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벗어나니 비로소 자유롭다. 유명산 굽은 길, 난분분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로 아이오닉 5를 타고 달렸다. 2WD 익스클루시브 롱레인지에 19인치 타이어를 물린 모델이다.
배터리 용량이 77.4에서 84.0kWh로 더 커졌다. 4세대 배터리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458km에서 485km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458km도 충분한 거리인데 485km로 더 길어졌으니 전기차 끌고 길 나서기가 두렵지 않겠다.
달리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작은 배터리가 더 좋을 수도 있다. 평소 주행거리가 길지 않다면 작은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가 더 좋다. 배터리가 가벼워 연비에도 좋고, 충전 시간도 짧아서다. 당연히 가격도 내려간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배터리 키워서 주행거리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시승차는 2WD로 후륜구동으로 최고출력 168kW, 229마력이다. 전기차에서 사륜구동은 모터 두 개로 고성능, 이륜구동은 모터 하나로 보급형으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공차중량이 2,015kg이다.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허용 중량을 잘 보고 세워야 하는 무게다.
마력당 무게가 8.8kg에 달하니 역시 고성능은 아니다. 제로백 8초대 정도를 기대할 수 있겠다. 참고로 아이오닉 사륜구동은 325마력의 힘을 자랑한다.
리어 와이퍼가 반갑다. 뒤창을 경사지게 만들어 와이퍼가 필요 없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와이퍼가 있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비 오는 날 후방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이 되겠다.
오뚜기 같은 탁월한 안정감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좌우로 굽이치는 길을 큰 흔들림 없이,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달렸다. 주파수 감응형 쇼크업소버가 차의 흔들림을 잘 잡아주고 있다. 3,00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에 배터리를 미드십에 배치하는 구조는 최고의 안정감을 확보하는 비결이다. 현대차 EV 전용 배터리 E-GMP의 힘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차선을 바꿀 때도 조향에 개입하며 지원한다. 조건은 까다롭다. 진행 차선에 뒤따르는 차가 없어야 하고, 차선은 점선, 속도도 맞아야 하고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어야 한다. 초보 운전자도 편안하게 차선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환경에서 차선변경을 지원한다. 재미 삼아 한두 번 시도해 본 뒤에는 직접 운전해 차선을 바꾸는 게 속이 편했다.
아이오닉은 초고속 충전까지 대응한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0~80%까지 18분이면 충전된다. 시승 도중 200kW급 충전기를 물렸다. 39%에서 80%까지 약 40kW를 충전하는 데 17분이 걸렸다. 충전소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오는 시간이었다. 스트레스 없는 충전이었다.
그래도 전기차에 충전은 스트레스다. 충전기를 찾아가서 오랜 시간 기다리며 충전해야 해서다. 급속충전이라고 해도 30분은 생각해야 한다.
전기차를 꼭 사야 하는 사람이 있다. 전용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면 전기차 구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전기차를 사는 게 유리하다. 전용 충전기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합리적이다.
야간주행도 했다. 지능형 헤드램프를 ‘오토’로 세팅하면 상향등과 하향등이 자동 변경된다. 전방에 차가 있으면 하향등으로 바뀌고, 차가 없으면 멀리까지 비춰주는 상향등을 선택한다. 주행보조시스템을 작동시키면 밤길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양평을 출발해 서울까지 53.5km를 정확하게 1시간 동안 달린 평균 연비는 8.2km/kWh였다. 공인 복합 연비는 5.1km/kWh다. 대단히 좋은 연비를 기록했다. 에코 모드의 효율, 배터리에 최적인 날씨, 경제 운전의 효과 등이 어우러져 만든 기록이다.
시승차는 익스클루시브 트림으로 세제 혜택 후 판매가격이 5,410만원이다. 서울시에서 구매할 경우, 국고 보조금 650만원, 서울시 보조금 150만원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돈은 4,61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옵션으로 적용하는 디지털 사이드미러. 크기를 줄이고 곡면을 강조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크다. 창밖을 보다가 실내 모니터로 시선을 옮기는 일이 가끔 생겼다. 거울을 사용하는 사이드미러가 더 편하다. 가격도 싸다.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성공하려면 카메라 크기를 손톱 크기 정도로 확 줄여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라야 한다. 지금은 너무 크다.
계기판 왼쪽으로 어중간한 공간이 비어있다. 계기판 모니터를 더 키울지, 모니터 전체를 왼쪽으로 옮길지, 아니면 뭔가 다른 아이디어로 그 공간을 메울지 고민을 좀 더 해야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