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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6를 넘어 그룹 대표로 생환한 모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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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하비가 있었지. 기아차 SUV 라인업의 플래그십, 하지만 쏘렌토나 스포티지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던, 한동안 우리 시야에서 멀어졌던 그 차, 모하비.

유로6가 고비였다.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과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판단해야 했다. 한 집안의 풀사이즈 SUV 운명은 서로 갈렸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 단종, 기아차는 모하비 생산중단 후 새 모델 투입을 결정했다. 엇갈린 판단은 무슨 의미일까.

그 차 모하비가 컴백했다. 생산중단을 끝내고 유로 6 대응 모델로 당당한 모습을 다시 시장에 드러냈다.

5mm 정도 짧아졌고 사이드미러에는 크롬을 적용했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LED 적용했다. 면발광 타입으로 조금 더 세련된 모습이다. 범퍼 아래 자리한 주간주행등도 LED를 적용했다.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엠블럼. 기아차 엠블럼이 아니다. 모하비 자체 엠블럼을 사용했다. 2012년 단종된 오피러스가 그랬다. 기아차 브랜드이미지와는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보려는 의도다. 기아를 넘어, 고급차가 되고 싶은 희망이 그 안에 담겨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퀼트 시트가 눈에 들어온다. 고급스러운 나파가죽 퀼트시트는 허리와 옆구리도 잘 지지해준다. 차가 흔들릴 때에도 중심을 잘 잡아준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과 나무의 조합. 고급의 정석이다. 계기판에 4.2 수퍼 클러스터, 센터 페시아에 8인치 모니터가 각각 배치됐다. 이를 통해 다양한 주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JBL오디오 시스템은 10개의 스피커를 장착하고 있다. 최고급은 아니지만 달리는 차안에서 듣기엔 충분히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무시할 수 없다. 뒷좌석 가운데도 평평하다. 센터터널이 없다.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냈다. 성인 5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다. 편안하고 넓은 실내공간은 주행품질을 결정하는 데에도 긍정적 요소가 된다. 트렁크에는 시트 2개가 숨어있다. 필요할 때 꺼내면 7인승이 된다.

핸들은 3.5회전한다. 유격도 있다.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스티어링 세팅이다. 거친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여유 있는 핸들과 유격이 어느 정도 흡수해준다. 오프로드에서 딱 좋은 핸들이다.

오프로드 주행 먼저 경험했다. 파주 임진강변에 임시로 준비한 코스는 굳이 타이어를 바꿔 끼지 않아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산책길 정도의 오프로드였다. 노면을 따라 출렁이는 차체에 몸을 맡기고 좌우로 비탈진 경사면까지 즐겁게 달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오프로드가 반갑다. A 필러 손잡이.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배치다. 오프로드 등 흔들릴 때 유용하다. 머리 위쪽에도 하나 더 있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좋지 않을까.

모하비는 요즘 만나기 힘든 프레임 방식의 SUV다. 정통 오프로더들이 즐겨 쓰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차의 비틀림이 많이 발생하는 오프로드에선 프레임방식이 유리하지만 경량화, 효율화에는 불리한 방식.

오프로드 주행의 가장 큰 즐거움중 하나는 오프로드를 벗어나 온로드에 올랐을 때의 느낌이다. 털컹거리고 비틀리는 길을 달리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 즐거움이 끝났다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는 것. 오프로드의 역설인 셈이다.

온로드에 올랐다. 시속 70km 정도로 순항하면 바람소리는 없고 타이어 소리가 들리는 정도다. 주행모드는 에코와 노멀 두 버전이다.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에코모드에서 조금 편안해지고 느슨해진다. 별도의 스포츠모드는 없다. 속도를 올려 바람소리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엔진소리는 사라진다. 바람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덮어버린다. 유일한 소음이다.

시속 80km로 과속방지턱을 넘는대 매우 부드럽다. 치고 넘어가는데 흔들림이 없다. 한 번의 쇼크로 통과하고 잔진동이 전혀 없다. 매우 놀라운 반응이다. 소프트하지만 충격은 잘 흡수한다.

시속 100에서 1500rpm까지도 떨어질 정도로 안정된 반응을 보인다. 시속 110km에서 차는 잔잔하고 조용하다. A 필러 스치는 잔잔한 바람소리 정도가 들린다. 실내는 조용함을 유지한다.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면 바람소리가 점차 커진다. 폭 1,915mm 높이 1,810mm로 차체의 단면적이 아주 넓다. 즉,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게 되는 체격이다. 속도에 비례해 커지는 바람소리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생각보다는 조용하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가속페달은 밋밋하게 바닥까지 닿는다. 한번 걸리는 맛이 없어 아쉽다.

유로 6 기준을 만족시키는 V6 3.0 디젤 엔진은 260마력 57.1kgm의 강력한 힘을 확보했다. 직선로에서는 스포츠세단 못지않은 발군의 실력도 보여준다. 만만한 힘이 아니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힘을 뽑아 낼 수 있다.

상시사륜구동이다. 고속주행안정감 코너링에서 사륜구동의 우수함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연비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한다.

브레이크는 정확하게 운전자의 의도대로 반응한다.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차체를 제어한다.

음성인식은 최고 수준이다. 대게 핸드폰과 연동되는 수준인데 현대기아차의 음성인식은 모든 엔터테인먼트 장비를 목소리로 조절할 수 있다. 차선이탈 경보는 방향지시등 작동 없이 차선을 넘을 때 경고음을 내준다. 크루즈컨트롤은 정속주행까지만 작동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다. 기본적인 수준의 편의장비다.

큼직막한 사이드미러에는 후측방 경보시스템이 있다. 사각지대 함께 달리는 차가 있을 때 사이드미러에 표시해준다. 하이빔 어시스트는 상대편 시야까지 확보해주면서 내 차의 시야를 넓게 확보해준다. 전방추돌경보시스템도 있다. 앞차와 충돌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드라이버가 차를 운전하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차 스스로도 운전에 가세를 하면서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첨단시스템들이다. 어라운드뷰 모니터링시스템도 있다. 4개의 카레마를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야각을 제공해 모니터로 보여준다. 주차할 때 매우 유용하다.

3.0 디젤 풀타임 4WD 연비는 복합연비 10.2km/L다. 2톤을 훌쩍 넘은 2245kg의 공차중량에 사륜구동시스템까지 확보했음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연비다.

모하비 프레스티지 상시사륜구동. 최고급 트림의 판매가격은 4,680만원. 옵셥을 더해도 5,000만원이 안 된다. 수입 SUV와 비교한다면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비슷한 가격대면 탁월한 성능과 크기 안전장비 등이 우수하고 비슷한 성능의 수입차와 비교하면 훨씬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시장엔 SUV 바람이 거세지만 실상은 작은 SUV의 바람이다. 풀사이즈 SUV의 입지는 생각만큼 넓지 않다. 오프로드를 제대로 달리는 차에 대한 수요가 없지는 않지만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베라크루즈는 죽이고, 모하비는 살린, 현대차와 기아차의 엇갈린 판단은 어쩌면 모하비에 ‘몰아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모하비로 전력을 집중해 그리 많지 않은 수요와 수입차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것, 대형 SUV 시장에서의 일원화 전략인 셈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서스펜션은 좀 더 강했으면 좋겠다. 도로면이 기복이 있는 곳에서는 차가 출렁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서스펜션이 무른 탓이다. 물론 도로 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최상의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쨌든 차의 흔들림이 불쾌한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단단한 세팅이 아쉽다. 차체의 흔들림을 좀 더 정밀하게 제어해 안정된 승차감을 확보했으면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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