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대우의 브랜드 전략이 혼란스럽다.
지엠대우, 시보레, 알페온 3개 브랜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마이크 아카몬 지엠대우 사장이 부산모터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시보레 도입에 맞춰 지엠대우 브랜드를 폐지할 것인가가 관심이었는데 지엠대우를 살려두기로 했다는 게 요지다. 3개 브랜드를 지엠대우 전시장에서 모두 판매할 계획이라고그는 말했다. 아카몬 사장이 지엠대우의 브랜드 전략을 명쾌하게 밝힐 것이란기대와 달리 어중간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지엠대우 브랜드 전략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알페온까지 3개 브랜드라고 지엠대우측은 강조하지만 알페온을 브랜드라 우기는 건 억지다. 알페온은 지엠대우나 시보레 브랜드를 달지 않는다는 것일 뿐 알페온 스스로 브랜드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베리타스도 알페온처럼 브랜드라고 하는데 모델 변경할 때마다 브랜드가 달라지는 건 우습다.
알페온은 뷰익 라크로스를 들여온 모델이다. 뷰익 브랜드의 차를 들여오면서 시보레나 지엠대우 브랜드를 달기가 어색했을 것이라는 지엠대우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겠다.그렇다고 알페온 자체가 브랜드라는 말은 동의하게 힘들다. 베리타스나 알페온은 별도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가 없는 차다. 지엠대우의 브랜드 이미지와 차별해 더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려고 지엠대우 브랜드를 지워버린 것이다. 브랜드 없는 무적 차량이 되어버린 셈이다. “알페온도 브랜드다” 라고 하는 건 억지다.
3개 브랜드를 모두 한 매장에서 판다는 것도 어색하다. 브랜드라는 게 그리 쉽게 만들어지고 지워지고 하는 게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브랜드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코딱지만 한 마크, 그게 어떤 마크냐에 따라 차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각 메이커들이 노력하는 이유다.
토요타는 렉서스라는별도 브랜드를 만들었다.닛산은 인피니티, 혼다는 어큐라라는 또 다른 브랜드를 갖고 있다.BMW에는 미니라는 브랜드가 따로 있고, 피아트는 알파로메오와 란치아를 독립 브랜드로 가지고 있다.지엠도 대표적인 경우다. 캐딜락과 시보레, GMC 등 여러 브랜드가 모여 이름도 ‘제너럴 모터스’다.
같은 메이커의 다른 브랜드는 결코 섞이는 법이 없다. ‘독립’은 브랜드의 전제조건이다. 조직이 다르고 당연히 판매망도 다르게 갖고 간다. 한국에서 이를 무시했던 캐딜락과 사브는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서로 섞이면 브랜드의 생명인 이미지가 희석된다.브랜드가 홀로서야하는 이유다.서정윤의 시 ‘홀로서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지엠대우의 브랜드 전략에 딱 좋은 경구다.
지엠대우와 시보레가 한 매장에서 팔리면 두 브랜드 모두 고유의 이미지를 지키기 어렵게 된다. 그렇고 그런 브랜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지엠대우의 경영진들이 최종 순간에도 과연 그런 선택을 할지 의문이다. 그런 선택을 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경비 절감이라면 이유가 안 된다. 투자를 줄이면 수익도 줄어든다. 브랜드는 투자의 대상이지 경비절감의 대상이어선 곤란하지 않을까. 그것도 브랜드를 새로 도입하는 상황이라면 당장의 수익성은 무시하고 통 큰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지엠대우와 시보레 브랜드 병행은 결국 시간 벌기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엠대우 브랜드가 시들기를 기다리기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는 것이다.지엠대우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되시보레 브랜드의 차들로 신차 라인업을 이어나가면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서는자연스럽게 한 브랜드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당장 지엠대우 브랜드를 접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 이를테면 노조의 저항, 지역사회의 거부감, 소비자의 이탈 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두 브랜드의 병행 판매다. 일단 지엠대우의 사망선고를 늦추는 것은 결국시보레를 도입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우회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엠대우가 완전히 정리되고 시보레가 출발할 것이란 전망은 틀린 것일까? 판단 시점이 늦어졌을 뿐그 전망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엠대우의 브랜드 문제에 여전히 주목하는 이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