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신형 5시리즈에 디젤 엔진이 추가됐다. 이로써 5시리즈는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디젤 3가지 파워트레인에 모두 13개 트림을 국내에서 판매하게 됐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늘었고, 그만큼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다.

신형 5시리즈의 523d를 시승했다. 판매가격 7500만원 짜리 523d M 스포츠 패키지 트림이다. 때마침 닥친 영하 5도의 한파를 뚫고 자유로를 달렸다.

BMW는 5시리즈를 비즈니스 세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형 세단은 으레 패밀리세단으로 인식되는 선입견을 뛰어넘는 좀 더 고급스러운 세단으로 어필하겠다는 의지다.

디자인은 적지 않은 변화를 거쳤다. 좌우 확연히 분리됐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굵은 크롬 라인으로 감싸며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모였다. BMW의 상징이었던 헤드램프의 엔젤링은 신형 5시리즈에서 사라졌다. 흔적도 없다. 익숙했던 것과의 이별은 늘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안젤리나 졸리의 두툼한 입술을 닮았다.

4,965×1,870×1,480mm 크기에 2,975mm의 휠베이스를 갖췄다. 이전 대비 27mm가 더 길어진 크기다. 이 크기를 스티어링휠 락투락 3회전으로 조향한다.

2.0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은 8단 변속기가 조율해 190마력의 출력을 낸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속시 약 11마력의 힘을 더 보탠다. 48V 시스템은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활용한다. 엔진 재가동이 부드럽고 탄력주행할 때에도 엔진을 잠재워 진동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가속 시에는 힘을 보태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탄력주행을 하거나 에너지를 배터리로 회수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인다.

48V 시스템은 상징적 효과도 크다. ‘하이브리드’라는 전동화 모델로 포장해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내는 것.

서스펜션은 단단했다. 후륜구동으로 밀고 가는 BMW다운 단단한 승차감이다. 안락함을 해치지 않고 노면 충격에 지지도 않는다. 넘치는 힘은 아니나 필요한 수준 이상의 힘을 보인다. 고속주행까지 너끈히 달려가는 힘과 빠른 속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보인다. 힘과 주행 질감이 역시 BMW다.

강한 제동을 시도했다. 안전띠가 몸을 죄고 비상등이 작동하며 정해진 매뉴얼대로 착착 제동반응을 보이다. 제동거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영하의 날씨 탓에 노면도, 타이어도 차가워서다.

GPS 계측기를 장착하고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11차례 모두 8초대를 기록했다. 비교적 편차가 적은 셈이다. 평균 기록은 8.59초, 가장 빠른 기록은 8.20초였다. 제동거리는 124.89m가 가장 짧았다. 48v 시스템의 부스트 효과도 한몫을 담당한 기록. 제원표상 100km/h 가속 시간은 7.2초.

아주 빠른 차는 아니다. 하지만 2.0 디젤 중형 세단임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조금 빠른 정도다.

파주- 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6.0km/L로 공인복합 연비 15.6km/L를 10km/L 이상 더 달린 기록이다. 디젤 엔진의 효율, 에코 프로 주행 모드, 오토 스타트 스톱 시스템에 더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 높은 수준의 효율을 확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처럼 523d는 무난한 성능에 뛰어난 효율을 보였다. 하지만 눈여겨볼 부분은 따로 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더 높아져 어지간한 초보 운전자를 뛰어넘은 반자율 주행 수준을 보였다. 유연하게 차간거리를 조절하며 차로 중앙을 유지했다. 계기판 중앙에 보이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는 3D 그래픽으로 주행 차로뿐 아니라 좌우 차로까지 모두 3개 차로를 인식해 보여준다. 버스나 트럭은 승용차와 구분해 대형차로 따로 표시한다.

디지털 기술도 차근차근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 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다. 번거롭게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신용카드 형태의 ‘키 카드’를 도입했고 애플 아이폰에 한해 모바일 디지털 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을 키로 활용해 차를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것. 비즈니스 세단이 점차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스처 컨트롤, 후진 어시스트는 BMW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술이다. 손동작으로 볼륨을 키우거나 채널을 이동하는 등 몇 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50m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후진해갈 수 있도록 조향을 지원해주는 재미있고 신박한 기능이다.

숙명의 라이벌 E클래스와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다. 두 차종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시기에 신형 모델이 출시됐다. 5시리즈가 E클래스보다 조금 더 크다. 길고 넓고 높다. 디젤 엔진 기준으로 연비는 523d가 조금 더 우수하고 출력은 E220d가 4마력이 세다. E220d는 4매틱이 기본이고, 523d는 후륜구동과 사륜구동 모델이 따로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의 맨 철판은 아쉽다. 무려 7500만원에 팔리는 독일산 프리미엄 중형 세단인데 트렁크를 열면 맨 철판이 드러난다. 철판 가리는데 원가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닐 텐데 이런 부분까지 아껴야 할까.

운전하면서 손짓을 하면 가끔 차가 반응할 때가 있다. 소리가 커진다거나 오디오 채널이 넘어간다. 제스처 컨트롤이 운전자의 손짓에 반응하는 것이다. 제스처 컨트롤이 불편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가끔은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차창을 감싸는 크롬 라인이 뒷좌석 호프마이스터킥 라인에서 끊겨있다. 끊긴 부분을 만져보면 뾰존한 부분이 손에 걸린다. 옷이라도 걸리면 올이 나가겠다. 크롬 라인을 왜 끊었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