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전기차 라인업을 차근차근 넓히고 있다. 이번엔 Q4 이트론 40과 Q4 스포트백 이트론 40이다. 전기차 타기 딱 좋은 곳, 10월의 제주에서 Q4 e-트론 40을 시승했다.
하루 종일, 무려 200km를 독하게 탔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달렸다. 풍경 좋은 바닷가를 느긋하게 달렸고 한라산 중턱 1,100고지를 힘차게 오른 뒤, 내려오는 길에서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신통한 재미도 느꼈다.
시동 버튼은 있지만 누르지 않아도 된다. 운전석에 앉아서 브레이크 밟고 D를 선택한 뒤 브레이크 밟은 발을 떼면 차는 움직인다. 물론 시동 버튼을 누르고 움직여도 된다. 언젠가 치워버릴 버튼이 될 듯하다.
스티어링 휠은 3.2회전 한다. 당황스럽다. 두 바퀴 반이면 딱 좋을 듯한데 왜 이렇게 많이 돌지? 그렇게 큰 차가 아닌데, 그렇다고 오프로드를 마구 달리는 차도 아니다. 어쨌든 여유 있고 편안한 조향 특성을 기대할 수 있으니 운전자보다는 탑승객이 좋아할 수는 있겠다.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는 틸트 & 텔레스코픽은 수동으로 조절한다.
뒤 차축에 150kW, 그러니까 204마력짜리 모터를 사용한다. 후륜구동이다. 아우디의 상징, 콰트로가 아니다. 82kWh 리튬이온 배터리는 앞뒤 차축 사이 바닥에 배치됐다. 미드십에 배터리를 배치한 후륜구동이니 굳이 비교하자면 미드십 엔진 리어 드라이브 방식과 유사한 셈이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주행 안정감이 뛰어난 이유다.
204마력의 힘은 딱 좋다. 힘이 필요할 땐 가속을 하면 전기차 특유의 순발력이 드러난다. 정속주행으로 순항하며 발톱을 숨기면 조용하고 차분하기가 이를 데 없다. 시속 160km에서 속도는 제한된다.
콤팩트 SUV지만 실내는 충분히 넓다.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사용해서 가능한 일이다. 뒷좌석 바닥은 센터 터널이 없어 더 편한 공간이 됐다. Q4 이트론 크기는 4,590×1,865×1,640mm다. 스포트백 모델은 높이가 1,620mm로 낮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정확하게 작동한다. 자율 운전 레벨 2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구현하고 있다. 앞차와의 간격을 정확하게 유지하며 정해진 속도로 달리고 차선 중앙을 지속해서 유지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가 정확하게 작동했다. 코너에서는 차선을 따라 스스로 조향하는 힘이 느껴진다. 운전자의 힘이 차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차의 힘이 운전자의 손을 움직인다. 앞서 달려 나가는 강아지의 목줄을 잡은 느낌이다.
어댑티브 크루즈는 완전 정지까지 스스로 한다. 마지막 순간에 정지할 때는 실제로 브레이크 페달이 들어갔다 나온다. 브레이크 페달을 발로 밟아보면 반발력이 적당한 수준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탱탱한 풍선을 밟는 느낌.
증강현실이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교차로를 앞두고는 진행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점점 커진다. 화살표와 내가 부딪히겠다 싶은 지점에서 방향을 틀면 된다.
패들을 통해 3단계로 회생제동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다. 가장 강한 3단계로 작동해도 회생제동은 느낌이 약했다. 3단계라면 브레이크를 밟은 듯 뒤에서 잡아끄는 정도의 느낌을 기대했는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속도를 줄인다.
82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68km로 인증받았다. 국내 인증 기준이 워낙 까다롭다보니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그 정도는 간다고 보면 되겠다. 연비도 그렇다. 공인 복합 연비 4.3km/kWh지만 시승을 마칠 때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6.8km/L였다. 오르막 내리막길에 스포츠 주행을 섞어가며 연비 신경 쓰지 않고 달린 결과여서 더 놀라웠다.
사실은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전기차를 시승했지만 공인 연비보다 50% 이상 더 좋은 연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연비가 좋으면 주행가능거리도 그만큼 늘어난다. 정부가 인증하는 연비와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엄격하고 까다롭게 측정하는 것은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다. 실주행에서 50% 이상 편차가 벌어지는 연비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더 엄격하고 까다롭게 측정해서 공인 인증받은 성능과 실주행 성능과의 오차를 크게 줄여야 한다.
‘아우디 Q4 e-트론 40’의 가격은 기본형 5,970만원, 프리미엄이 6,670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 50%를 받을 수 있는 구간이다. 보조금을 100%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반대로 보면 그리 많지 않은 보조금 없이도 구매를 고려할만한 전기차라 할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수석 앞 대시보드는 탑승객 방향으로 많이 돌출됐다. 입체적인 모습이어서 멋있게 보이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게 문제다. 공간이 좁아질 뿐 아니라 탑승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안전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여서 대시보드를 탑승객과 더 멀리 배치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공간구성을 했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