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고급세단의 기본, 기아 올 뉴 K7

지난해 12월, 삼성그룹의 새 임원에 오른 이들 중 절반이 K7을 선택했다고 기아차 서보원 이사는 소개했다. 상무로 임명받은 새 임원들의 선택지에는 그랜저, 알페온, SM7, 체어맨 등이 K7과 함께 오른다. 절반의 선택은 압도적 승리를 의미한다.

그 차 올 뉴 K7이 시동을 걸었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거쳐 춘천까지 왕복 약 160km 구간에서 시승했다. 올 뉴 K7은 가솔린 세타Ⅱ 개선 2.4 GDi, 가솔린 람다Ⅱ 개선 3.3 GDi, 디젤 R2.2 e-VGT, LPG 람다Ⅱ 3.0 LPi, 하이브리드 모델(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 등 총 5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시승차는 3.3 GDi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에 프리미엄 패키지를 얹은 K7 최고급 모델로 가격은 옵션가격 포함해 4,015만원이 된다.

올 뉴 K7은 길이 4,970mm, 너비 1,870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855mm의 차체 크기로 완성됐다. (기존 : 4,970×1,850×1,475mm, 휠베이스 2,845mm)
차폭을 20mm 늘려 당당한 어깨를 갖췄고 높이는 5mm를 낮춰 속도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높이가 낮아지면 무게중심도 따라서 낮아져 주행성능, 특히 고속주행성능이 한층 개선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휠베이스는 이전 모델 대비 10mm 늘렸고 운전석 착좌 높이는 10mm를 낮췄다. 덕분에 헤드룸과 레그룸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안으로 꺾어 넣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운 K7의 디자인에선 직선이 도드라진다. 측면에서도 후면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는 견고한 라인이 차를 감싸고 있다. 부드러움보다는 카리스마에 중점을 둔 모습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주변을 감싸는 ‘Z’라인이 날카로운 눈매를 완성하고 있다.

퀼팅 나파 가죽시트는 감동을 준다. 퀼트 무늬는 눈으로, 나파 가죽은 촉감으로 “나 고급이야” 말한다. 지붕은 또 어떤가. 손에 닿는 자연스러운 부드러움이 최고 수준인 스웨이드 가죽으로 덮었다. 손이 자꾸 지붕을 쓰다듬게 된다. 거기에 고급스러운 나무장식까지 더했다. 쉽게 다가서기 힘든 도도함이 있다. 오너라면 운전석에 앉으며 어깨에 힘줄만 하다.

뒷좌석에 앉았다. 넓다. 솟는 듯 마는 듯 존재만 알리는 센터터널 덕분에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조수석을 앞으로 바짝 밀고 접을 수 있다.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도 않을 만큼 영민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뒷좌석은 넓어진다. 이 정도면 충분히 쇼퍼드리븐카 흉내를 낼 수 있다. 어디에 발을 걸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C필러 끝으로 조그만 쪽창도 만들어 넣어 시야를 틔웠다. 팔걸이는 시트 사이에 집어넣어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보면 이른바 ‘벙커 뷰’가 펼쳐진다. 룸미러 테두리에 차의 실내가 비치는 것. 낮게 내려가는 지붕이 룸미러 윗부분을 덮고, 아래는 리어시트 헤드레스트가 걸린다. 동굴 혹은 벙커 깊숙하게 앉아 바깥을 내다보는 기분이다. 그래도 필요한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람다 3.3GDi 엔진은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0kgm의 힘을 낸다. 290마력.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이면 120% 힘을 체감한다. 속도계 바늘이 주춤거리지 않고 빠르게 치솟는다. 엔진은 회전수를 올리며 6,500부터 시작하는 레드존을 거침없이 침범한다. 그 재미에 빠지면 순식간에 한계 속도에 이른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시속 100km에 크루즈컨트롤을 세팅했다. 차간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다. 계기판의 메뉴 선택을 통해 ASCC 반응 정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새롭다. 내비게이션 정보와 연동해 고속도로 안전구간, 즉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제한속도를 넘기면 자동으로 감속하는 ‘고속도로 자동 감속 기능’도 있다.

100km/h에서 rpm은 1,700을 마크한다. 정속주행 상태에서는 노멀모드와 스포츠모드의 rpm 차이는 없다.

