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시작한 지 정확히 38일 만에 2013년형 모델이 나왔다.
올해엔 기아차가 선수를 쳤지만 뒤를 돌아보면 현대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는 2010년 4월 1일에 2011년형 투싼ix를, 2011년 3월 7일에는 2012년형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발표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가 한 해를 일찍 살아가는 셈이다. 눈길을 끄는 건 신년 모델을 내놓은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 2011년형이 나온 2010년엔 4월에, 2012년형이 나온 2011년엔 3월, 그리고 2013년형을 내놓은 올해엔 2월로, 이어모델 발표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내년 모델을 한 해 먼저 내놓는 것은 사실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하반기에 접어들거나 연말에 내년도 모델을 내놓으며 ‘최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일찍 다음해 모델을 내놓다보니 급기야 새해가 시작해 한 달 지난 2월 초에 다음해 새 모델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엔 1월에 2014년형이 나올지 모른다. 새해 벽두부터 한 해를 건너뛰는 셈이다. 조금 더 시간이 가면 아예 2년을 건너뛸지도 모르겠다.
이어모델 인플레이션이 이처럼 점점 심해지는 것은 문제다. 2012년에 출시하는 차를 2013년형으로 이름 짓는 것은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일이다. 과장이나 미화를 넘어 거짓말일 수도 있는 표현이다. 늘 그래왔으니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다.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새해 벽두에 이듬해 모델을 발표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메이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다. 수십종의 라인업을 거느린 회사 입장에서는 각 모델들의 출시시기를 맞추다보면 일 년 열두달이 부족할 것이다. 각 모델마다 이어모델을 내놓다보면 매달 두세종의 이어모델을 발표해야 한다.
그래도 소비자가 먼저다. 소비자들이 헛갈릴 수 있고 잘못 이해할 수 있는 연식 표기는 조심해야 한다. 메이커가 말하는 2013년형 모델을 사도 자동차 등록증에는 출고날짜를 기준으로 2012년식으로 표기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찜찜한 일이다. 사기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제 소비자 기준으로 판단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게 맞다. 자동차 연식표기 인플레이션은 이제 자제되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