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쉐보레 볼트를 들여와 27일 시승행사를 열었다. 국내 판매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 않지만 지엠의 기술을 뽐내고 한국에서의 운행 가능성, 시장의 반응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시험 주행용으로 들여온 것. 2km를 조금 넘는 인천 청라주행시험장을 달려보는 자리였다. 쉐보레 볼트와 함께 크루즈 전기차도 함께 동원됐다.

쉐보레 볼트는 엔진을 장착한 전기차다. 엔진을 장착했지만 그 엔진은 차를 구동하기 위한 엔진이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엔진이다. 엔진을 가진 볼트가 하이브리드카가 아닌 전기차로 불리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조금 더 진화한 하이브리드카’로 볼트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전기차를 자처하는 볼트가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다시 1.4리터 엔진을 추가한 것은 장거리 운행을 위해서다. 배터리의 한계로 1회주행시 주행가능 거리가 100~160km에 그친다는 게 전기차의 최대 약점. 이 때문에 전기차는 수백km 이상을 달려야 할 때 부담이 크다. 볼트는 엔진을 얹어 이를 해결했다. 16kwh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기와 엔진으로 발전한 전기를 이용해 갈 수 있는 최대거리는 610km. 처음 80km까지는 배출가스 없이 완전히 전기로 움직이고 이후는 엔진이 구동한다.

재미있는 것은볼트 구매자들이 주유소를 거의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름을 한 번 넣은 뒤 다시 주유소를 찾기까지 평균 800마일을 운행했다는 것. 대부분 단거리 운전을 통해 기름 소비를 거의 하지 않고 전기만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240V 전원을 이용하면 약 4시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가 소진된 후에는 차량 내 장착된 1.4리터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를 가동시켜 발생한 전기로 전기 운행 장치를 구동해 추가 주행이 가능하다. 메이커가 밝힌 볼트의 제로백 도달 시간은 약 9초, 최고 속도는161km/h다. 속도를 높일수록 가속은 더디게 진행된다. 청라 주행시험장에서 최고시속은 150km 정도였다. 이후 160km/h까지 가속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차를 구동하는 전기모터는 이론상 순간적으로 회전수를 크게 높일 수 있어 가속력이 좋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솔린 차보다 나아보이지는 않았다. 볼트와 함께 동원된 크루즈의 가속감이 오히려 전기차 다웠다. 가속할 때 힘이 훨씬 더 강했다. 역시 고속에서의 한계는 있었지만 시속 100km 전후까지 가속하는 힘은 크루즈가 훨씬 나았다.

조용했다. 중저속에서는 전기차의 특성인 조용함이 인상적이다. 출발할 때 전기 모터가 움직이는 ‘윙~’하는 소리를 들으면 지하철의 느낌이 난다.전기차의 조용함은 고속에서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한다. 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대신 바람소리와 노면 잡소리가 좀 더 도드라지게 들리기 때문이다. 애플 컴퓨터를 연상시키는 흰색 고광택 센터페시아는 마치 전기제품을 닮았다. 터치 버튼도 인상적이다. 자동차가 아닌 컴퓨터나 가전제품의 버튼을 누르는 기분이다.

볼트에는 변속기가 없다. 엔진은 발전기로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변속레버는 D와 R,그리고 엔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B 레인지가 있다.토요타 프리우스의 변속레버와 많이 닮았다.

크루즈 전기차는 국내에서 개발된 기존의 저속 전기차 및 경소형 전기차와는 달리 국내 최초의 준중형급 고속 전기자동차로, 31kWh배터리를 탑재, 최대 구동 출력 150kW 자랑한다. 또한, 최고 속도가 165km/h에 이르며, 1회 충전으로 160km주행이 가능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고속 전기자동차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한국지엠은 지난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행사운영 차량으로 크루즈 전기차 10대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및 서울시에 제공한 바 있다.

전기차는 절대적으로 배터리의 성능에 의존한다. 문제는 배터리가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 날씨가 추운 혹한기에는 배터리 자체의 성능이 크게 떨어지고, 날씨가 더운 혹서기에는 에어컨을 쓰기 위해 배터리 전기의 상당부분을 빼앗긴다. 볼트의 배터리에는 별도의 냉각시스템이 적용돼 늘 적정온도를 유지한다는 게 지엠측 설명이다. 외기온도에 상관없이 늘 일정한 성능을 내는 배터리를 가졌다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과장일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영하 20~30도에서도 쿨링팬의 영향으로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는 배터리라면 그야말로 대단한 성능이다. 하지만 그런 수준을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배터리의 내구성도 문제다. 시간이 갈수록 제 성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노트북 배터리나 전기차 배터리나 대동소이할 것이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는 배터리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또한 중요한 문제가 된다.배터리 기술이 얼마만큼 발전하는가 하는 문제가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다.

어쨌든 볼트가 한국을 찾아 인사를 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가 블루온으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한국지엠이 쉐보레 볼트와 크루즈로 바람몰이에 나서는 형국이다. 전기차 시대가 멀지 않은 느낌이다.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올 전기차들이 한국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셈이다.

인천= 글/사진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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