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자동차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가 이에 걸맞는 정도의 추가 할인을 업계에 요구하자 추가할인 폭을 두고 업계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미 상당액을 할인해주고 있어 “추가할인은 곤란하다”는 게 각 업체의 공통된 입장이네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추가할인에 나서는 업체가 나오면 경쟁사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요즘 각사는 경쟁사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5월 판매 조건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내리기는 곤란하지만 그러다가 경쟁사가 추가할인에 나서는 상황이 생길지를 고민하는 것이지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상황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란 이렇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각각 독방에 갖힌 두 명의 용의자가 똑같이 범행을 부인하면 무죄로 석방되지만, 한명이 범행을 인정하면 부인하는 나머지 한명이 더 큰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자동차 각사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각사가 모두 추가할인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이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상황에서 상대방을 믿고 추가할인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어느 한 메이커가 대폭의 추가할인을 시도한다면 추가할인을 하지 않는 메이커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반대로 추가할인을 먼저 시도하는 메이커는 무조건 이익입니다. 상대 메이커들이 추가할인을 하지 않는다면 추가할인 하는 만큼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확률이 높아지지요. 모두가 추가할인을 한다면, 혼자서만 추가할인을 안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고 모두가 할인하지 않는 상태에서와 마찬가지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추가할인에 나서는 것이 최소한 기본은 하고, 잘하면 대박을 낼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입각해 결론을 내자면 결론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각사는 어떻게든 추가할인에 나설 것입니다.
물론 모두가 추가할인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성립하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야 하지요. 그래서 각각 독방에 갖혀 있다는 전제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않고 죄수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서로 무죄를 주장하고 석방하는 길을 택하겠지요.


내수시장에 참여하는 각 업체들이 서로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한다면 추가할인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담합’의 의심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할인을 하는 게 분명 이익인 상황에서 모두가 할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담합했다고 볼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겠습니까? 5월 내수판매 조건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소비자들이 기분 좋게 차를 사고, 업체들도 차를 많이 팔아서 즐거운 시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