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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형 모델이 벌써? 너무 심하다

2012년이 시작한 지 정확히 38일 만에 2013년형 모델이 나왔다.

기아차가 2월 7일 2013년형 K5를 발표했다. 신형 누우 엔진을 얹어 ‘2013년 형’으로 내놓은 것이다. 같은 누우 엔진을 장착한 쏘나타는 하루 전인 2월 6일 ‘쏘나타 상품개선 모델’로 소개했다. K5와 쏘나타는 똑 같이 신형 누우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선보이면서 기아차는 ‘2013년 형’으로 현대차는 ‘상품개선 모델’로 이름을 지은 것.기아차의 2012년은 38일 만에 끝이 난 셈이다.

올해엔 기아차가 선수를 쳤지만 뒤를 돌아보면 현대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는 2010년 4월 1일에 2011년형 투싼ix를, 2011년 3월 7일에는 2012년형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발표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가 한 해를 일찍 살아가는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신년 모델을 내놓은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 2011년형이 나온 2010년엔 4월에, 2012년형이 나온 2011년엔 3월, 그리고 2013년형을 내놓은 올해엔 2월로, 이어모델 발표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내년 모델을 한 해 먼저 내놓는 것은 사실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하반기에 접어들거나 연말에 내년도 모델을 내놓으며 ‘최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일찍 다음해 모델을 내놓다보니 급기야 새해가 시작해 한 달 지난 2월 초에 다음해 새 모델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엔 1월에 2014년형이 나올지 모른다. 새해 벽두부터 한 해를 건너뛰는 셈이다. 조금 더 시간이 가면 아예 2년을 건너뛸지도 모르겠다.

이어모델 인플레이션이 이처럼 점점 심해지는 것은 문제다. 2012년에 출시하는 차를 2013년형으로 이름 짓는 것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일이다. 과장이나 미화를 넘어 거짓말일 수도 있는 표현이다. 늘 그래왔으니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다.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새해 벽두에 이듬해 모델을 발표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메이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수십종의 라인업을 거느린 회사 입장에서는 각 모델들의 출시시기를 맞추다보면 일 년 열두달이 부족할 것이다. 각 모델마다 이어모델을 내놓다보면 매달 두세종의 이어모델을 발표해야 한다.

그래도 소비자가 먼저다. 소비자들이 헛갈릴 수 있고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연식 표기는 조심해야 한다. 메이커가 말하는 2013년형 모델을 사도 자동차 등록증에는 출고날짜를 기준으로 2012년식으로 표기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찜찜한 일이다. 사기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제 소비자 기준으로 판단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게 맞다. 자동차 연식표기 인플레이션은 이제 자제되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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