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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가 아반떼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로 불러들여 정면 승부에 나섰다. 서킷에서 우열을 가리자는 것. 쉐보레의 강한 투지가 읽힌다.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나서 경쟁모델과의 비교를 시도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극약처방과도 같은 일이다. 강한 투지가 읽힌다.

비교 시승을 위해 준비한 차는 크루즈 1.4터보 LTZ 풀옵션 모델과 아반떼 프리미엄 1.6 기본형이다. 서킷에서 주행성능을 경험하는 만큼 옵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타이어 차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아반떼는 17인치, 크루즈는 18인치다. 모두 메이커가 제공하는 범위 안에서 최고 사이즈 타이어다. 서킷 주행에서 타이어 1인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

크루즈는 출력이 월등했다. 배기량이 1.4리터로 1.6인 아반떼보다 작지만 최고출력은 153마력으로 아반떼 132마력보다 20마력 이상 세다. 최대토크 역시 24.5kgm로 아반떼 16.4kgm보다 강하다. 터보의 힘이다.

힘의 차이는 트랙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최고 속도가 나오는 구간에서 크루즈는 180km/h를 터지 했고 아반떼는 170km/h를 넘겼다.

아반떼는 가솔린 1.6 자연흡기 엔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능과 반응을 보였다. 초반 가속에선 조금 더 경쾌하고 빠른 반응이었다. 초반 가속 구간을 지나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면 크루즈가 확실하게 빠른 반응이었다. 코너와 업힐이 복합된 구간에서 아반떼는 다소 힘겨워하는 반응이었다. 코너에 진입하며 ESC 개입으로 힘이 빠진 뒤, 다시 힘을 끌어모아 업힐 구간을 공략하기가 버거운 것. 크루즈는 좀 더 강한 힘을 바탕으로 힘겨운 상태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조향반응도 크루즈가 조금 더 빠르고 예민했다. 아반떼는 조금 느슨한 느낌. 물론 미세한 차이다. 이는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기 힘들다. 예민한 조향이 서킷에선 유리하지만 살짝 느슨한 조향은 승차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차의 성격에 맞춘 특성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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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서의 그립은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크루즈가 한 수 위였다. 차체의 강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만 접지면이 넓은 타이어가 주는 강한 그립감은 속일 수 없었다.

브레이크 평가는 애매했다. 계속 이어가며 서킷을 달린 탓에 과열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강하고 깊은 브레이킹에서 크루즈는 스펀지처럼 힘없이 깊게 밟히는 경우가 생겼다. 아반떼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 차이가 일반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서 달린 드라이버들의 주행 패턴 등 이 차이 주행과정을 모두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제외하면 크루즈가 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적어도 서킷에선 그랬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두 차를 비교하기 위해선 몇 가지 다른 부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우선 경쟁 모델 선정이다. 크루즈는 LTZ이 최고 사양 모델이지만 아반떼에는 고성능 모델인 스포츠 트림이 따로 있다. 1.6 터보 엔진을 얹어 204마력의 힘을 내는 아반떼의 최고 모델이다. 크루즈보다 51마력 강한 힘을 낸다. 아반떼 스포츠와 크루즈 LTZ을 비교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아반떼보다 크루즈가 낫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가격이다. 크루즈 1.4터보 LTZ 디럭스의 판매가격은 2,349만원. 비교시승에 사용한 아반떼 프리미엄 트림의 기본 가격은 2,165만원이다. 아반떼가 약 300만원 저렴하다. 최고트림 풀옵션 가격은 크루즈가 2679만원, 아반떼 프리미엄이 2,570만원으로 여전히 100만원의 차이가 생긴다. 아반떼 스포츠는 7단 DCT를 적용한 기본 모델이 2,098만원, 최고트림인 익스트림 셀렉션에 풀옵션을 하면 2,710만 원가량이 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