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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꿈꾸는 K7 쪽박찰라

기아자동차가 곧 내놓을 대형세단 K7이 대박조짐이라고 벌써부터 호들갑입니다. 대박을 꿈꾸는 기아차에 안된 얘기입니다만 여차하면 쪽박찰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할까 합니다.
24일 출시한다지요. 사전계약이 15일 기준으로 5700대라고 합니다. 십여일만에 이같은 실적(?)을 거뒀다지요? 신차가 발표되고 나면 계약대수는 급증할 것입니다. 신차효과라는 게 그렇습니다. 새 차가 나오면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급상승하게 마련입니다. 신차효과가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차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면 비로소 ‘성공한 차’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잘 팔린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신차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이제 곧 연말이지요. 노후차 세금혜택이 12월말로 끝나게 됩니다. 12월 판매량은 아마도 어마어마 할 것입니다. 잔치는 거기까지입니다.
노후차 세금지원은 정부의 인위적인 수요진작책입니다. 경기를 살리려고 수요를 미리 당겨 소비하게 만든 것이지요. 내년에 차 살 사람들중 상당수가 올 12월 이전에 차를 사버린 것이지요. 따라서 노후차 세금지원 혜택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위축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1분기, 길면 상반기까지 그 후유증이 갈 것입니다.
시장이 위축되는데 K7이 잘 팔릴지는 의문입니다. 자칫하면 신차효과조차 한 두달만에 사라질지 모를 일입니다. 기아차는 대박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긴장하고 대비책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수입차, 특히 일본차의 공세도 K7에는 위협적입니다. 토요타 캠리를 앞세운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의 일본차 삼각편대는 K7을 포함한 국산 중대형차 판매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포드 토러스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K7의 가장 비싼 모델이 4000만원을 넘기는 것을 보면 이제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은 거의 한계에 이른 게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말이지요.
현대차가 K7의 선전을 그냥 놔둘지도 의문입니다. 현대기아차라고 한집안 식구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대차의 견제가 치밀하지요. 적당히 크게는 놔두지만 더 이상 크게 놔두지는 않는게 기아차를 대하는 현대차의 전략입니다. 그나마 그룹 실세인 정의선씨가 기아차 사장으로 있을 때에는 현대차의 견제가 그리 심하지 않았지요. 기아차 실적을 현대차가 관리해주는 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세 정사장은 이제 기아차를 떠나 현대차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지요. 기아차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사리진 것입니다. K7이 판매량을 늘릴 때 현대차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K7이라는 이름도 걸립니다. 판매에 큰 상관은 없겠지만 K7이라는 이름은 뜬금없습니다. 기아의 K, 대형차를 뜻하는 7이라지요. K7만 놓고보면 단순명쾌합니다. 하지만 기아차의 다른 모델들과 일관성도 없고 창의성도 없습니다. 무성의만 잔뜩 묻어있는 이름입니다.
BMW가 3, 5 시리즈 다음에 오는 7 시리즈의 이름을 ‘엔터프라이즈’로 바꾼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모닝 프라이드 포르테 로체 오피러스로 이어지는 모델 이름들 사이에 자리한 K7이란 이름은 물에 뜬 기름같습니다. 대형차라 7으로 했다는 것도 구태의연, 창의성이 없습니다. 독일 BMW나 아우디같은 고급차와의 연상효과를 노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로체 후속은 K5, 포르테는 K3, 프라이드는 K1이 될까요?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
사실 기아는 차이름보다 KIA 라는 회사 이름을 먼저 바꿔야 할 것입니다. 한자로 쓰면 起亞, 즉 아시아를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영어로 쓰면 전혀 다른 뜻이 됩니다. KIA의 또 다른 뜻을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찾아 보시지요. 퀴즈로 남겨두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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