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를 만날 땐 괜히 즐겁다. 예쁜 디자인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 같은 디자인을 단순히 예쁘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장난기 가득하고 유머가 있고 때로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고집’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미니를 다시 만났다. 시승모델은 미니 쿠퍼S 클럽맨 JCW다.
참 긴 이름이다. 이름의 순서도 사실은 헷갈린다. 클럽맨 JCW인지, JCW 클럽맨인지, 쿠퍼 S는 정확하게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 하나하나의 음절이 무얼 뜻하는지는 알아야 미니를 안다고 할 수 있다. 이 차의 특성이 사실은 이 짧지 않은 이름 안에 다 녹아 있음을 아는 이들은 안다.
미니는 차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작은 차다. 그런 차를 크게 만들어 공간을 넓힌 모델이 클럽맨이다. 3도어에 2개의 리어게이트가 있다. 겉에서 보면 2도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수석 도어를 열면 그 뒤로 작은 문이 숨어있다. 그래서 운전석은 도어가 하나지만 조수석은 두 개가 된다. 미니다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구성이다.
11개의 LED 램프가 핸들 가운데 자리해 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램프가 사이키 조명처럼 번쩍이며 시프트 업하라고 난리 부르스를 춘다.
클럽맨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공간활용성이다. 이전 미니의 어쩔 수 없는 공간의 제약을 재미있고 재치있게 풀어냈다. 뒷좌석과 적재공간의 부족을 유머와 위트가 넘치게 해결했다. 미니다운 익살이 곳곳에 배어있다.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한 자동차라 인테리어에서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유머가 없으면 미니가 아니다. 미니 말고 어떤 브랜드가 이런 차를 만들 수 있을까.
옆구리에 자리한 37이라는 넘버는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말해주는 숫자다. 미니가 레이싱카로 처음 우승 했던 경기의 엔트리 넘버를 가져온 것이다. 그 아래로 살짝 숨겨진듯 드러난 고양이 발톱은 유머스럽다.
블랙 필러는 통유리로 전후좌우를 커버한 듯 한 착시를 불러온다. 이 같은 착시가 작은차의 왜소함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효과를 낸다. 기아차 쏘울이 닮고 싶어했던 부분이다.
기존 미니가 재미있지만 작아서 불편했다면 클럽맨은 그런 불편함을 해소한 차다. 옆구리에 문을 하나 더 만들고 뒷트렁크를 넓혀 작은 미니가 아닌 중형급 ‘미디움’ 정도로 차체를 키웠다. 여기에 더해 미니 라인업에서 고성능 버전인 쿠퍼 S를 다시 JCW 튜닝으로 더 업그레이드 했다.
체감 속도는 높다. 차체가 에어로다이내믹 형상이 아니라 바람 소리가 꽤 들린다. 바로 이 때문에 몸이 느끼는 속도감은 실제속도를 웃돈다. 속도를 높일수록 바람소리는 거세진다. 운전도 재미있다. 스티어링 휠은 타이트하게 차체를 컨트롤한다.
미니의 깨는 인테리어는 화제다. 미니가 아니었다면 이런 디자인을 할 메이커는 없다. 보란듯이 벽시계같은 속도계를 센터페시아 한 가운데 배치했다. 알피엠 게이지는 계기판 한 가운데 배치했고 좌측엔 토크를 백분율로 보여주는 토크 게이지가 자리했다. 우측은 냉각수 온도게가 있다. 평소 운전할 때는 속도보다 알피엠과 토크 위주로 운전하라는 뜻이 숨어있는 배치다.
차체는 안정적이지 않다. 거칠다. 때로는 짜증날 정도로 거칠 때가 있다. 작은 차라서 흔들림에 약할 뿐 아니라 고성능으로 튜닝하느라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만들어 서행할 때 노면 충격이 크게 전달된다. 저속에서의 불편함은 고속에서의 짜릿함으로 보답한다. 150km/h 이상으로 고속질주를 할 때면 시내에서 40-50km/h로 기어다닐 때보다도 차체가 훨씬 더 편안해진다. 서행할 땐 온몸을 비비꼬다가 고속주행을 시작하며 몸이 풀리며 안정을 찾는 질주본능이 있는 차다.
코너는 재미있게 탈 수 있다. 짧은 차가 코너에 강한 법. 어지간한 코너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돌아나간다. JCW 튜닝이 맛을 코너에서 느낀다.
레이싱용 버킷 시트는 몸을 잘 지탱한다. 옆구리와 허벅지 제대로 받쳐줘 차의 안정성까지도 개선시킨다. 코너에서 정확하게 몸을 지지해 코너링 성능에도 보탬이 된다. 운전자의 몸이 안정적이면 차는 좀 더 적극적으로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6단 변속기를 장착해 시속 100에서 2,000 정도의 알피엠을 보인다. 5단 2,500, 4단 3,500, 3단 4,800 rpm을 각각 마크한다. 급출발해도 타이어 슬립은 일어나지 않는다. 확실하게 구동력을 제어하고 있다.0-100km/h 가속 테스트 결과는 7.65초.시속 180km를 끊는데에는 28.49초, 1003.71m가 걸렸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은 2.84초, 정지 거리는 39.09초였다.
고속주행을 할 때 가속이 더뎌지는 것은 순리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가속감은 차의 스펙에 비해 야무지다.
작지만 공간 활용성은 중형세단 이상이다. 머리 윗 공간, 운전석 공간은 충분하다. 뒷좌석도 여유있는 공간을 확보했다.거듭 미니의 상상력과 유머에 놀라게 된다. 자신감과 철학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차다. 베끼고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라 강한 개성과 고집이 살아있는 차다. 그래서 다른 차들이 베끼기 조차 쉽지 않다.
미니 쿠퍼 S 클럽맨 JCW는 미니의 개성강한 디자인, JCW의 고성능, 클럽맨의 공간활용성이 잘 어울리며 유기적으로 조합된 모델이다. 미니의 라인업이 여러 요소를 배합해 제각각 특색있는 차를 만들어내는 것. 더 커진 미니 클럽맨 역시 미니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거친 승차감은 늘 아쉽다. 노면진동 거친길을 지날 때 충격과 진동의 수준이 일반 세단보다 거칠다.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이 차를 즐겼으면 좋겠다. 거친 반응이 싫어 차라리 고속질주를 하게 된다.
엔진형식 직렬4기통최고출력 (마력/rpm) 192/5,500최대토크 (kg.m/rpm) 27.6/ 1,750~5,000구동방식 FF트랜스미션 6단AT0-100km/h (초) 7.3최고속도(km/h) 227타이어 205/45R17연비 km/L 12.1길이x너비x높이 (mm) 3,958×1,683×1,432승차정원 5가격 (만원) 4,780시승/글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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