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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7 VG270, 이제는 디자인을 뛰어넘는 내실이 필요할 때

기아의 새로운 준대형 세단 K7에 대한 일단의 호응도는 디자인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K7이라는 이름은 지난 1973년 기아의 첫 승용차로 등장한 브리사(라틴어로 ‘산들바람’을 뜻했다) 이후의 모델명에서 어떤 공통점이나 연속성을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생뚱맞아 보인다. 최근의 디자인 변화가 기아차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과 같은 부분을 포함해서, 말하자면 브랜드 철학과 같은. 오늘 만난 기아 K7은 VG270 럭셔리 모델. 8인치 프리미엄 내비게이션을 선택해 가격이 3천460만원. 일반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구성이라고 이 차의 오너인 김무봉 씨가 말했다(오늘 시승차는 부득불 개인의 차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잡지를 위한 시승차를 내놓지 않았다). 시트에 앉아 운전자세를 조절하는데 스티어링 휠에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이 없다. 이상해서 오너에게 물어보니 옵션이란다. 3천460만원짜리 고급차에 핸들 조절도 할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

원하는 운전자세를 제대로 잡을 수 없으니 차가 아무리 좋아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체형에 맞는 드라이빙 포지션을 세팅하는 것은 운전의 기본이다. 전동식 파워시트를 바닥으로 내려 보지만 핸들 위쪽이 속도계를 부분적으로 가려 완전한 시야확보가 되지 않는다. 센터 페시아의 계기는 다소 복잡한 편으로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K7의 가속은 부드럽게 시작된다. 그런데 초기가속은 반 박자 늦은 템포다. 하체는 단단한 듯하지만 좀 더 숙성이 필요해 보인다. 달리면서 하체 바닥으로부터 은근하게 전해지는 통통 튀는 느낌이 신경 쓰인다. 시속 80→100km 가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레인 체인지와 추월가속은 문제없다. 시속 100km 이상에서 탄력을 받으면 가속성이 향상되는데 이때의 느낌이 가장 마음에 든다. 덩치를 의식하지 않을 만큼 날렵하게 뻗어나가는 움직임에는 안정감도 있다. 2.7L 200마력 엔진은 힘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부드러우면서 때로 강력한 움직임은 자동 6단 기어와 매칭이 좋은 덕분이다. 수동 모드로 즐길 수도 있지만 이때의 임팩트가 강한 것은 아니다.

브레이크는 사실 감을 잘 못 잡겠다. 조금만 밟아도 잘 서는 것 같으면서도 일부러 깊게 급브레이크를 밟아보면 그 끝 지점이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다. 풀 브레이킹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캘리퍼는 차급에 어울리지 않게 작아 보인다. 큰 용량이 여유 있게 잡아줘야 하는데 작은 것이 아주 세게 조이고 있는 모양이랄까. 넉넉한 뒷좌석 그리고 넉넉한 트렁크는 K7의 장점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오너는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실어보았는데 너끈히 들어갔다며 만족해했다. 아우디를 연상시키는 뒷모습도 마음에 든다고. K7은 이처럼 밖으로 드러난, 보여지는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그만큼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K7 오너들은 차체 앞뒤에 붙은 기아 엠블럼을 떼어내고 싶어 한다. 기아차가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KIA K7 VG270가격 3천290만원(럭셔리, 옵션 제외)길이×너비 높이 4965×1475×1850mm무게 1550kg(공차중량)CO2 배출량 212g/km연비 11.0km/L엔진 2656cc 최고출력 200마력/6000rpm최대토크 26.0kg.m/45000rpm변속기 자동 6단서스펜션 스트럿/멀티 링크시승 / 최주식

QUICK INTERVIEW기아 K7 VG270 오너 김무봉 씨

현대 아반떼를 무려 15년이나 타고, 다음 차로 기아 K7을 고른 김무봉 씨는 K7 역시 최소 10년은 탈 계획이다. K7을 고른 첫째 이유는 미리 공개된 디자인에 마음을 뺏겨서이고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그랜저보다 나아보였기 때문. 그가 말하는 장단점은 이렇다. “먼저 디자인에 만족합니다. 웰컴 시스템이란 게 있는데 차가 나를 알아준다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요. 초기 스타트는 느리지만 가속 후에는 괜찮습니다. 넉넉한 트렁크도 좋고요. 단점이라면 차가 길어 주차할 때 조금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기어 레버 주변의 하이그로시는 먼지가 잘 묻어 관리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이건 K7 오너들의 공통된 불만사항인데요, 옵션 구성이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고르려면 다른 품목과 묶여있어 가격부담이 커져요. 또 하나, 비싼 값으로 선택한 내비게이션 성능이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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