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어코드를 새로 내놨다. 혼다는 어코드를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3.5와 두 개의 2.4 트림으로 모두 3개 모델로 국내 라인업을 세웠다. 새로 추가된 트림은 어코드 2.4 디럭스다. 1976년 미국 출시 이후 34년간 전세계 생산대수 1750만대. 명차반열에 올라도 부족함이 없는 베스트 셀러다.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쌓아온 내공이 만만치 않은 차, 어코드 3.5를 시승했다.

어코드는 혼다는 물론 일본에서도 상징성이 매우 큰 차다. 미국에서 처음 생산된 일본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서다. 1976년의 일이다. 설마설마하던 일본차의 미국 현지 생산을 겁 없이 해냈던 차다. 토요타와 닛산이 미국 생산에 나선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이후 어코드는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간다. 일본차의 폭풍을 몰고 온 당사자라고해도 그리 과언은 아니다. 숫자가 말한다. 76년 미국 출시 이후 34년간 전세계 생산대수 1750만대다. 명차반열에 올라도 부족함이 없는 베스트 셀러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만큼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차다.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쌓아온 내공이 만만치 않은 차, 어코드 3.5를 시승했다.

프런트 그릴과 범퍼 디자인이 달라졌다. 그릴에는 크롬을 추가했다. 개인적으로는 크롬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가능하면 크롬이나 크롬도금 재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고 믿는다. 하지만 혼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하다. 그릴에 크롬을 추가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글쎄다.

보수적이고 정직한 디자인이다. 세단의 전형을 잘 따르는 선, 면, 비례를 보여준다. 오버하지 않는 모습이다. 기교를 자제한 모습 안에서 현대적인 아름다움도 보인다. 절제된 세련미라고나 할까. 있는 그대로, 과장 없는 모습이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오히려 예쁘다.

인테리어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대시보드에 무늬가 새로 추가됐고 3.5 모델에는 스티어링 휠에 나무 장식이 더해졌다. 컬러 라인업에 브라운이 추가된 점은 반갑다. 검정과 흰색, 그리고 그 사이의 회색 계열 무채색만 적용되던 보디컬러에 짙은 컬러지만 브라운 계열이 추가된 점은 새로운 활력을 느끼게 한다.

키를 넘겨 받고 도로 위에 올라섰다. 가볍다. 가속 페달을 밟는 느낌이 경쾌하다. 가속 페달이 저항없이 가볍게 밟힌다. 출발 할 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움직이는 순간 휠 스핀이 살짝 일어난다.

길이와 너비가 4960mm, 18450mm에 달하는 큰 차다. 여유있는 크기를 가졌다. 공간 면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 뒷좌석에 3인이 타기도 좋고 앞바퀴 굴림 방식이라 뒷좌석 가운데를 가르는 센터 터널도 높지 않다. 넓은 공간에 힘입어 여유 있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다.

275마력 34.6kgm의 힘을 가졌다. 2.4 엔진이 DOHC 엔진인데 반해 V6 3.5 엔진은 SOHC i-VTEC엔진이다.

최고출력이 275마력, 공차중량은 1,630kg이다. 공차중량 기준으로 마력당 무게비가 5.9kg 수준. 이 힘이면 아쉬울 게 없다. 강한 힘, 빠른 가속력을 보여준다. 정직함이 돋보인다. 디자인처럼 성능도 가식이 없다. 밟는 만큼 정직하게 반응했다. 시속 70~80km의 일상적인 주행속도에서 실내는 조용했다. 속도를 높이면 윈드실드 바람소리가 점차 커진다.

브레이크 반응은 특이하다.한번에 딱 서는 게 아니다. 마지막 순간에 한 호흡 더 간다.

핸들은 3.5 회전한다. 승차감을 조금 더 고려한 조향비다. 일반적으로 핸들이 3회전이 안되면 스포츠카 지향적이고 3회전을 넘기면 승차감을 중시하는 세팅으로 본다. 어코드는 후자다.

5단 전자제어 변속기는 레버가 일자형이다. 팁트로닉이 아니라 일자형 변속레버여서 처음엔 당황스럽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일자형 레버라고 수동변속을 못하란 법은 없다. 수동변속기처럼 다루면 된다. 1, 2, D3, D로 각 레인지로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면 된다. 진짜 수동변속기처럼 다룰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옵션을 자랑하는 국산차에 비하면 어코드는 소박해 보일지 모른다. 패들시프트도 아니고 버튼시동도 아니다. 이런 편의장치들은 사실 차에 꼭 필요한 것들은 아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 옵션들은 과감히 생략했다.

가볍고 빨랐다. 제로백을 7.14초에 끊었다. 출발해서 109m만에 시속 100km를 넘기는 가속력을 보였다. 이후 시속 200km를 넘보는 고속구간에서도 지치지 않는 가속력을 보였다. 시속 200km는 29.34초에 돌파했다. 거리는 1096.40m였다.

급제동을 하면 정지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쇼크는 줄어든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3.29초 만에 차는 섰다. 제동거리는 46.61m.

로드 노이즈는 적당히 실내로 들어온다. 속도를 높이면서 발생하는 잡음을 적당히 거르지만 완전히 흔적을 지우지는 못한다.

이 차의 특징을 꼽으라면 ‘무난함’이다. 사실 무난함처럼 무책임한 말은 없다. 아주 좋지도, 그렇다고 딱히 나쁘다고 책잡을 일도 없는 수준. 일등도 꼴등도 아닌 가운데 어디쯤이 무난함의 자리다. 디자인도, 성능도 그렇다.

어코드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이 바로 이 무난함이다.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고 기계적인 정직함과 완성도가 높은 차를 앞세웠고 여기에 ‘고장이 적다’는 입 소문에 패미리 세단을 찾는 많은 미국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이 차를 산 것이다. 어코드는 넘치는 차가 아니다. 부족하지 않은 차로 훌륭히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온 차다.
가속감은 좋다. 원할 때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서 추월을 쉽게 할 수 있다. 승차감도 훌륭하다. 게다가 여유있는 공간이 패밀리 세단으로서 갖춰야할 훌륭한 덕목을 보여주고 있다.

성능과 승차감은 그러나 탁월한 수준은 아니다. 성능과 승차감을 두루 만족시키려는 적당한 자리, 바로 그곳이 어코드의 위치다. 어쩌면 어코드의 운명과도 같은 위치일지 모르겠다.

혼다 어코드 3.5의 가격은 4190만원. 2.4는 3,490만원과 3,690만원이다. 조금 더 싸면 좋겠다는 욕심은 모든 차에 해당한다. 어코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1,300~1,400원을 넘나드는 엔화 환율을 보면 이 정도 가격을 내놓기도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275마력의 힘을 5단 변속기로 제어하는 게 아쉽다. 연비와 성능 모두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6단 변속기를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눈 높이를 맞추기에 5단 자동변속기는 부족한 듯 하다.
엔진형식 V6 SOHC i-VTEC
최고출력 (마력/rpm) 275/6,200
최대토크 (kg.m/rpm) 34.6 / 5,000
구동방식 앞바퀴굴림
트랜스미션 5단 자동
타이어 225 / 50R 17
연비 (km/L) 9.9
길이x너비x높이 (mm) 4,960×1,845×1,475
승차정원 (명) 5
가격(만원) 4,190
Co2배출량 : 236g/km

사진 : 이승용 www.cameraeyes.co.kr

박인범 (LIZ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