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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는 하이브리드가 최강이다.

연타석 홈런을 이어가는 기아의 다음 타자는 스포티지다. 예리한 주간주행등으로 앞모습에 힘을 주고 이라이드와 이핸들링 등 소소한 기능도 더했다. 등장하자마자 시장을 흔들고 있다. 첫날 1만6,000대, 열흘 만에 2만 6,000대를 넘기는 계약 실적이 이를 말한다. 히트는 예약했고 홈런까지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가솔린과 디젤보다 더 센 힘 230마력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은 180마력, 2.0 디젤 엔진은 186마력인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1.6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6단 AT 조합으로 230마력의 힘을 낸다. 강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힘이다. 고출력과 하이브리드의 조합은 어딘지 어색하지만,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버리면 이상할 것도 없다. 효율 좋은 친환경차가 힘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준중형이라고는 하지만 넓은 실내를 가졌다. 뒷좌석에서도 무릎 앞 공간이 제법 넓어 주먹 두 개가 드나든다. 지퍼를 장착한 핸드백 같은 주머니를 배치하는 소소한 배려도 돋보인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보다 화수분 같은 기능이 더 매력적이다. 차급보다 넘치는 기능들이 그 안에 담겨있다.

실내는 조용했다. 모터가 가동할 때뿐 아니라 엔진이 힘을 쓰는 중에도 그랬다. 바람 소리, 노면 잡소리도 잘 걸러내고 있어 100km/h까지는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낄 일이 없다.

움직임은 가볍다. 공차중량 1,625kg이지만 무게감이 없다. 마력당 무게비 7.06kg에 불과할 만큼 중량에 대한 부담 없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건 아니다. 살짝 힘을 뺀 것 같은 주행 질감이다. 230마력의 힘은 세지만 고성능까지는 아닌, 어색한 듯 아닌 듯 독특한 주행의 느낌이다.

하체는 유연하고 가속은 가볍다. 힘은 세지만 고성능까지는 아니어서 주행모드 스포츠에서도 강한 힘보다 유연한 움직임이 먼저 다가온다. 힘 자랑을 하고픈 걸까, 아니면 덜 먹고 멀리 가는 효율을 내세우고 싶은 걸까.

타이어에 답이 있었다. 235/60R18 사이즈다. 편평비 60시리즈. 성능보다는 연비와 효율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타이어다. 230마력의 힘을 생각했다면 50시리즈 타이어 정도가 좋지 않았을까. 비교적 높은 출력과 친환경 차라는 정체성은 이처럼 디테일에서 부딪히고 있고 결국 효율을 좀 더 배려하는 타협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과속방지턱 등의 노면 요철과 코너에 대비한 이라이드와 이핸들링은 차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안정시키는 데 힘을 보탠다. 모터의 가감속을 이용해 차의 흔들림을 억제하는 원리다. 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줄인 뒤 살짝 가속하며, 혹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며 턱을 넘을 때 덜 흔들리는데 이런 역할을 모터를 통해 하는 것.
이핸들링 역시 마찬가지. 코너에 진입을 위해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모터로 속도를 줄이고 코너 탈출을 위해 스티어링휠을 되돌릴 때 가속을 해주는 방식으로 불안정한 차체의 움직임을 조금 더 잡아준다. 노련한 운전자의 섬세한 동작을 센서와 모터가 대신 하는 셈이다.

6단 변속기는 충분히 그 몫을 다하고 있지만 8, 9, 10단 변속기가 흔한 시대라 뭔가 아쉬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시속 100km에서 비교적 높은 1,800rpm, 3단에서 4,200rpm에 이른다.

유명산 산길. 급한 코너를 빠르게 돌면 타이어가 힘들어한다. 타이어가 소리를 낼 듯 말 듯 한 경계를 타고 움직일 때 가장 재미있다. 전륜구동. 사륜구동이 아니고 무게중심도 높은 SUV이니 과감한 시도는 피하는 게 좋겠다. 가속, 제동, 조향을 반복하며 춤을 추듯 재미있게 산길을 달릴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편안한 서스펜션은 산길에서는 조금 더 단단하게 움직인다.

드라이브 와이즈로 부르는 주행보조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작동시키면 차간거리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정확하게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고 터널 통과에 앞서 차창을 닫은 뒤 터널을 지나고 나서 다시 열어주는 등 꼼꼼하게 운전자를 지원해준다.

주행보조시스템과 더불어 음성명령 시스템도 돋보인다. “더워”하면 실내 온도를 낮춰준다. 차창을 열거나 통풍 시트를 작동시키는 것도 음성으로 된다. 주행보조시스템과 음성명령시스템은 고급 수입차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아이폰 사용자는 이 차를 100% 누리기 힘들다. NFC 기능 제한 때문이다. NFC를 사용할 수 없다. 간단히 터치해서 차와 연결하는 기능을 누릴 수 없는 것. 디지털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키를 받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이폰에서는 안 된다는 것. 기아를 탓할 일은 아니다. 애플 탓이다.

준중형 SUV이지만 크기만 제외하면 중형, 준대형급에 비해서 빠지지 않겠다. 차급을 나눌 이유가 없겠다. 차에 큰 욕심 부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소비자에게는 최고의 차일 수도 있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스포티지는 투싼 하이브리드와 쌍둥이다. 제원표를 보면 똑같은 숫자들이 행렬을 이룬다. 다만 스포티지가 좀 더 길고 높다. 연비도 조금 더 좋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6.7km/L다.

스포티지의 가장 낮은 트림은 1.6 터보 가솔린 트렌디로 2,442만 원이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프레스티지 트림이 3,109만 원이고 최고 트림은 시그니처로 3,593만 원이다. 모든 옵션을 다 더하면 4,090만 원에 이른다. 그 안에 들어가는 안전 및 편의장비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최고 트림 풀옵션도 결코 비싸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명령 시스템은 음성명령을 활성화되지 않는다. 버튼을 누른 뒤 말해야 한다. 벤츠나 BMW처럼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음성명령으로 활성화되는 게 궁극의 음성명령 시스템이 아닐까. 스포티지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음성명령 시스템이니 그 정도 기대는 해도 좋지 않을까.

주행모드 스포츠에서는 좀 더 강한 반응을 만났으면 좋겠다. 에코나 스마트 모드에서는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230마력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좀 더 강하고 다이내믹한 반응이어야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하이브리드차 다움을 강조한다면 230마력은 도대체 어디서 써먹을 것인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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