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가 높다.
무슨 말일까요. 두가지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1.‘연료 비용(燃費)이 높다’ 즉, 기름을 많이 먹는다. 2.‘연료소비효율(燃比)이 높다’ 즉, 기름을 적게 먹는다. 말은 하나인데 해석은 정반대입니다.
같은 연비지만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에 따라 이처럼 정반대의 뜻이 됩니다. 따라서 오해할 수도 있지요. 말하는 사람은 기름 많이 먹어서 안좋다는 의미로 “연비가 높다”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는 ‘연비가 높다니 기름을 적게 먹는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燃費가 맞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연비가 높다는 말은 연료소비율이 높다는 말입니다.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말이지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비가 낮은 차를 택하는 게 좋겠지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연비가 높다는 말을 연비가 우수하다, 기름을 덜먹는다 는 말로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燃費가 아니라 燃比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費는 비용, 즉 돈이고 比는 비율, 즉 효율을 말합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과 효율이 높은 것은 정반대의 개념입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제공하는 사전에서 연비를 찾아보면 “연비[燃費] : [명사]<기계> =연료 소비율.”로 설명합니다. 오해하기 쉬운 설명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하려면 ‘연비[燃比] : [명사]<기계> =연료 소비율.’이 되거나 ‘연비[燃費] : [명사] <기계> = 연료를 소비하는 비용’이 되어야 합니다.
좋다 나쁘다로 말하면 이해하기는 쉽습니다. 연비가 좋다는 말은 기름 덜먹어서 좋다는 말이겠지요. 기름 많이 먹는데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연비가 높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비는 燃費가 아니라 燃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