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첫 전기차 e-트론은 2018년생이다. 이후 e-트론은 아우디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e-트론은 Q8 e-트론으로 변경됐다. 전기 SUV의 최상위 모델이다.
아우디는 두 개의 보디 스타일과 두 개의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Q8 e-트론 라인업을 짰다. 두 개의 보디는 Q8 e-트론과 Q8 스포트백 e-트론이다. 파워트레인은 50과 55 두 종류가 있다. 50은 95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340마력, 55는 114kWh 배터리로 408마력의 힘을 낸다. 보디 스타일과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5개의 트림을 확보하고, 스포트백에 고성능 모델인 SQ8 e트론을 더해 모두 6개 트림을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시승차는 55 e-트론 콰트로 프리미엄으로 1억 3,160만원이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68km로 국내 인증을 받았다. 국내 인증 기준이 무척 까다로운 편이라 아무리 못 달려도 이 정도는 달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유럽에서는 1회 충전으로 570km를 달리고 겨울철 영하 10도 기준으로도 430km를 달리는 것으로 인증받았다.
배터리 용량은 114kWh지만, 안전마진을 빼고 실제로 사용하는 용량은 106kWh다. 100% 충전해도 8kWh의 여유가 남는 셈이다. 이 배터리는 삼성 SDI가 공급한다. 배터리 용량이 크면 멀리 갈 수 있지만, 무겁고 비싸다. 충전 시간도 오래다. Q8 e-트론 55의 경우 7kW 저속 충전으로 13~14시간이 걸린다. 170kW 급속충전으로 0-80% 충전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350kW급 초고속 충전에는 대응하지 않는다. 충전구는 두 곳이다. 운전석 쪽에 고속/저속 충전구가 있고, 조수석 쪽에는 저속 충전구를 배치했다.
배터리를 어느 정도로 사용할지가 관건이다. 충전 비율을 선택할 수 있다. 80%로 충전할지, 100%를 택할지를 소비자가 택할 수 있는 것. 대체로 80%를 추천하는데, 그렇다고 100% 충전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장거리를 갈 때라면 100% 충전을,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의 주행 환경이라면 80% 정도를 추천한다. 80%를 충전하게 되면 주행가능거리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300kW, 408마력의 힘을 낸다. 출력을 얘기할 때 함께 살펴봐야 할 게 무게, 즉 공차중량이다. 그 힘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면, 힘의 실체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무게는 연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승차의 공차중량은 2,670kg이다. 2.7톤에 육박하는 무게, 자동차로서는 아주 무거운 편이다. 전기차의 숙명, 고전압 배터리 때문이다.
마력당 무게는 6.54kg, 제원표에 표기된 0-100km 가속 시간은 5.6초다. 400마력이 넘는 힘, 5초대의 제로백. 고성능 SUV라는 증거다. 연비는 3.0km/kWh다. 무거워서 그렇다.
엔진이 아니라 모터에서 나오는 힘이라 더 강하고 빠르게 느껴진다. 빠른 속도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가속감이 압권이다. 엔진과 달리 소음과 진동이 없는, 모터 특유의 주행 질감이 확실하게 전해온다.
콰트로, 즉 사륜구동 시스템은 험로 주행, 코너, 고속에서 돋보인다. 전기차에서는 하나 더 고성능이라는 특징이 있다. 앞뒤 차축에 각 하나씩 모두 두 개의 모터를 사용해서 그만큼 출력이 더 나온다. 두 개의 엔진을 사용하는 셈이다.
크다. 4,915×1,935×1,640mm 휠베이스 2,928mm로 도로를 꽉 채우는 크기다. 실내 공간은 굳이 따질 필요 없을 정도로 넓다. 엔진이 없는 엔진룸엔 62리터 공간의 프렁크가 있고, 트렁크는 기본 569리터에서 최대로 확장하면 1,637리터까지 넓어진다.
모터를 바탕으로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조용함은 기본. 무거운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커서 엔진으로 달리는 차와는 차원이 다른 주행 질감이다.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이 차의 높이를 높였다 낮췄다 조절한다. 최대 76mm 범위 안에서 높이를 조절해 준다. 달릴 땐 낮춰주고, 오프로드에선 바짝 높여준다. 같은 차지만, 높이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차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공인복합 연비는 3.0km/kWh다. 천안-서울 100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5.3km/kWh로 기대 이상이었다. 에코모드로 에어컨을 작동시켜 이 정도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 ‘주행거리’ 모드를 더하면 주행가능거리가 조금 더 늘어난다. 연비가 더 좋아진다는 것.
전기차를 둘러싼 환경이 어지럽다. 전기차 성장세가 예전과 같지 않다. 듣기에도 생소한 ‘케즘’현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메이커들은 시장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하 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를 바라보는 눈빛이 차갑게 식고 있다. Q8 e-트론이 반갑지만,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이유다. 상황은 어려워 보인다.
돌아보면, 시장엔 늘 어려움이 있었고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헤쳐왔다. 멋진 모습, 넓은 공간, 안정된 고성능이 Q8 e-트론 55 콰트로의 경쟁력이다. 좋은 차를 알아보는 눈 밝은 소비자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믿는다. 시장이 어렵다는 건, 차를 살 소비자에겐 괜찮은 상황이다. 더 좋은 조건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오종훈의 단도직입
버추얼 아웃사이드미러는 우주선의 볼펜이다. 거울로 된 아웃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와 고해상도 모니터를 배치해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불쑥 튀어나온 카메라가 조화롭지 않은 데다 바람 소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게다가 거울보다 아주 비싸다. 시선 처리도 애매하다. 그냥 거울을 사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우주선에선 볼펜이 잘 안 써진다. 중력이 없어서다. 우주선에선 볼펜보다 연필이 효과적이다.
한국말에 약했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정해진 몇 개의 문장을 정확하게 구사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실내 온도 19도 하면 못 알아듣고, 온도 19도 하면 알아듣고 작동한다.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