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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이 BMW를 닮았다” 욕이야 칭찬이야?

곧 판매를 시작할 기아차의 K9이 BMW5 시리즈를 닮았다는 지적이 많지요. 이에대해 기아차 고위 임원이 서로 엇갈린 대답을 내놔 주목을 끌었습니다. 지난 29일 열린 기아차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였습니다.

BMW와 닮았다는 지적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질문에 디자인을 총괄하는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곧이어 마케팅실 서춘관 상무는 “닮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K9 디자인을 두고 기아차 고위 임원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은 것이지요.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이 닮았다는 것은 치욕일 수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이어야하는 디자인이 먼저 나온 다른 차와 닮았다는 것은 디자인을 베꼈다는 지적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의 말은 이랬습니다. “비례, 고급스러운 표면처리 등 유럽 느낌이 나는 프리미엄카로 (K9을) 만들었다. K9은 굉장히 유럽스러운 BMW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닮았다는 말 자체를 칭찬으로 느낀다”는 것이지요. 이어서 그는 K9이 “수입차 같다. 디자인 품질이 매우 높다. 정말 훌륭하게 멋진 세단을 구현한 결과물이다. 이는 굉장히 많은 경험과 기술, 세단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결과”라고 부연설명 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K9을 유러피언 프리미엄 세단처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디자인이 닮았다는 건, 특히 그 차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로서는 치욕일 수 있는데 피터 부사장은 오히려 당당히 이를 인정하고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지적을 받아들이는 열린자세라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자동차 선진국으로 자부하는 유럽인의 자부심으로 봐야할까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대답을 듣고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기대했던 대답은 기아차 마케팅실의 서춘관 상무에게서 나왔습니다. 서 상무는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닮았다고 볼 수 있지만 K9이 BMW와 닮았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피터 부사장의 대답에 이어 서상무가 마이크를 잡고 대답한 것이지요. 기아차가 만든 대형 세단 K9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 있는 대답이었습니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자적인 디자인의 K9임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지요.

뉘앙스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통역을 통해 질문과 답이 오가다보니 정확한 의미전달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지요. 디자인 즉 생김새가 닮았다는 지적을 했는데 디자인 품질, 제작 기술 등 포괄적인 의미에서 K9이 BMW로 대표되는 유럽 고급세단의 품질 수준에 도달했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이지요. 분명한 것은 BMW와 닮았다는 것에 대해 디자인 책임자가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같은 논란을 의도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K9으로서도 그리 나쁠 것 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BMW 5시리즈의 이미지가 워낙 좋고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그런 차를 닮았다는 게 기분 나쁜일은 아니지요.

서상무와 슈라이어 부사장이 서로 말을 바꿔서 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랬다면 디자이너의 자존심도 세우고 마케터의 노련미도 더 돋보였을 텐데 말입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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