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코리아가 수입차 대중화를 위한 전략 모델 ‘제타’를 국내 출시했다. 폭스바겐 국내 세단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이다. 2,000만원대의 가격을 강조하는 이 차의 상위 트림 프레스티지의 판매가격은 2,990만원.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하면 2,951만원이다. 더 낮은 프리미엄 트림은 2,750만원부터 시작한다.
7세대 모델이니 참 오래된 모델이다. 몇 개의 다른 이름이 있다. 79년 처음 등장한 이후 2세대 모델은 벤토, 4세대는 보라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팔렸다. 5세대 모델의 중국 이름은 사지타였다. 이름이 많다는 것, 사연이 많다는 의미다. 자꾸 이름을 바꾸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건 사람이나 자동차나 매 한가지다. 다시 제타라는 이름, 초심으로 돌아온 셈이다.
4,700×1,800×1,460mm 크기로 작아 보이지 않는다. 길이 너비 높이가 모두 이전 대비 41, 22, 7mm씩 확장됐다. 휠 베이스도 이전보다 35mm가 더 넓은 2,686mm다. 직선을 강조한 당당한 모습. 프런트 오버행은 짧은데 리어 오버행이 길어서 트렁크가 깊고 넓다. 트렁크는 기본 510ℓ에서 뒤 시트를 접으면 986ℓ까지 확장된다.
제타는 MQB 플랫폼을 사용했다. 모듈형 가로배치 파워트레인 매트릭스다. 골프, 아테온, 티구안과 티구안 올스페이스 등이 같은 플랫폼을 쓴다.
1.4 TSI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최고출력 150마력의 힘을 낸다. 25.5kg.m의 최대 토크는 1,400~3,500rpm 구간에서 발휘된다. 가솔린 엔진치고는 비교적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셈이다. 저공해 3종 자동차로 인정받아 공영주차장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첫 출발이 가뿐했다. 생각보다 가벼운 움직임에 순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야 했다. 감각을 익혀 차와 호흡을 맞추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속을 이어가면 점차 묵직한 반응으로 바뀐다. 힘이 센 건 아니지만, 몸무게도 1,404kg(공차중량)으로 가벼워 거뜬하게 달린다. 딱 좋은 힘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쓰는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고속에서 커지는 바람 소리도 엔진소리를 완전히 덮어버리지는 못한다. 엔진 사운드는 끝까지 살아있다.
공기저항계수 0.27. 차체 하부의 거친 부분들이 드러나지 않게 덮개를 덧대 하부로 빨려 들어온 공기가 매끄럽게 빠져나갈 수 있게 흐름을 잡아준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브레이크를 밟는 발이 체중을 실었다. 살짝 젖은 노면이었지만 브레이크는 운전자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고 정확하게 작동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아주 과감한 제동을 시도해도 괜찮겠다.
조금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갔다. 금호타이어의 205/55 R17 윈터크래프트 타이어는 노면을 단단히 지지하며 움직였다. 물기를 머금은 노면이었지만 그립이 약해지지는 않았다. 앞바퀴 굴림이어서 뒷타이어의 노면 그립이 약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토션빔을 썼다.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8.9초로 메이커는 밝히고 있다. 마력당 무게비 9.36kg.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한 100km/h 가속 시간은 9.40초가 가장 빨랐다. 마력당 무게비에 상응하는 정직한 가속감이다. 100km/h까지 가장 짧은 가속 거리는 146.96m.
자동 긴급제동을 포함한 프론트 어시스트, 사각지대 모니터링, 210km/h까지 작동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파크 파일럿,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피로 경고 시스템 등이 프리미엄 트림부터 기본 적용된다.
8인치 멀티 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는 3D 지도 및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블루투스를 포함하는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 탑재된다. 미러링크,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에 대응한다.
정전식 터치 센서를 활용한 MIB I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가벼운 터치로 빠르게 반응한다. 손가락에 힘을 줘 꾹꾹 눌러야 하는 저항식 터치스크린이 아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3.7km/ℓ. 가솔린 엔진이지만 디젤 수준의 연비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21.9km/L로 어지간한 디젤 엔진을 따라잡을 수준이다. 씽크 블루 트레이너가 블루 스코어와 평균 연비를 보여주는데 이를 보면서 차분하게 운전하면 연비 수준을 높게 끌어올릴 수 있다. 엔진 오토스탑도 한몫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힘 있게 도어를 닫지 않으면 가끔 덜 닫히는 경우가 생긴다. 차에서 나오면 도어가 제대로 닫혔나 반드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실내가 잘 밀폐되어 있어서 생기는 문제일 수 있다. 도어 닫힘을 방해할 정도로 밀폐감이 높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차선이탈방지장치(LKA)기능이 없어 조향에 개입하지 않는다. 210km/h까지 작동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있지만 LKA 기능이 없어 반자율 운전의 완성도가 낮아지고 말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