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홀수를 좋아한다. 소망을 비는 탑을 보면 알 수 있다. 삼층 오층 칠층탑은 있어도 이층 사층 육층탑은 없다. 전국민이 사랑하는 고스톱에서도 중요한 건 일삼오칠구다. 이사육팔은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다. 쳐주지 않는다.

1, 3, 5, 7로 이어지는 자동차 이름을 지은 것은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BMW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X1을 만나면서 든 생각이다. X 시리즈는 5에서부터 시작했다. X5가 가장 먼저 나왔고 X3와 X6가 그 뒤를 이었다. 이제 X1이 우리 앞에 등장했다. X 시리즈의 막내다.

X 시리즈는 모두 3개 모델로 구성된다. X1 23d, 20d, 18d 등 셋이다. 모두 2.0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데 출력에 따라 모델을 구분 지었다. 시승차는 그중 톱 모델 격인 X1 23d. 엔진을 설명하자면 좀 길다. 커먼레일 직분사 시스템이 적용된 직렬 4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다. 여러 장치가 붙다보니 이를 설명하는 이름도 길어졌다.

20d와 18d에는 23d의 트윈터보대신 가변식 터보차저를 얹었다. 20d는 177마력, 향후 출시될 18d는 143마력이다.

작은 사이즈지만 BMW 가문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는 럭셔리 콤팩트 SUV다.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다. 수직으로 곧추 선 키드니 그릴과 엔젤 아이 헤드램프, 그리고 보닛 위에 얌전하게 자리한 BMW 마크. 강한 존재감을 주는 시각적 요소들이다.

휠 아치는 원이라기보다 사각에 가깝다. 특징 있는 모습이다. 그 안에 18인치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범퍼 아래로 배치된 프로텍션 커버는 SUV의 특징적 모습이 될 수 있어. 측면 라인도 눈여겨 볼만한 요소다. 도어 캐치를 따라 바지 주름을 잡듯 단정하게 그어진 라인은 앞으로 쏠려 있다.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BMW의 그것이다. 3 스포크 핸들에 I 드라이브 죠그셔틀이 눈길을 끈다. 조수석 쪽으로 탈착할 수 있는 컵 홀더가 자리했다. 밝은 아이보리색 계열의 가죽은 실내를 환하게 만든다. 밝은 컬러가 좋기는 하지만 때가 탄다며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어두운 컬러는 오염이 숨겨져 더 지저분할 수 있다.

뒷좌석은 셋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비좁지도 않다. 뒷좌석은 4:2:4의 비율로 구분돼 각각 등받이를 조절 할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시원한 하늘을 선사해 준다. 지붕을 완전히 열지 않아도 덮개를 열면 시원한 하늘을 보면서 달릴 수 있다. 탑승객들이 더 좋아하는 요소다.

X1은 도심에서도 야외에서도 잘 어울린다. 평일에는 출퇴근용으로, 주말에는 여행이나 레저용으로 사용하기 딱이다.

차는 크지 않다. 밖에서 보면 SUV가 맞는데 안에 타서 보면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차장에 웅크린 X1을 깨워 살살 달래가며 도로 위로 나섰다. 힘은 여유 있다. 시속 70을 넘기는데 rpm은 1800 정도를 마크한다. 시속 100km에서는 2000rpm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힘의 균형이다.

SUV라고 하지만 차체가 낮다. 옆에서 함께 달리는 쏘나타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차 높이가 1545mm로 현대차 i30 CW보다 20mm가 낮다. 다른 SUV들차가 낮으니 무게 중심도 낮아 안정감이 돋보이는 체격이다. 당연히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이 SUV보다는 세단에 가깝다. 세단과 SUV의 사이, 거기에 X1이 있었다.

세단보다 높아 시야는 시원하게 트이고 일상주행 영역에서의 주행성능은 세단처럼 편안하다.

디젤 엔진이어서 가솔린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는 가속감은 트윈 터보가 잘 보완한다. 동급 가솔린 엔진 못지않은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메이커 공식 발표 제로백은 7.3초다. GPS 시스템을 이용한 정밀 계측기를 이용해 일반도로에서 직접 측정한 제로백 타임과 거리는 8.28초, 133.85m로 메이커 발표치 보다 늦다.

시속 100km에서 정지까지 제동거리는 37.62m, 제동시간은 2.65초를 기록했다.

바람소리는 제법 들리는 편이다. A 필러와 사이드 미러, 윈드실드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가 제법 들린다. 디젤 엔진의 굵고 낮은 소리도 적당히 실내로 파고든다. 적당한 수준의 소음이다.

