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가 5세대로 진화했다. 벌써 5세대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처음 등장한 게 1997년. 우리가 IMF로 폭망하던 그때,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양산하고 있었다. 탄생 30년이 멀지 않은 아주 오래된 자동차지만 여전히 신기술을 품고 있는 프리우스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를 뚫고 서울-가평 왕복 달리기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먼저 타서 가평으로 갔고 플러그인 하이브리 차를 타서 서울로 복귀했다.
살짝 미소 짓는 얼굴이다. 지붕의 최고점을 뒤로 미뤄 좀 더 멋있는 실루엣을 완성했다. 견고한 직선을 강조한 뒷모습도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잘생긴 모습이다.
TNGA2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저중심 설계와 고강성 바디가 특징이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같은 디자인, 동일 플랫폼을 적용했다. 연료 탱크와 배터리 위치를 더 낮게 조정했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밀어 넣은 엉덩이는 주저앉을 듯 시트와 만난다. 시트 포지션이 낮다. 오르내릴 때 실감하게 된다. 낮으면 좋다. 주행안정감은 높아지고, 다이내믹한 주행 질감은 살아난다.
작은 스티어링 휠 위로 계기판이 보인다. 푸조의 i콕핏 디자인이 연상된다. 적당한 높이에 계기판이 눈에 걸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다. 계기판을 제대로 보려면 스티어링 휠은 최대한 아래로 세팅해야 한다. 대시보드에 한 줄로 드러나는 실내조명을 보면 파워트레인을 알 수 있다. 파랑은 하이브리드, 빨강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엔진 배기량을 1.8에서 2.0으로 올렸다. 시스템 출력은 122마력에서 196마력으로 세졌다. 4세대 모델이 출력 부족을 감수하고서라도 연비 최우선으로 만들었다면, 5세대는 0-100km/h 7.5초 수준의 가속감을 확보할 만큼 강한 힘을 갖추고 20km/L의 연비를 보인다. 배기량 늘리고 출력을 대폭 강화한 대신 약간의 연비를 양보했다. 현명한 타협이다.
어딘지 허약해 보이던, 이전 세대까지의 모습이 사라졌다. 강한 힘이 돋보인다. 직선로에서 가속하면 귀를 자극하는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2.0 엔진의 여유가 느껴진다.
주목해야 할 건 타이어다. 195/50R19. 폭이 얇다. 연비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얇지만 19인치라 휠 하우스를 꽉 채워 강한 인상을 완성한다. 얇은 타이어는 노면과 맞닿는 접지면이 좁다. 이 때문에 연비가 좋다. 구동력과 제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불리하다. 속도를 끌어올리고, 제동을 반복하고,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며 다이내믹한 주행을 할 때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서킷에서 확인해 볼 부분이다.
전기 모드로 달리면 시속 40km가 한계다. 이를 넘어서면 엔진에게 바통이 넘어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60k/h 이상에서도 EV 모드를 유지했다.
트렁크는 69L 용량으로 여행 캐리어 2개, 혹은 골프백 1개를 가로로 수납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은 최대한 낮추고 개구부를 넓혀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만들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한 2.0L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여기에 새롭게 개발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트랜스액슬과 PCU를 적용해 시스템 총출력 223ps와 동시에 복합연비 19.4km/L의 효율성을 제공한다. 무려 100마력 이상 힘을 키웠다. 고성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센 힘을 만난다. 0-100km/h 가속시간은 6.7초.
배터리도 키웠다. 13.6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EV모드로 64km를 움직인다. 3.5kW 충전 속도로 약 4시간 만에 완충된다. 전기차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운전자는 부지런해야 한다. 수시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것. 이를 게을리해서 엔진만으로 움직이면, 배터리와 모터가 의미 없이 무게만 더하는 셈이어서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XSE 트림에만 적용되는 디지털 룸미러는 넓은 화각에 깨끗한 화면을 제공한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로 부르는 주행보조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 차선 추적 어시스트, 오토매틱 하이빔 등으로 무장해 드라이버를 보조한다.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 주차 보조 브레이크, 후측방 제동 보조시스템, 안전 하차 어시스트 등도 정확하게 제 몫을 해낸다.
4,000만원부터 5,000만원 구간에서 5세대 프리우스를 선택할 수 있다. 모두 4개 모델을 배치하고 있어서 소비자들 선택 폭도 확보하고 있다. 판매가격은 하이브리드 ▲LE 3,990만원 ▲XLE 4,370만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E 4,630만원 ▲PHEV XSE 4,9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안드로이드 오토는 무선 연결이 안 된다. 애플 카플레이는 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도 무선 연결이 됐으면 좋겠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안 된다. 핸드폰 거치대 정도의 역할만 한다.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는 여전히 좁다. 디지털 룸미러를 전 트림에 적용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