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하늘은 언제나 그렇듯 파랗다. 지붕을 연다. 단단한 지붕이 틈새를 보이며 갈라진다. 그 틈새로 파란 하늘이 쏟아진다. BMW 428i 컨버터블이다. 2도어 쿠페 스타일의 보디가 컨버터블로 탈바꿈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하늘은 차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3시리즈를 바탕으로 진화한 4시리즈 쿠페가 다시 컨버터블로 가지를 뻗었다. 변화무쌍한 라인업의 끝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빈틈없는 BMW의 라인업에 또 하나의 틈새 모델이 추가된 것. BMW의 화려한 라인업은 촘촘히 짜인 그물이다. 소비자들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
국내에 출시한 모델은 뉴 428i 컨버터블 M 스포츠 패키지다.
길이 4638mm, 너비 1,825mm, 높이 1,384mm에 휠베이스는 2810mm다. 428i 쿠페와 길이와 너비는 같고 22mm높다.
4인승으로 뒷좌석에 2명이 앉을 수 있다. 넓게 열리는 도어를 열고 시트를 젖혀 뒷좌석으로 들어가면 된다.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도 2인승에 비해 4인승이 주는 여유는 크다.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알루미늄 트림과 빨간색 다코타 가죽 시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사스럽지 않은 인테리어. 출발하기도 전에 맥박이 빨라진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쁘다. 지붕을 벗기고 보란 듯이 달리고 싶은 마음에 몸이 뜨거워진다.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운전석에 앉는 것 만으로도 흥분된다.
트렁크 공간은 좁다. 하드탑 컨버터블이라 당연하지만 막상 짐을 싣기 위해 열어보면 “쩝” 하고 입맛을 다시게 된다. 하드탑을 닫았을 시 트렁크 적재 공간은 370ℓ, 탑을 열면 220ℓ가 된다. 좁은 공간은 그러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로딩 어시스턴스 기능 덕이다. 버튼을 눌러 트렁크에 수납된 하드탑 부분을 올리면 트렁크 안쪽까지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는 것. 트렁크 공간과 통하는 뒷좌석 가운데 구멍을 열면 4명이 탑승한 상태에서도 스키나 보드 등을 실을 수 있다. 제한된 공간을 120% 넓게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1,997cc 엔진에 8단 변속기가 물려 최고출력 245마력의 힘을 낸다. 2.0 이라는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은 강한 파워를 만들어내는 비결은 트윈터보다. 1,250~4,8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 35.7kgm를 뽑아낸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최대토크가 나온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디젤엔진의 특성을 가솔린 엔진이 구현하고 있는 것. 토크 곡선만으로 보면 디젤엔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제법 빠르다. 메이커 발표에 따르면 정시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6.4초에 불과하다. 후륜구동의 안정감에 스포츠카 수준의 순발력을 가졌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아 밀고나가면 레드존인 7,000rpm 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힘을 느낀다. 시트가 몸을 밀고 가는 가속감을 체감할 수 있다. 엔진은 7,000rpm까지 치솟는다.
컨버터블에 바람소리가 문제될 건 없다. 그 조차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지붕을 닫으면 바람소리는 엔진 소리와 어우러지며 들리는지 마는지 모를 정도다. 속도를 높이면 바람소리가 조금 더 커지는데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지붕을 열면 바람이 온 몸에 닿는다. 뒤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디플렉터를 달면 실내가 조금 더 편안해진다. 하드탑은 18km/h 이하의 속도에서 버튼 하나로 작동된다. 개폐 시간은 20초.
뒷좌석 뒤쪽으로는 롤오버 바가 숨겨져 있다. 2개의 거대한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롤오버 바는 차량 전복 등 위기 상황에서 0.2초 이내에 튀어 올라 안전공간을 확보해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는 뒤통수 부분에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넥 워머다. 뒤통수는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곳이다. 이곳이 따뜻하면 조금 차가운 날씨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바로 그곳으로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것. 한겨울에도 용감하게 지붕을 열어볼 수 있겠다.
안전띠와의 포옹은 인상적이다. 안전띠를 메면 몸을 꽉 조였다 풀어진다. 차가 조금 불안정한 상태가 될 때에도 안전띠가 몸을 잡아준다. 몸을 꽉 안아주며 포옹하는 느낌이다. 차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 보호 받는다는 느낌. 참 인상적이다.
지붕을 열었다면 빨리 달리기보다 적당한 속도를 즐기며 창밖 풍경과 몸을 씻기는 바람, 그리고 뭇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달리는 게 좋다. 다행히 지붕을 열면 시속 120km 전후의 속도에서도 150km/h, 혹은 그 이상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또한 컨버터블의 장점이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 전후를 유지한다. 대단히 잔잔한 엔진이다. 8단 변속기가 엔진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덕분이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옮기면 약 500rpm 가량 상승한다. 엔진 사운드도 조금 더 사납게 변한다.
에코 모드에선 조금 헐겁다. 가속페달을 툭 툭 쳐도 차체는 크게 반응이 없다. 그냥 달리던 데로 달릴 뿐이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에선 대단히 예민해진다. 가속페달을 툭 치면 즉각적으로 거친 반응이 나타난다. 건들기만 하면 다 때려잡겠다는 파이터의 반응을 닮았다.
주행모드는 모두 다섯 단계로 나뉜다. 스포츠 플러스, 스포츠, 컴포트, 에코, 에코 프로 등이다. 각 단계의 미묘한 변화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지만 스포츠 플러스의 단단하고 강한 느낌은 몸이 먼저 느낀다.
타이어 사이즈는 앞뒤가 다르다. 조향 바퀴인 앞이 225/45R18, 구동바퀴인 뒤는 25540R18이다. 당연히 런플랫 타이어로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손에 꽉 차게 쥐어지는 스티어링 휠은 굵다. 완전히 감으면 2.2회전한다. 아주 예민한 핸들이다. 단단한 타이어, 예민한 스티어링이 만들어내는 코너에서의 턴은 나무랄데가 없다. 단단하고 정확한 턴이다.
내비게이션은 선명하고 터치패드가 가능해 편했다. i 드라이브 컨트롤러를 통해 한글과 영어를 손으로 써도 인식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을 참 편하게 해준다. 속도를 표시해주고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속도계를 찾고 내비게이션 보느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앞을 보며 운전하면 모든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도 카 오디오는 계속 음악을 토해낸다. 리모컨 키로 잠금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소리가 사라진다. 지붕을 닫으면 쿠페, 열면 컨버터블로 변신한다. 쿠페와 컨버터블, 두 대 몫을 한다. 차 두 대를 사는 셈이다. 복합 연비는 10.9km/L로 4등급에 해당한다. 판매가격은 7,030만원.
지붕을 닫는다. 언제나 그렇듯 무심히 파란 5월의 하늘을 지붕이 가린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은 거칠다. 시동이 꺼지면 핸들도 무거워진다. 핸들을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밟은 압력이 조금만 변해도 바로 시동이 걸린다. 불편하다.
급제동을 하면 윈드 디플렉터를 숨겨두는 뒷좌석 뒤편의 가림막이 툭하고 떨어진다. 쉽고 편하게 조작하는 것과 헐겁고 느슨하게 물리는 것은 서로 다른 얘기다.
시승/ 오종훈 yes@autodiary.kr
사진/ 박창완 pcw2170@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