가속감은 아주 좋다. 시속 100km일 때 D와 6단에서 1900rpm, 5단 2400rpm, 4단 3400rpm, 3단 4400rpm을 각각 마크한다. 70, 110, 150km/h에서 각각 3, 4, 5단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높은 rpm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수동변속기 같은 맛을 느끼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rpm이 높아지면 수동변속 모드에서도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BMW가 자랑하는 X 시리즈의 인텔리전트 사륜구동이 이 차에도 적용됐다. 험로 주행은 물론 고속주행, 코너 등에서 빛을 발하는 시스템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에는 위험분산, 포트폴리오와 같은 개념이 있다. 구동력이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있어도 다른 세 바퀴가 보완해주며 잘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두 바퀴굴림은 구동바퀴중 어느 한 쪽 구동력에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기가 쉽지 않다. X1의 인텔리전트 사륜구동장치는 사륜구동에 전자제어장치 브레이크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주행상황에 정확하게 구동력을 배분한다. 매우 정확하고 세밀하다.

시승을 위해 찾아간 유명산 코너길에는 모래들이 잔뜩 널려져 있었다. 눈길에 못지않게 미끄럽지만 밀리지 않고 잘 달렸다. 3월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지만 때마침 눈까지 내려 더욱 흥미진진한 시승이 됐다.

코너에서 재미있는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속페달 밟아도 코너에서 차가 멈칫 거리며 나가지 않는 것이다. 네 바퀴의 구동력이 차이가 나면서 DSC가 개입해 엔진출력과 구동력을 조절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운전자의 발끝이 가속페달을 누르지만 차는 그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 밟아도 멈칫거리다가 그립이 확보되면 반응한다.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로 접어들었다. 진동과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달돼 피곤한 길이다. 오프로드에서는 타이어와 서스펜션 못지않게 시트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여유를 주면서도 큰 흔들림은 잡아줄 수 있어야 하고 완충역할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X1의 시트는 특히 럼버 서포트가 확실하게 옆구리를 지지해줘 좋았다. 차의 흔들림을 몸으로 읽으며 차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시트가 몸을 제대로 지지해 주지 못하면 운전자의 몸이 불안해지고 차의 거동도 따라서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X1은 시트가 몸을 제대로 지지했고 차의 거동도 따라서 안정적이었다.

X1은 오프로드 전용모델이 아니다. 그래서 로 레인지가 없다. 저속주행용 트랜스퍼 기어가 없는 것이다. 로 레인지 없어도 저속 주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1단으로 놓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곧 봄인데 눈이 내리는 길을 달리는 묘미가 색달랐다. 눈길에는 SUV가 제격이다. 고급차들이 뒷바퀴굴림 방식을 즐겨 적용하지만 눈이 내리면 ‘굴욕’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굴욕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보란 듯이 달리는 차들이 바로 사륜구동차들이다.

X1은 디젤 특유의 엔진소리를 정직하게 낸다. 억지로 소리를 덮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디젤 엔진 소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차의 반응은 얌전하고 스마트하다. 거칠지 않다. 지상고가 낮아 더 얌전하게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SUV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차의 거동도 세단에 가깝다.

2.0 디젤 엔진으로 204마력의 힘을 내는 엄청난 효율은 놀랍다. 현대차의 쏘나타 2.4 GDi 가솔린 엔진이 201마력의 힘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동급의 가솔린 세단보다도 훨씬 우수한 성능이다.

BMW의 성능을 이야기 할 때 다이내믹 이피션트를 빼놓을 수 없다.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지원하면서 총체적인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이내믹하게 달리면서도 연료효율을 좋게 한다는 게 BMW가 말하는 다이내믹 에피션트이다. 필요할 부분에 필요한 때에만 정확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차단한다는 게 다이내믹 에피션트의 원칙이다. 파워스티어링에도, 배터리에도, 에어컨도 최소한의 에너지로 오차 없이 작동한다. 이처럼 소소한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BMW의 존재이유인 ‘다이내믹’을 살리기 위해서다. 연비를 아끼려고 살살 부드럽게 운전하는 게 아니라 힘차게 재미있게 운전하면서도 연료를 적게 쓰는 것이다.

X1은 몸에 잘 맞는 옷 같은 차다. 움직이는데 거추장스럽지 않고 편하다. 차가 크지 않아서 오는 편함이다. 작은 크기에 사륜구동 기능까지 있어서 코너, 직진 등 모든 길에서 운전자가 잘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X1은 작다. 작지만 탐스럽다. 작아서 싫은 게 아니라, 작지만 갖고 싶은 그런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사이드미러가 크다. 거울이 커서 바람소리가 더 커지고 시야도 가린다. 후방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꼭 사이드 미러가 클 필요는 없다. 적당한 크기로 조금 줄여도 시야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디젤엔진 소리도 조금 더 다듬었으면 좋겠다. 공회전 상태에서 진동도 느껴진다. 조금씩 보완을 하면 훨씬 더 좋은 차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