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컨버터블 JCW가한국에 왔다. 존 쿠퍼 웍스가 튜닝한 미니 컨버터블이다. 미니 쿠퍼S 컨버터블의 고성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차다.

운전석에 앉으면 동그라미의 나라에 들어온 느낌이다. 모든 계기판, 스위치가 동그라미다. 눈이 닿는 곳마다 원이다. 차분히 정돈된 분위기가 아니다. 자유분방, 재기발랄함이 넘쳐 붕붕 뜬 느낌이다. BMW 코리아가 미니 JCW를 발표한 장소는 서울 강남의 잘 나가는 한 클럽이다. ‘클럽’에서 이 차를 발표한 건 잘한 일이다. 지붕을 열면 그런 느낌이 훨씬 더해진다. 클럽에 와있는 듯, 파티를 즐기는 듯 한 분위기다.

차 옆에 큼직하게 쓰여진 37이라는 숫자는 미니JCW가 자동차 경주에서 첫 우승을 할 때 붙였던 번호다. 이를 기념해 미니 JCW에는 37이라는 번호가 쓰여진다. 보디 옆면을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고양이 발톱이 드러나 있다. 숨겨진 야성을 살짝 암시하는 장치다.

디자인은 미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미니의 디자인은 열린 조직의 힘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디자인을 오케이하고 받아들이고 출시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인테리어가 그렇다. 벽시계 같은 큰 속도계를 한 가운데 떡하니 달아놓고 실제로 출시를 할 수 있다는 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개방된 조직의 역량 없이는 불가능인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트윈스크롤 터보차저에 직분사 엔진은 192마력의 힘을 낸다. 출력만 놓고 보면 그리 큰 엔진이 아니지만 달려보면 만만치 않은 힘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키는 작아도 힘 좀 쓰는’ 그런 친구다. JCW가 작업한 고성능 튜닝모델이다. 시동을 켜면 핸들에 붙은 LED 램프가 마치 나이트 클럽의 사이키 조명처럼 정신없이 깜빡인다. 시프트 인티케이터다. 변속시점을 알려주는 장치. 핸들에는 패들시프트가 있다. 누르면 다운, 올리면 업이다. 변속레버의 시프트 방향은 BMW의 그것과 동일하다. 위로 올리면 시프트 다운, 밑으로 내리면 시프트 업이다.

100에서 rpm은 2000이다. 계기판은 rpm이 중앙에 있다. 속도계보다 rpm게이지를 보며 운전하라는 뜻이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유도하는 배치다. 속도계는 센터페시아 가운데로 크게 위치했다. 마치 거실 한 가운데 커다란 벽시계를 매달아 놓을 것 처럼 탑승객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속도계가 있다. 속도에 대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다. 어른들 모시고 타면 속도 좀 줄이라는 잔소리를 각오해야 하겠다.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은 어쨌든 안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강조된 모습이다. 차의 전체적인 비례로 보면 휠이 엄청 큰 편이다. 흡배기 시스템을 조절해 좀 더 강한 힘을 뽑아내도록 튜닝된 게 바로 JCW 모델이다.

도로의 소음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차창을 올리면 그런대로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실내 공간이 확보된다. 지붕을 닫아도 그리 조용하지는 않다. 소프트탑인 이유도 있지만 원래 미니가 꼼꼼하게 소음을 잡아주는 차가 아니다. 덜렁거리는 말광량이 아가씨같은 차다.

192마력의 힘은 거침없이 차체를 끌고 달린다. 거침없는 맛이 다이내믹하다. 제대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시속 100km 에서도 제법 빠른 속도감이다. 체감속도는 훨씬 높다.

계측기를 이용해 제로백 성능을 체크했다. 7.76초만에118.15m를 달려 시속 100km를 돌파한 게 최고기록이다. 메이커 발표치는 7.3초다. 일반 도로에서 측정한데다 운전 실력도 모자란 탓에 메이커 발표 기록보다 늦었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도 이 정도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기록이다.

브레이크 성능도 측정했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해서 제동 시간과 거리를 체크했다. 시속 100km에서 3.99초 만에 44.81m를 더 달려 차는 완전히 정지했다. 가속감과 고속주행 안정감은 탁월하다. 기속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이 좋다. 넉넉한 힘에 가벼운 차체가 어울려 스포츠카 버금가는 성능을 보인다.

적당히 들리는 엔진음, 가속 밟으면 조금 굵어지고 킥다운을 하면 거친 소리를 드러내며 질주본능을 보여준다. 엔진은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드러낸다. 솔직한 엔진이다.

1950-60년대 명성을 날렸던 레이싱 전문업체. 컨스트럭터스 부문 우승을 하고 미니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하기도 했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공동된 기억이 아니어서다. 월드컵의 기억을 공유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2002년 월드컵은 두고 두고 뜨거운 감동으로 남지만 영국 사람들은 우리가 느끼는 감동을 공유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다. JCW에 대한 느낌이 영국에서와 한국이 같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가슴 뛰는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은 매우 뛰어나다. 짧은 차는 고속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게 상식인데 이 차는 그런 상식을 뛰어 넘는다. 작은 사이즈임에도 중저속으로 달릴 때보다 고속에서 오히려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바람 소리를 제외하면 고속주행이 아무런 부담이 없다. 튜닝을 통해서 다듬어진 성능이 고속에서 탁월하게 빛을 발한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칭찬할만하다.

잘 달리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잘 서기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잘달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브레이크는 정확하게 작동한다. 꽤 빠른 속도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흔들리지 않고 잘 선다.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은 잘 작동한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같이 밟았을 때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급가속 등의 상태에서 차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있는 장치다.

존 쿠퍼웍스가 다듬은 미니 쿠퍼S는 넘치는 힘과 탁월한 고속주행성능이 단연 돋보인다. 어수선한 인테리어가 이 차의 장점을 깎아내리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이 차는 ‘주위가 어수선한 말괄량이 천재 같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지붕을 여는 동안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했다. 불편하다. 원터치로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소프트톱을 손으로 열어 고정시켜야 하는 것에 비하면 전동식 소프트탑이 훨씬 편하지만 간사한 운전자는 더 편한 방법을 원하게 마련이다. 두터운 C 필러는 시야를 막는다. 방향 전환이차 차선 변경을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뒤를 보려할 때 C필러는 벽처럼 시선을 가린다. 컨버터블 방식이어서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시선이 막혀 답답한 기분은 별로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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