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 부스터. 2008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쏘울이 이제 3세대로 성장했다. 쏘울 부스터에 최근 EV까지 더해져 친환경 차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디젤 엔진은 라인업에서 뺐다. 1.6 터보 엔진을 올린 쏘울 부스터를 타고 자유로를 달렸다.
쏘울은 교황의 차다. 2014년 교황이 한국에 왔을 때 공식 의전차로 사용됐던바, 자타가 공인하는 교황의 차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쏘울 2대를 로마로 가져가 해외 순방 때 사용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아차가 동네방네 자랑을 할 법한데, 일언반구가 없다.
그 이전에도 쏘울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았다. 특히 미국에서다. 쏘울이 처음 나올 때 햄스터를 등장시킨 광고가 큰 화제였다. 이후 친근한 모습으로 미국 사회에 빠르게 녹아드는 차가 됐다.
스토리가 많다. 그래서 장수할 확률이 무척 높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쌓이는 많은 이야기는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자산이어서다.
1.6 터보엔진에 7단 DCT를 물려 204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이 137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6.7kg.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실제로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7.59초가 가장 빨랐다. 늦게는 8.39초도 있었다.
덩치는 커졌다. 55mm 길어졌고, 15mm 높아졌다. 휠베이스도 30mm를 넓혔다. 덕분에 실내 공간도 훨씬 더 여유가 생겼다. 뒷좌석에선 무릎 앞 공간, 머리 윗공간이 넉넉했다. 트렁크도 10ℓ가 넓어져 364ℓ가 됐다. 햄스터들이 좋아하겠다.
수평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헤드램프, DRL, 안개등, 방향 지시등이 얇게 수평으로 배치됐다. 부리부리한 눈이 사라졌다. 가늘게 뜬 실눈이다.
C 필러는 지붕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있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사각형을 이루며 뒷모습의 중심을 이룬다. 범퍼 좌우로는 미소를 떠올리는, 마치 이모티콘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 범퍼 중앙에 배치된 두 개의 배기구는 마치 차렷 자세를 떠올린다. 공손하게 발을 모은 자세다. 유머가 담긴 뒷모습이다.
세상의 변화가 쏘울 부스터 안에도 오롯이 담겼다. 각종 전자장비들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후측방 충돌 경고, 차로이탈 방지, 전방 추돌방지 보조 등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한 시스템이 더욱 완벽한 안전에 도전하고 있다. 운전자의 빈틈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다.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맞추며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릴 줄 안다. 운전자는 핸들을 쥔 듯 만 듯 걸치고만 있으면 차가 알아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달린다. 자연스럽다. 사람이 운전하듯, 때로는 사람보다 더 잘한다. 접할 때마다 신통방통한 일이다.
세단도 아니고, SUV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디쯤. 박스카 혹은 CUV라는 어중간한 단어로 이 차를 정의해 본다. 껑충한 키는 뭔가 어색하지만 차 안에 들어가 앉으면 어색함은 사라진다. 색다른 인테리어를 만난다. 사운드 무드램프는 음악 소리에 맞춰 조명쇼를 연출한다.
기아차는 차체 강성을 자랑하고 있다. 초고장력 강판과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늘렸고, 핫스탬핑 공법을 통해 차체의 강성을 크게 높였다는 설명. 강한 코너링을 구사할 때 차체의 강성을 느낄 수 있다. 빠른 속도로 타이트한 코너를 돌아나가는데도 차체가 잘 버틴다. 빠르게 달릴 때 차체의 떨림도 크지 않다. 고속에서 노면의 굴곡을 잘 흡수하며 안정감 있게 달렸다. 모두 차체의 강성과 관련 있는 부분이다.
계기판에는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가 택해서 띄울 수 있다. 펀 투 드라이브의 또 다른 요소. 터보 게이지를 띄워 달리면, 재미있다. 터보가 만들어내는 빠른 속도와 강한 힘을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
직결감이 강한 7단 DCT는 대체로 부드러운 변속감을 보였지만, 급가속을 이어가며 재촉하며 몰아붙일 땐 아주 가끔 거칠게 튀는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조작하는 대로 맞춰 움직이는 정직한 반응이다.
스티어링휠은 2.3 회전한다. 의외다. 빠르고 예민한 조향 성능을 가졌다는 의미로 이 차의 성격 변화를 얘기해주는 부분이다. 찾아보니, 2세대 쏘울의 스티어링휠은 2.8 회전했다. 3세대 모델이 달리는 재미가 더 크겠다. 터보차저와 235/45R18 타이어도 그 재미를 보태는데 한몫한다.
힘을 쏟아부으며 가속을 할 때는 조금 억지스러운 듯,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 스친다. 힘들어하나? 하고 눈치챌 때쯤이면 차는 이미 제법 빠른 가속력을 보이며 날아가듯 달린다. 이게 1.6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한 힘을 보이며 빠르게 달린다. 그 와중에 크렐 오디오는 짱짱한 소리를 들려준다. 고속에서 듣는 음악은 묘한 매력이 있다.
쏘울 부스터의 공인 복합연비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12.2km/L. 파주-서울간 55km 구간을 달리며 측정해본 연비는 17.9km/L로 리터당 5km 이상을 더 달렸다.
판매가격은 1,914만원부터 2,346만원까지다. 이렇다 할 경쟁 상대가 없는 차다. 굳이 꼽으라면 미니 정도. 가성비를 따지면 쏘울이 앞선다. 그렇다고 미니의 아우라를 쏘울이 따라갈 수 있는가 하고 묻는 이들도 많다. 각자 주관대로 생각할 일이다. 분명한 것은 쏘울의 상품성, 편의 장비 등이 미니에 앞서면 앞섰지 뒤지지는 않는다는 것.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악 소리에 맞춰 조명 쇼를 연출하는 사운드 무드램프. 그 위치가 걸린다. 이전 세대에서는 도어 아래에 자리했었는데, 위로 끌어올려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하필 사이드미러와 위 아래로 함께 보이는 위치다. 사이드미러를 볼 때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시야를 막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집중해서 봐야 할 사이드미러 바로 아래에 번쩍이는 무드 램프를 배치하는 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또한 무드램프는 어두워야 잘보이는데 밝은 곳으로 끄집어 올린 것도 자충수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원래 있던 자리, 도어 아래 깊은 곳이 제격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