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바쁘다. 거의 모든 라인업을 새로 짜고 있다. C, E, S 클래스는 물론 M과 GLK에 이르기 까지 모두 새 얼굴로 교체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경우도 드물다.

그중 압권은 E 클래스다. 디자인변화도 크지만 가격을 큰 폭으로 내려 소비자들의 환호성을 받고 있다. 물론 경쟁업체들은 비명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9월 수입차 시장 1위의 성과는 E클래스가 견인한 결과다.

벤츠 E 클래스는 1947년 최초의 모델인 170 V 시리즈를 선보인 이래로 지난 60여 년간 전세계에서 1200만 대 이상 판매된 대표적인 프리미엄 중형세단이다. 2009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전세계에 첫 선을 보인 뉴 E 클래스는 7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 된 제 9세대 모델.

9세대 E클래스가 나오면서 라인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쿠페 스타일이 새로 생겼다. 국내에서는 E350 쿠페가 들어왔다. E200이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E280은 E300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문제의 차, E클래스가 오늘의 주인공으로 시승모델은 E350 4매틱이다. AMG모델을 제외하면 E클래스 최고의 모델이다.

젊어졌다. 이전의 둥글고 클래식한 모습은 싹 사라졌고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젊고 단순해진 모습으로 변했다. 어색하다. 벤츠의 변화는 늘 어색함을 동반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E 클래스의 상징이었던 4개의 원형램프는 사라졌다. 대신 각진 램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가장 큰 변화중 하나다.

측면 숄더라인은 쭉뻗은 선이 보닛 방향으로 쏠려 내려가는 원형을 그린다. 다이내믹함을 강조하는 웻지 스타일의 전형이면서 곡선을 적절하게 배치해 강온의 조화를 노리고 있다. 앞이 길고 뒤가 짧은 것도 옆에서 이 차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뒷모습은 국산 중형차 같다. 심플하고 단순해 “이게 벤츠야?”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며 “이게 벤츠다”라고 알아챌 것이다. 그것이 벤츠의 힘이다.

그러나 어쨌든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영 어색한 그래서 벤츠답지 않은, 국산 중형차와 흡사한 이미지다. 강하게 뇌리에 남는 임팩트가 없는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역시 벤츠답다. 넘치지 않게 차분하면서도 좋은 질감의 소재를 적절하게 배치해 고급스러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나무로 되어 있는 부분은 광택 처리가 됐다. 윤기가 나는 광택이 좋기는 하지만 스크레치에는 약하다. 손자국등이 잘 남아 평소 관리를 잘해 줘야 고급스러움이 유지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지저분하게 보인다.

센터 페시아에 자리한 많은 버튼들은 원샷원킬이다. 대부분 버튼 한번 조작으로 원하는 기능을 작동시킨다.

뒷좌석 센터터널은 어쩔 수 없다. 5인승이지만 다섯을 다 태우지 말고 넷이서 넉넉하게 움직이는 게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뒷좌석 가운데 좌석에는 가장 미운 사람을 앉히면 된다. 가장 불편한 자리니까.

운전석에 앉으면 푹 파묻힌다. 숄더 라인이 높다. 차창을 열고 팔을 걸치며 폼잡기가 쉽지 않은 자세다. 억지로 팔을 걸치면 키 큰 친구에게 어개동무하듯 어색한 자세가 나온다. 물론 시트를 높이면 되지만 그렇게되면 전체적으로 자세가 언밸런스해진다. E350 4매틱은 이름이 말하고 있듯 3.5리터 엔진에 사륜구동방식의 세단이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7kgm가 2400-5000rpm에서 꾸준하게 터진다. 편안함이 중요한 중형세단이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까칠한 성격이 드러난다. 시속 220km까지 달렸는데 고속에 이르러서도 가속감이 줄어들지 않는다. 밟는 그대로 가속반응을 보이며 숫자를 읽어가는 속도에 맞춰 속도가 올라간다. 고속에 이르면 가속감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일반 중형세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침이 없다.

일상 주행영역에서 조금 빠른 속도라 할 수 있는 100km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를 들었다. 윈드실드에 부딪는 바람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그 다음이 쌔끈 거리며 숨쉬는 엔진 소리다.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에서 노면 잡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승차감을 해칠 일은 없겠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가르킨다. 여유있는 힘이다. 핸들에는 패들시프트가 있다. 시프트레버가 핸들아래에 붙어있는 컬럼식인데다 패들시프트까지 있으니 핸들에서 손을 뗄 일이 거의 없다. 왼손이 시프트 다운 오른손은 시프트 업이다. 수동 모드로 가속을 이어갔다. 1단이 l속 40km, 2단이 90km, 3단이 130km, 4단이 180km까지 이어간다. 3단으로 어지간한 속도는 다 커버할 수 있다. 7단 변속기지만 수동으로 움직이면 3,4단이면 충분하다. 고단 기어는 연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수동변속으로 하며 7단을 사용할 일은 없겠다.

승차감은 이 차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편안하다. 시속 200km를 넘보는 고속에서도 차가 불안하지 않다. 도로에 밀착돼 달리는 기분이 매우 좋다. 동승자도 체감속도가 실제속도보다 훨씬 낮다. 편안히 있다가 조금 빠르다 싶어 계기판을 보고 놀랄 정도다.

승차감 못지 않게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링이다. 사륜구동이라 짐작은 했지만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고속 코너링을 해도 차는 너끈히 받쳐준다. 시속 100km 미만의 일상 주행 속도에서의 코너링은 아무 문제 없겠다.

브레이크는 부드럽고 또 확실했다. 평소에는 부드럽게, 위급시에는 강하고 확실하게 작동한다.

이 차에는 많은 편의 기능이 있다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를 방지하는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차체 강성을 30% 더 강화시킨 고강도 차체 기술과, 주행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댐핑 감쇠력을 조절하는 다이렉트 컨트롤 서스펜션(DIRECT CONTROL suspension), 안전성과 편리성을 강화한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Adaptive break lights), 액티브 라이트 시스템(Active Light System), 커맨드(COMAND) 시스템, 키레스-고 패키지(KEYLESS-GO package) 등의 최신기술이 적용됐다.

카만하돈의 오디오 시스템은 듣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귀에 착착 감기는 음질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에도 듣던 음악을 마져 듣기 위해 머뭇거리게 만든다.

시승차의 연비는 리터당 8.5km/l다. 사륜구동이라 FR방식인 다른 모델에 비해 기름은 많이 먹지만 배기량에 비하면 여유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격은 E클래스의가장 큰 매력이다. 7590만원이었던 구형 E280 엘레강스는 E300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가격은 오히려 6910만원으로 대폭 내렸다. 수입차에 가격 폭풍을 몰고온 장본인이다. E280 아방가르드는 8490만원에서 E300 아방가르드로 변하며 역시 8150만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시승차인 350 4매틱은 9990만원으로 동일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내비게이션은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터치 스크린이 안돼 리모컨으로 목적지를 찍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질급한 사람이 서두르기라도 하면 반응시간 차이로 엉뚱한 결과가 나와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 짜증난다. 벤츠가 왜 이런 질이 낮은 내비게이션을 썼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해서 가격을 낮췄다면 문제다

트렁크 내부 윗 부분도 맨철판이 드러나 있다. 럭셔리 세단이라면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 해야 한다 .눈에 안보이는 부분이라고 대충 처리하는 것은 벤츠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