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에 AWD가 적용됐다. 2020년 형 모델이다. 토요타 세이프티 시스템을 기본 장착하고 AWD를 더해 완성도를 더 높였다.
파워트레인 변화는 없다. 1.8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결합으로 120마력의 힘을 낸다.
프리우스에 적용된 AWD는 뒤 차축에 전기모터를 더해 동력을 확보하는 E4시스템이다. 드라이브 샤프트가 필요 없다. 이 밖에도 E4 시스템은 흔히 알고 있는 4WD 시스템과는 많이 다르다.
별도의 후륜구동 전용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드라이브 샤프트가 필요 없는 방식이다. 시속 70km까지만 사륜구동이 작동한다. 그 속도를 넘으면 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사륜구동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고속주행안정감을 기대하기 힘들다. 시속 70km 미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륜구동 시스템의 기능은 젖은 길,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적인 구동을 하는 정도다. 절반의 AWD, 프리우스 맞춤형 AWD 시스템이다.
AWD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고속, 코너, 오프로드에서 주행안정감, 강한 구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시스템 자체가 무겁고 동력전달 과정에서 손실되는 힘이 생겨 연비가 나빠진다. 프리우스는 모터를 이용해 중량 확대를 줄이고 손실 동력을 없애 연비 악화를 최소화하고, 고속구간 대신 실주행 영역에서 안정적인 구동을 택했다. 상당히 독특한 AWD 시스템이다. 영리한 판단이다.
토요타는 프리우스의 배터리를 이원화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에는 니켈 메탈 전지를, 앞바퀴 굴림 모델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 니켈 메탈 전지가 저온에 좀 더 강한 면이 있고,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두 종류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형에는 없었던 토요타 세이프티 시스템을 2020년형부터는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토요타 세이프티 시스템은 긴급 제동 보조,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보, 오토매틱 하이빔 등 4개 기능으로 구성됐다.
스티어링휠은 정확히 3회전. 반발력이 거의 없는 가벼운 조향감이다. 4.2 인치 모니터 2개로 센테페시아 상단에 얇고 긴 계기판을 배치했다.
조용하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 소리가 없다. 오디오의 질감 있는 소리가 귀에 착 감긴다. 너무 조용해서 작은 소리까지 들리는 게 함정이다. 풍량 1단계로 작동한 에어컨 바람 소리가 잔잔하게 들린다. 최대의 효율을 만들기 위해 운전석에만 에어컨 바람을 보내주는 기능도 있다.
장난감 같은 변속레버는 프리우스의 상징으로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행모드 B는 좀 더 강한 회생제동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
주행모드는 파워 에코 노멀 세 가지다. 악보의 플랫(b)처럼 반 내림한 느낌이다. 파워 모드라고는 하지만 일반 세단의 노멀 모드 정도의 느낌인 것.
별도의 EV 모드가 있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할 때 시속 60km 전후 속도까지 전기차처럼 배터리 우선 모드로 움직인다.
발놀림이 아주 경쾌하다. 첫 움직임에서부터 가벼운 몸무게가 확 느껴진다. 공차중량 1,455kg이다. 1.8 가솔린 엔진이 98마력, 모터를 포함하는 총 시스템 출력이 120마력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11.9kg이 된다.
노면 굴곡을 기분 좋게 타고 넘는다. 가볍게 흔들리는 느낌. 거친 길에서는 정직하게 노면 흔들림을 전달한다. 접지면은 좁고 편평비는 높다. 그리고 휠 사이즈는 작다. 195/65R15 사이즈의 타이어가 차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연비 최적화에 맞춘 타이어다. 리어 서스펜션을 더블위시본으로 적용해 부드럽고 여유 있는 승차감을 확보하고 있다.
