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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가 잡은 세 마리 토끼

8세대 캠리 하이브리드를 만났다.

캠리는 토요타의 새로운 플랫폼 TNGA를 적용하고 8세대로 거듭났다. 그 자체가 토요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캠리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중형 세단으로, 일본 브랜드지만, 미국차라고 해도 좋은 만큼 미국 시장 비중이 높다.

공교롭게 비가 내려 동영상 촬영은 포기했다. 덕분에 차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흩날리는 빗속을 뚫고 여유로운 시승을 즐겼다.

낮다. 차에서 내릴 때 비로소 알았다. 도어를 열고 발을 내딛는데, 생각보다 훨씬 자세가 낮다. TNGA의 실체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세대보다 차체 높이는 25mm, 시트 포지션은 22mm, 차체 바닥 높이는 20mm를 낮췄다. TNGA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낮은 차체, 낮은 무게중심. 배꼽이 낮아졌다. 낮아진 차체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엔진 후드는 40mm를 낮췄다. 덕분에 시트는 낮아졌지만 시야는 탁 트였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앞뒤 무게 배분이 좋다. 차의 앞부분 무게를 줄였고, 뒤에 배치됐던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의 위치를 더 낮췄다. 무게중심이 낮고 앞뒤 무게 배분이 적절해 차체의 흔들림이 무척 안정적이다. 중저속에서는 물론 고속에서 특히 안정감이 크다.

강성이 더 높아진 차체도 주행 안정감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고속주행은 물론, 중저속 구간에서도 좀 더 안정된 자세를 누리게 된다.

낮은 차체로 고속주행을 하면 좀 더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무게중심이 낮아 흔들림을 잘 제어하는 가운데, 도로에 밀착된 자세로 속도감은 실제 이상으로 더 다이내믹하게 다가오는 것. 카메라를 낮추면 더 박진감 있는 속도감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파워트레인은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킨다. 2.5 리터 D-4S 엔진은 주행 조건에 맞춰 직접 분사와 포트 분사를 병행한다. 엔진 출력 178마력, 모터 출력 120마력으로 시스템 출력은 211마력이 된다. 그 힘이 공차중량 1,655kg의 차체를 여유 있게 끌고 달린다. 마력당 무게비 7.84kg으로 중형 세단으로서는 무척 가벼운 편이다.

GPS 계측기를 통해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 최고 기록은 8.68초. 가속 거리는 131.13m다. 급가속하면 살짝 휠 슬립이 일어나고 강한 힘을 드러내며 빠르게 달려 나간다.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있었지만 계측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6.7km/L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2.9km/L로 공인 복합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출발할 때 배터리 잔량이 많지 않았다. 배터리가 완충 상태였다면 연비는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속도를 올려놓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이 작동한다. 무동력으로 하늘을 활공하는 글라이드처럼, 동력을 쓰지 않고 움직인다. 그런데 활공 거리가 꽤 길다. 달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드는데, 감속되는 정도가 약하다. 한참을 활공할 수 있는 것. 그만큼 주행 효율이 높아진다.

211마력의 충분한 힘, 8초대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순발력, 게다가 20km/L를 훌쩍 뛰어넘는 실주행 연비를 모두 갖춘 셈이다. 한꺼번에 잡기 힘들다는 두 마리 토끼, ‘연비와 성능’을 보란 듯이 잡았다.

한 마리 더 있다. 공간이다. 중형 세단의 생명과도 같은 공간이다. 패밀리카로 사용되는 특성상 아이들을 태우는 뒷좌석 공간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무릎 앞 공간은 따로 재볼 필요도 없이 넓다. 머리 위도 여유롭다. 성능, 연비, 공간을 만족시켰다면 중형 세단으로선 성공작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요동친다. 돈키호테를 태우고 풍차로 달려가는 로시난테처럼 미친 듯 달려 나간다. 힘도 힘이지만 도로에 좀 더 가깝게 내려앉은 낮은 자세가 돋보인다. 흔들림이 적은 안정된 자세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스포츠카 따라잡을 기세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로 나뉜다. 같은 차지만 에코와 스포츠 모드에서 반응은 아예 다르다. 허리띠 두 칸 푼 느슨한 반응이 에코 모드라면, 스포츠 모드에선 신경질적일 만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주행 모드간 반응을 확실하게 구분해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엔진과 모터 두 개의 동력원을 사용한다고 해서 하이브리드지만, 캠리의 경우는 주행모드에 따라 서로 다른 두 개의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는 의미에서도 하이브리드일 수 있겠다.

하나 더, EV 모드도 있다. 엔진은 잠재우고 모터로 움직이는 것. 엔진 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인다. 소음과 진동이 없어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파워트레인에서 나온 힘의 최종 종착지는 235/45R18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타이어다. 확실한 구동력으로 달린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는 운전자의 주행을 돕는 한편 안전을 확보하는데에도 기여한다. 차선이탈 경고,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오토 하이빔,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으로 TSS를 구성한다. 여기에 운전석과 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에어백을 적용했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정해진 속도로 달린다. 차선이탈 경고는 차선을 밟는 순간에 경고음과 함께 조향에 개입하며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분명한 것은 ‘보조’ 장치라는 것. 운전을 맡겨서는 안 된다. 운전자를 도울 뿐, 스스로 운전하며 온전히 책임을 지는 자율주행차가 아니다.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입체감 있는 소리로 넓은 실내를 꽉 채운다. 실내가 조용해 오디오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XLE와 LE 두 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XLE는 4,229만 원, LE는 3,752만 원이다. 세금감면 혜택이 적용된 가격이다. 도심 혼잡통행료를 면제받고 공영주차장에서는 50% 할인받는다. 하이브리드를 타는 즐거움이다.

힘과 효율 그리고 공간을 다 잡은 중형 세단이다. 무난함이 생명이라는 중형 세단이지만 그런 무난함을 뛰어넘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고속주행을 거침없이 해내는 놀라운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이 차는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편안하게 움직일 때 가장 좋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차창 밖 풍경을 눈에 담으며 편안한 속도로 움직일 때 가장 캠리 하이브리드답다. 거침없이 달릴 줄 아는 차들은 제법 많을지 모르겠지만, 마음까지 편하게 움직이고, 거기에 더해 리터당 20km를 우습게 넘어버리는 높은 효율을 보이는 차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조향이 개입하는 정도가 약한 편이다. 가끔 차선을 밟고 넘어서기도 한다. 주행을 ‘보조’한다는 개념에서 크게 탓할 일은 아니지만, 차선을 벗어나는 일이 없게 조금 더 강하게 조향에 개입했으면 좋겠다.
패들 시프트가 없다. 다이내믹하게 211마력의 힘을 즐길 때는 핸들을 쥔 채로 변속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가 아쉽다. 하이브리드지만, 다이내믹하게 달릴 줄도 아는 중형 세단인 만큼 여기에 필요한 부분들도 보강해주면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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