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연비는 상극이다. 고성능 차들이 굳이 연비에 매달리지 않는 이유다. 최고의 연비를 추구하는 차들이 성능에 집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게 정설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성능도 연비도 모두 높은 수준으로 완성한 이 차가 증명한다. 볼보 XC60 T8이다. 무려 405마력의 힘, 공인 연비를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탁월한 실주행 연비. 비결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있다. 엔진과 모터의 협업이 놀라운 시너지를 완성하고 있다.

XC60 T8 AWD R-디자인을 통해 볼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정수를 만났다. R-디자인은 2014년에 도입한 새 트림이다. 인스크립션 아래 트림으로 전체 라인업에서는 상위 레벨에 자리한다. 역동적인 성능, 스포티한 실루엣, 민첩한 반응을 앞세워 적극적인 운전을 즐기는 주관 뚜렷한 고객들을 겨냥하는 트림이다.

중형 SUV로 4,690×1,900×1,645mm 사이즈에 휠베이스 2,865mm, 최저지상고는 216mm를 확보했다. 락투락 3회전 하는 스티어링휠이 컨트롤하기 딱 좋은 크기다.

버스팅 블루 보디 컬러는 XC60 R-디자인에만 적용되는 독점 컬러다. 단정한 실루엣에 독특한 블루 컬러가 잘 묻어난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한 가운데 자리한 아이언 마크는 여전하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한 메시 그릴과 데코, 블랙 하이그로시 사이드미러와 윈도 데코, 루프레일, 20인치 블랙 다이아몬트컷 알로이휠 등이 R-디자인의 포인트다.

금속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포인트, 가죽 마감 스티어링 휠, 스포츠 페달, 가죽과 직물을 혼합한 시트 등이 모두 R-디자인에 적용되는 부분들이다.

계기판은 12.3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9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로도 주행 정보를 알린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 볼보는 클린존 인테리어로 대응하고 있다. 초미세먼지까지 감지하는 PM 2.5 센서와 미립자 필터를 탑재해 실내 공기를 건강하게 관리한다.

하만카돈이 제작한 프리미엄 사운드는 최대 출력 600W에 14개의 스피커를 갖췄다. MP3 파일로 들어도 좋지만, 무손실 음원을 이용하면 소리의 질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15W 용량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지원하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응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인 T8 파워트레인은 이 차의 핵심이다. 2.0 직렬 가솔린 엔진은 터보와 슈퍼차저를 함께 갖춘 트윈 엔진으로 8단 자동변속기의 조율을 거쳐 318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만으로도 충분한 힘을 내는데, 모터가 87마력을 더 보태 총 시스템 출력 405마력을 확보했다. 400마력을 넘는 힘을 가진 중형 SUV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SUV지만 공기저항 계수 0.32로 공기저항을 많이 줄였다. 바람 소리도 크지 않다. 빠르게 달리면 사륜구동이 안정감을 더 높여준다. 노면 굴곡을 타는 느낌도 받기 힘들 정도로 안정된 주행 자세를 유지한다. 뒤 차축을 따라 배치된 리프 스프링도 안정감을 확보하는데 한몫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좀 더 디테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륜구동 시스템이 상시 작동한다. 여기에 콘스탄츠 AWD(Constant AWD)가 있다. 트레일러 구동을 하거나 강한 구동력이 필요할 때 선택한다. 오프로드 모드는 또 따로 있다. 사륜구동이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힘을 전달한다.

PHEV 전용 11.8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33km로 인증받았다. 실제로는 훨씬 더 멀리 움직인다. 아무리 못가도 33km는 간다고 보면 될 듯하다. 배터리 잔량 60% 정도에서 출발해 27km를 엔진 개입 없이 달렸음이 이를 말해준다. 완충 상태라면 50km를 너끈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시속 140km까지 커버한다. 차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운전자를 지원한다. 완성도가 높다. 90km/h 속도에서 마치 사람이 운전하듯 유연하게 코너를 따라 달렸다. 속도를 높여도 자연스럽게 조향과 거리 조절을 수행했다.

시티 세이프티를 포함하는 인텔리세이프 기능은 기본 탑재된다. 도로 위의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 사슴과 같은 큰 동물을 식별하고 자동 제동 및 충돌 회피 기동을 한다. 도로 이탈 완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 등이 포함된다. 이중 삼중, 전후좌우로 겹겹이 안전의 그물망을 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GPS 계측기를 장착하고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볼보가 밝힌 이 차의 100km/h 가속 시간은 5.3초. 모두 열 차례 주행 시간과 거리를 측정한 결과 5.87초, 81.68m의 최고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살펴봤다. 27.8km/L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절반은 엔진 개입 없이 모터 구동으로 달렸고, 나머지 절반을 엔진 위주로, 간간이 모터가 개입하며 달린 결과다. 공인복합 연비는 엔진과 모터를 구분해서 알려준다. 엔진 연비는 10.8km/L, 모터 연비는 3.0km/kWh다.

연비와 성능은 양립 불가가 상식이다. 연비를 좋게 하려면 성능을 양보해야 하고, 성능을 높이려면 연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엔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더는 상식이 아니다. 연비와 성능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XC60 T8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엔진에 더해 모터까지 보탠 405마력의 힘으로 놀라운 고성능을 보여주는가 하면 공인복합 연비보다 배 이상 좋은 연비를 실제로 보여줬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여서 가능한 부분이다.

가격도 착하다. XC60 T8 R-디자인 가격은 7,100만원. 인스크립션 트림보다 1,000만원 가까이 낮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X3 30e, GLC 300e 등과 비교할 때도 경쟁력이 높은 가격이다.

안전은 기본, 높은 성능, 우수한 연비, 착한 가격. XC60 T8은 자동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을 높은 수준에서 완성하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아주 사소한 불편함이 있다. 음성명령 버튼은 한국에선 무용지물이다. 작동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연동시키면 스마트폰 음성명령을 이용할 수는 있다. 한국에서도 음성명령을 기본으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배터리 홀드 모드를 작동시켜도 배터리 잔량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 차가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배터리도 소모되는 것.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정확하게 작동해야 운전자가 좀 더 전략적으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배터리 홀드를 작동하면 현재 수준에서 배터리 잔량이 큰 편차 없이 유지됐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