킥다운 반응이 재미있다. 변속레버 D에서 킥다운을 하면 속도 범위에서 가능한 가장 낮은 단수로 내려간다. 시속 100km라면 8단에서 3단으로 직행한다. 수동변속 모드에서는 킥다운을 해도 rpm만 올라갈 뿐 변속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동 모드니까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는 국산차 중에선 K7이 처음 사용한다. 오일펌프 용량을 줄이고 변속기 윤활량을 최적화해 좁은 공간에 8단 변속기를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변속반응은 빠르고 쇼크도 신경을 써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시속 100km에서는 3단에서 8단이 커버한다. 변속할 때마다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에서부터 긴장감 풀린 느슨함까지 여러 얼굴을 드러낸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 4개 모드가 있다. 각각의 차이가 미세하게 다르다. 에코와 스포츠모드는 확연하게 다른 반응을 보인다. 에코모드에서도 엔진 스톱은 없다.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이 아예 없는 것. 의외다.

핸들은 2.8회전한다. 날렵한 조향비를 노린 세팅이다. 차급에 맞게 조금 묵직한 느낌의 스티어링휠이다. 조향반응은 정확했다. 편안한 승차감을 보이지만 급차선 변경 혹은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 하체가 단단히 차체를 받아준다. 노면 충격을 받을 때에도 잔진동을 남기지 않고 한 번에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브레이크는 반응이 조금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핸들을 잡고 반환점의 언덕을 내려와 신호 대기를 위해 브레이크를 처음 제대로 밟았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생각보다 빠르게 브레이크가 반응하는, 조금 어색한 느낌? 하지만 사람의 몸은 그런 느낌에 빠르게 반응하고, 무의식중에 그런 특성에 맞춰 조작하게 마련이다. 처음 느꼈던 브레이크의 이질감은 곧 사라졌고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메이커가 밝힌 K7의 복합연비는 19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으로 9.7km/L로 4등급이다. 높은 rpm을 주로 사용하고 수시로 가속과 감속을 이어가며 시승하는 바람에 실제 연비는 8km/L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스포츠 모드를 피하고 편안하게 운전한다면 메이커가 밝힌 이 차의 복합연비 수준은 일반 운전자도 충분히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개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입체적이다. 소리의 풍부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소리가 커지는 고속주행시에 오디오 소리를 높여 음악을 들으며 운전에 집중하면 머릿속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도로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중독성이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풀 컬러로 표시된다. 같은 내용을 담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지만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제작하는 학생이 있고, 어수선하게 그냥 정보를 늘어놓는 학생이 있다. K7은 전자다.

차선이탈 경보시스템은 턴 시그널을 넣지 않고 차선을 넘을 때 경고음을 내는 정도다. 차선 변경을 자주하는 운전자라면 ‘삑’ 하는 경고음이 귀찮을 수도 있겠다. 귀찮으면 차선변경을 자제하고 규칙대로 하면 된다. 그게 차선이탈경보 시스템의 취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그 기능을 꺼버리게 된다. 아이러니다.

만듦새도 꼼꼼하고 야무지다. 실내 지붕이 앞창과 만나는 부분을 잘 마무리했다. 살짝 떠 있기는 하지만 재질의 단면이 드러나지 않고 틈새도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차들이 맨 철판을 그냥 드러내는 트렁크 윗부분까지 커버를 덮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했다. 고급차의 기본을 아는 차다.

올 뉴 K7의 2.4 가솔린 모델과 2.2 디젤 모델은 ▲프레스티지 단일 트림으로, 3.3 가솔린 모델은 ▲노블레스 ▲노블레스 스페셜 등 2개 트림으로 각각 운영된다.

판매가격은 ▲2.4 가솔린 모델이 ‘프레스티지’ 3,090만원 (내비게이션 미적용시 3,010만원) ▲2.2 디젤 모델이 ‘프레스티지’ 3,370만원 (내비게이션 미적용시 3,290만원) ▲3.3 가솔린 모델이 ‘노블레스’ 3,49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3,920만원 ▲3.0 LPG 택시 모델이 ‘디럭스’ 2,495만원, ‘럭셔리’ 2,765만원 ▲3.0 LPG 렌터카 모델이 ‘럭셔리’ 2,650만원, ‘프레스티지’ 3,0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릎이 가 닿는 곳에서 센터페시아의 끝 부분이 자리했다. 부딪힐 때 아프다. 딱딱한 재질을 쓴 탓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지지하기 위해 무릎을 갖다 대면 압박감이 크다. 센터페시아 끝을 조금 더 아래로 끌어 내리고 부드러운 소재로 바꿨으면 좋겠다.
5,000rpm 전후로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변속레버를 통해 자잘한 진동이 전해온다. 수동모드에서는 손이 자주 가는 부분인데 전해오는 진동이 거슬린다. 고급감이 중요한 준대형 세단인 만큼 변속기 레버에서 전해지는 불쾌한 잔진동은 제거하는 게 맞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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