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비자의 ‘비용 대비 가치’ 평가에서 테슬라가 렉서스를 제치고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기아는 점수가 오르면서 한국지엠과 함께 국산 브랜드 공동 1위에 올랐다. 비용대비가치 평균 만족도는 최근 2년 국산차와 수입차가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다시 수입차 우세로 기우는 모양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매년 7월, 약 10만명 대상)’에서 새 차 구입 후 3년 이내인 소비자에게 연비, 차량 가격, 옵션 가격, 유지비용, 사후서비스 비용, 예상 중고차 가격 등 6개 측면에서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평가하게 하고 결과를 종합해 ‘비용대비가치 만족도’(1000점 만점)를 산출했다.
2021년 조사에서 국산 브랜드는 한국지엠, 기아가 각각 652점으로 공동1위였고, 현대는 646점으로 3위였으며, 르노삼성(631점), 쌍용(628점), 제네시스(598점) 순이었다.
한국지엠은 2년째 1위를 지켰으나 전년대비 2점 상승에 그쳐 13점 오른 기아와 동점이 됐다. 기아는 작년 3위에서 2계단 상승하며 현대를 앞지르고 선두 한국지엠과 동점을 기록했다. 기아는 유지비용과 AS비용 측면에서 특히 만족도가 높았다. 르노삼성과 쌍용은 동반하락하며 순위가 역전됐다.
제네시스는 유일하게 600점을 넘지 못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현대에서 분리돼 단독 브랜드로 처음 평가됐는데 비용대비가치 모든 측면에서 국산 브랜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고급 브랜드의 공통적인 약점을 하나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크고 비싸고 폼 나지만 실속은 없는 브랜드라는 평가다.
수입차 브랜드는 테슬라(732점)가 1위였고, 렉서스(721점)는 2위로 내려앉았다.
혼다, 폭스바겐은 698점으로 공동 3위였으며, 토요타(695점)는 3점 차이로 5위였다. 그 뒤로 30점 이상의 격차를 두고, 볼보(672점), 아우디(659점), BMW(658점)가 중위권을 형성했다.
테슬라는 올해 처음으로 비교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단번에 렉서스를 앞지르며 국산·수입차 전체 1위에 올랐다. 743점을 받은 ‘모델3’의 역할이 컸으며, 연비∙유지비용∙예상 중고차 가격 3개 측면에서 압도적 평가를 받은 것도 1위의 원동력이 됐다. 다만 AS비용에서는 국내외 브랜드를 망라해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작년까지 5년 연속 1위이던 렉서스는 테슬라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으나, 점수는 11점 상승하면서 테슬라와 함께 톱2 그룹을 형성했다.
혼다는 가장 큰 상승폭(+19)을 보이면서 2계단 뛰어오른 반면 폭스바겐은 6점 하락하면서 공동3위가 됐다. 일본차는 5위 토요타를 포함해 3개 브랜드가 5위권 내 포진하는 강세를 5년째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국산 평균 비용대비가치 만족도는 642점으로 수입(648점)에 비해 6점 낮았다. 2016년 20점 안팎의 큰 차이에서 수입차의 잇단 악재로 2019년, 2020년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가 다소 처지고 있다.
그러나 개별 브랜드를 비교하면 국산의 열세가 확연하다. 국산 1위 한국지엠이 수입 1위 테슬라보다 무려 80점 모자라고 수입차 평균과 별 차이가 없다.
항목별로 국산차의 가장 큰 약점은 ‘연비’이며 그 다음은 차량과 옵션의 ‘가격’이다. 국산 연비 만족률(10점척도에서 8점 이상 비율)은 35%로 수입차(45%)에 비해 10%포인트 열세고 차량가격, 옵션가격(이상 –6%p), 유지비용(-3%p) 측면에서도 뒤졌다. 예상 중고차 가격과 AS비용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국산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던 AS는 물론 6개 비교항목 어디에서도 우세는 없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 때 지불한 실구입가는 수입차가 평균 6,925만원으로 국산차(3,857만원)의 1.8배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처럼 비용대비가치에서 수입이 국산을 크게 앞서는 것은 수입차에 대해 구매 가격 2배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고가 차량의 가성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차에는 보이지 않는 가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자동차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승차감 대신 하차감, 가성비 대신 가심비를 얘기하곤 한다. 차량의 물리적·기계적 특성보다는 사용자·보유자의 심리적 반응이 더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수입차의 성장세는 굳건하다. 그 이면에는 수입차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숨겨진 가점이, 국산차에는 감점이 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