고속주행에 접어들면 굴곡을 타고 넘을 때 흔들림이 증폭된다. 살짝 떠서 가는 느낌. 공기저항 계수는 0.24로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바람 소리는 크지 않다. 밟는 대로 속도가 올라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속도에 이르면 그 이상의 가속이 상당히 제한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즉시 작동하고, 변속레버를 B 레인지로 택하면 브레이크를 살짝 밟은 것처럼 가속감은 더뎌지면서 회생제동 시스템이 좀 더 강하게 작동한다.
70 km/h를 넘어서면 에누리 없이 AWD가 차단되고 앞바퀴 굴림을 고집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 올라서면 대체로 그 속도를 넘어서는 만큼 AWD는 주행속도가 낮아지는 도심 주행에서나 누릴 수 있다. 눈 내린 날 도심 언덕길에서 빛을 발할 AWD이지 싶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차선을 벗어날 때 경고까지만 작동한다. 조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차선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차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버텨 주다가 어느 순간 차선을 넘어간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선강후약. 100km/h로 달리던 1.5t이 채 안 되는 무게가 강한 제동에 앞이 숙여지는가 싶더니 안정을 되찾으며 제동을 마무리한다. 강한 반응 이후 부드럽게 정지까지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대신 제동거리는 조금 길었다.
속도를 끌어올려 코너에 접어들었다. 사륜구동이 작동하는 속도를 벗어난 코너링이다. 앞바퀴 굴림 상태로 무리 없이 돌아나갔다. 사륜구동이지만 사륜구동이 아닌 상태. 네 바퀴가 끈끈한 그립을 유지하는 사륜구동의 코너링 반응은 아니지만, 적당히 빠른 속도로 짜릿한 재미를 느낄 정도의 코너링 반응을 만날 수 있다. 차체가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낮은 무게중심 덕에 요동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코너를 돌아나갔다. 천천히, 조금 더 여유롭고 편하게 움직이는 게 프리우스에는 어울린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했다. 에어컨 끄고, 파워 모드로 달렸다. 엔진과 모터가 모든 힘을 다 끌어내고 사륜구동까지 가세했다. 한 푼 두 푼 저축해서 힘을 모아가는 성실한 가속감. 시간과 거리가 어느 정도 필요했다. 7차례 테스트한 결과 10.83초부터 12.96초까지 편차가 큰 결과가 나왔다. 가속 거리는 176.79~219.14m까지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연비를 측정했다. 공인복합 연비는 20.9km/L. 도심 연비가 고속도로 연비보다 더 높은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
자유로를 정속 주행해 행주대교 북단에서 32.4km/L, 올림픽대로로 건너가 교통 체증을 지날 때 35.4km/L까지 기록했다. 이후 이수교차로 진출로에서 33.7km/L을 찍었다. 최종 목적지인 교대역 사거리에서 평균 연비 31.0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 20.9km/L보다 리터당 10km를 더 달린 기록이다. 지난 2월에 탔던 2019년형 프리우스(앞바퀴 굴림)는 32km/L였다. 큰 차이 없는 것.
효율에 최적화한 합리적인 친환경 자동차다. 중저속 구간을 중심으로 실주행 영역에서 최고의 효율과 주행 반응을 보인다. 고속주행,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환상적인 코너링 등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실생활 속에서 최고의 효율을 보이고 최적의 경제성을 확보한 스마트한 자동차다. 반 내림표를 앞에 달고, 자린고비처럼 악착같이 연료를 아끼는 친환경 자동차다. 사륜구동 시스템조차도 성능 위주가 아니라 중저속 구간에 최적화한 실속형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3,693만 원.
환경오염, 이상기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시대에 친환경 자동차를 주목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진다. 착한 소비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그런 면에서 프리우스는 여전히 참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내비게이션이 안 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와 연결할 방법도 없다.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내비게이션을 보는 방법밖에 없다. 내비게이션을 내장하거나, 최소한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것,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시동을 꺼도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는다. 손으로 접으면 되지만 번번이 그러기는 힘들다. 사이드미러가 접혀있지 않은 차는 차 도둑들의 표적이 될 위험이 크다. 적어도 한국에서 전동식 사이드미러는 꼭 필요한 아이템인데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