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로체 이노베이션의 ‘단순 명쾌’

기아자동차의 신차 행렬이 눈부시다. 연초에 모하비를 선보였고 6월에 로체 이노베이션을 내놨다. 포르테, 쏘울이 줄을 잇는다. 말 그대로 신차 행렬이다. 과거 대우자동차가 누비라 레간자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전성기를 누렸던 때가 있었다. 기아자동차도 주력 모델들을 연이어 교체하는 기세가 유난하다. 어쩌면 기아차의 전성기가 다시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동안 기아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오늘 시승할 차는 로체 이노베이션이다. 요즘 잘나가는 추성훈이 CF모델로 나서 더 유명한 차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풀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를 선보였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바로 슈라이어 라인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이다. 피터 슈라이어가 완성시켰다는 슈라이어 라인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었다. 직선 가운데를 마치 허리선 처럼 잘록하게 만들어낸 디자인이 멋있다. 호랑이의 얼굴을 형상화 했다는 모습이다. 앞으로 모든 기아 차에 이 디자인을 적용한다고 한다.

직선의 단순화라고 했다. 기아차가 슈라이어 디자인 특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직선은 원래 단순한 것이다. 단순화하고 말고 할게 없다. 모하비에서 지적했듯이 ‘직선의 단순화’라는 화려한 수사는 직선위주의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옆면을 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선은 몇 개 없고 단순하게 처리된 면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17인치 타이어가 자리한 휠 하우스는 공간이 남는다. 휑한 느낌마저 돈다. 한단계 높여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하면 비율이 맞겠다.

인테리어도 단순 명쾌하다. 가죽과 무늬목을 소재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한 것은 시승 모델이 최고급 버전이기 때문이다.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세련됐다. 바탕색이 적색계통인 것은 아쉽다. 눈이 피로하다. 녹색을 기본 컬러로 적용했으면 어땠을까.센터페시아는 간단해서 좋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니터로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스위치까지 해결했다. 드러나는 스위치는 많지 않지만 모든 기능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티어링 휠에 변속레버가 붙어있다. 패들 시프트다. 조작감이 좀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모드에서는 이 레버를 조작해도 변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변속레버를 수동모드로 옮겨야 제대로 작동한다.

공간은 아쉬움이 없다. 기존 로체보다 더 커져 여유있다. 트랑크 공간도 더 넓어졌다. 트렁크 윗부분, 눈길이 안닿는 곳에는 구멍 숭숭 뚫린 맨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고급차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고급차는 아니라는 말이다. 룸미러에는 하이패스 단말기가 내장됐다. 통행카드를 끼우면 논스톱으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푸시앤 스타트방식이다. 국산중형차에서는 처음 만나는 고급 장비다. 하지만 키를 놓아둘 곳이 마땅치 않다. 이왕이면 스마트키를 꽂아둘 전용 공간을 어딘가에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운전석에 앉아 차를 움직이면 가뿐하다는 첫인상이 전해진다. 가볍다. 핸들도, 차의 움직임도, 가속페달도 가뿐하다. 그래서 운전하기 편하다.

시속 80km에서 엔진은 2,000rpm 부근을 가르킨다. 100km로 정속주행하면 2,200rpm을 오르내린다. 이 정도 속도에서 가장 편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슈라이어 라인이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에코드라이빙 기능은 성능 면에서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이다. rpm 게이지 2000부근에 에코존을 표시해 놓은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연료분사량, 가속페달 각도 등을 체크해 가장 효율적인 순간에 녹색 에코등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훨씬 신뢰감을준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자. 결국 2000rpm 미만으로 운전하면 자연히 에코드라이브가 된다. rpm 게이지 2000부근에 초록색으로 표시해놓고 여기에 맞춰 운전해도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결국 운전자가 경제운전을 해야 한다. 에코 드라이브가 경제운전까지 다 해주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운전하는 동안 계기판에 에코 등이 무슨 색인지 무척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자연히 경제 운전을 하게 된다. 수동 모드에서는 에코 표시등이 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트립 컴퓨터를 리얼타임 연비 표시 모드로 하면 수동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리터당 20km 수준의 연비를 가르킨다. 당연히 에코등이 표시돼야 하는 것이지만 단지 수동모드여서 에코 드라이브가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자동변속모드, 2000rpm 부근, 시속 120km 미만. 등이 에코 드라이브가 작동하는 조건인것 같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에코 표시등이 작동한다.

에코드라이브 기능은 이 차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차의 성격을 드러내는 말이다. 아마도 기아차는 현대 쏘나타와 차별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고 결국 ‘경제성’ ‘합리성’에 로체 이노베이션의 중점을 두기로 한듯 보인다. 성능보다 경제성이라는 것이다. 날카로운 가속감, 치고 달리는 파워보다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움직임, 레드존을 진입을 거부하는 엔진 등이 그렇다. 남성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여성적인 차다.

소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엔진 소리도, 노면 잡소리도, 바람소리도 적당히 귀를 자극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하지만 대관령 옛길을 따라 이어지는 코너를 달릴 때에는 나름대로 단단한 하체를 느꼈다. 거칠게 잡아채도 밀리지 않고 따라온다. 차체가 길어져서 코너링에서 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도 되겠다.

스티어링은 다소 여유 있다. 칼처럼 반응하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움직인다. 여유 있고 편안한 드라이빙에 맞는 스티어링이다.

변속기는 4단 자동이다. 푸시앤 스타트, 에코 드라이브, 하이패스 내장 룸미러 등 첨단으로 무장한 이 차에 4단 변속기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경제성에 중점을 뒀다는 이 차의 공식 연비는 리터당 11.5km. 하지만 얼마전 기아차가 주최한 에코드라이빙 대회를 통해 보면 리터당 19km까지 달리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는 아니어도 신경써서 운전하면 리터당 15km 정도는 일반 운전자라도 충분히 기록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에 이보다 더 큰 미덕이 어디 있을까. 서울톨게이트에서 강릉까지 220km를 달렸다. 가는 길에는 에코드라이브를 무시하고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8칸으로 나눠진 연료 게이지의 다섯칸을 비웠다. 되돌아오는 길은 철저하게 에코 드라이브를 의식하며 달렸다. 나머지 세칸으로 충분했다. 연비는 운전자 하기 나름이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충분히 고급스럽고 경제적인 차라고 할 수 있겠다.

오종훈의 單刀直入힘이 부족하다. 163마력이 만만치 않은 힘이지만 가속력은 부족하다. 가속 반응이 너무 무디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차는 어찌할 줄 몰라 한참을 머뭇거린다. 답답할 정도다. 속도를 높일수록 이런 느낌은 더하다. 120~130km 구간을 넘기면 급가속을 시도해도 차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한참 있다가 겨우 속도를 올려나간다. 엔진 힘을 더 키우기 힘들면 감량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하나더, 패들 시프트의 조작감이다. 국산 중형차에 처음 시도하는 장치여서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왕 하는 거 좀 더 치밀한 손맛을 느끼고 싶다. 맨 철판이 드러난 트렁크 천정은 굳이 탓하고 싶지 않다. 이 차의 수준을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의미가 있겠기에…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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