자 헤드램프의 광원에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LED다. 전류를 넣으면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는 기존 어떤 광원보다도 전력 소모가 적고, 광원 모듈을 훨씬 더 작게 만들 수 있으며,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2009년에 BMW 헤드램프 상징과도 같은 코로나 링의 광원이 LED로 바뀌었다. 노란빛이 돌았던 코로나 링이 순백색으로 바뀌었다. 늘 켜져 있어야 하는 주간등의 전력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차에서 헤드램프가 차지했던 에너지 소모량도 매우 낮아졌다.
2011년에는 BMW 상징인 네 개의 헤드램프에 들어가는 주간등과 헤드라이트가 모두 LED로
교체됐다. LED는 매우 밝은 빛을 낸다. 또한, 색온도가 대낮의 불빛과 비슷하다. 덕분에 야간에도 주변 환경과 교통표지판 등을 더욱 빠르고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LED가 주력 광원이 된 지 몇 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헤드램프가 등장했다. BMW 레이저 라이트가 바로 그 주인공.
LED 램프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어떤 광원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났지만 레이저 라이트의 등장을 막지는 못했다. 한 줄기 빛으로 정확하게 뻗어 나가는 레이저가 기술발전에 힘 입어 드디어 자동차 헤드램프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BMW는 양산차 메이커 최초로 i8의 옵션을 통해 레이저 라이트를 선보였다. 가장 큰 특징은 획기적인 광량이다. 기존 광원 대비 두 배 이상 강한 빛을 통해 최대 600미터라는 엄청난 조사거리를 자랑한다. 또한, 태양광과 가장 가까운 순백색 불빛을 조사거리 최대치까지 비출 수 있다. 빛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고도 운전자에게 밝은 전방 시야를 보장할 수 있다.
광원모듈의 크기와 무게도 매우 줄어든다. 작은 반사경으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어 헤드램프를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고 부품 무게도 가볍다.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도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광원에 비해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이미 기존 전구에 비해 에너지소비량이 미미한 LED지만, 레이저라이트는 이보다도 30% 이상 효율성이 좋다. 불과 10년 사이에 광원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자동차 헤드램프가 소모하는 에너지양이 놀랍도록 줄어든 것.
레이저 라이트와 동시에 BMW는 후면의 테일램프에도 새로운 광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 즉, OLED다. 자체적으로 빛날 뿐 아니라 다양한 컬러를 낼 수 있고 발광면 어디든 균일한 빛을 내는 등 매력적인 광원이다. 이런 장점을 토대로 최근 TV나 모니터의 액정화면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OLED를 테일램프에 활용하면 시인성이 크게 개선되고 램프를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각종 등화를 가변적으로 빛낼 수 있기 때문에 후진등과 차선 변경등 등의 위치와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상황, 혹은 심미적 이유에 따라 테일램프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빛낼 수 있다는 뜻이다.
OLED 모듈은 두께가 1.4mm에 불과해 테일램프 관련 구조물을 훨씬 작게 설계할 수 있다. 아직까지 OLED를 사용한 테일램프는 대량생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테일램프의 성능과 디자인을 무궁무진하게 발전시켜줄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