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가 7세대로 진화했다.
월드 프리미어로 진행된 신차발표회는 미국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물론, 아니 어쩌면 북미 시장에서 더 중요한 차임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를 키우고 조금 더 낮췄다. 높이는 20mm 낮춰 넓고 낮은 자세다. 휠베이스도 확대해 차급 대비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손대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선들이 살아있다. 차체 옆면이 그렇다. 종이를 예리하게 접어 날을 바짝 세운 모습이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주변은 어지러울 정도로 선들이 교차한다. 좌우 리어램프에 세로 라인을 살리고 두 램프를 길게 이어주는 라인을 추가해 H라인을 완성했다.
드로잉과 스케치를 거친 디자인이 아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선과 면, 각과 도형을 계산해 완성한 디자인이다. 현란하고 예리하다.
디자인에 잔뜩 힘을 준 이유는 예전 그대로인 파워트레인에 있다. 세대변경을 이룬 풀체인지 모델이지만 파워트레인에 변화는 없다. 1.6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 123마력의 출력은 그대로인 것. 디자인이 변화를 주도한 셈이다.
10.25인치 모니터 두 개를 이어붙여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로 배치했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운전석 방향으로 10도 비틀어 배치했다. 커브 모니터처럼 모니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다. 변속레버 옆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운전자의 공간이 완벽하게 구축된 모습이어서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느낌이다.
변속레버가 예쁘다. 8단에 대응하는 무단변속기다.
뒷좌석 공간은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여유 있게 드나들 정도다. 열선 시트와 송풍구를 제외하면 뒷좌석을 위한 이렇다 할 편의장비는 없다.
첫 발짝이 인상적이다. 가볍다. 저항이 없다. 스티어링 휠과 타이어가 그랬다. 손과 발에 힘을 완전히 빼고 걸치고만 있어도 차가 움직인다.
중저속에선 더없이 편하다. 준중형이라고 하지만 중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반응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현대차의 마지노선이다. i30 와 아반떼가 현대차의 엔트리카인 것. 소형 세단의 몰락으로 어느새 이 차가 막내가 된 것. 차급은 반올림해서 중형급으로 올라섰는데, 라인업 상 포지션은 제일 아래다. 묘한 아이러니다.
노면 충격은 서스펜션에서 적당히 걸러진 뒤 전해진다. 튀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편안하게 넘는 느낌도 온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80~90km/h 부근에서 바람 소리가 생각보다는 크게 들렸던 이유다. 차체는 편안하게 움직이는데 지붕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제법 들렸다.
100 km/h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도 차체의 편안함은 유지된다. 이 속도에서 rpm은 1800 정도를 유지한다. 최고출력은 123마력인데 6,300rpm에서 최대토크 15.7kgm는 4,500rpm에서 발휘된다. 엔진 회전수를 바짝 끌어 올려야 최고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특성이다. 엔진 배기량이 적어 회전수를 조금 더 올려야 하는 것.
고속주행에서 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차근차근 힘을 모아가며 속도를 끌어올려 가면 엔진 사운드가 마지막까지 바람 소리에 묻히지 않고 살아있다. 쥐어짜는 힘이지만 한계속도까지 달려준다. 힘든 기색이 보이지만 열심히 달린다.
엔진 출력이 말해주듯 당연히 고성능이 아니다. 고성능 아반떼를 원한다면 가을까지 기다리면 된다. N 라인이 출격 대기 중이다. 하이브리드도 가을에 추가될 예정이다.
공차중량 1,230kg, 123마력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정확하게 10kg이다. GPS 계측기로 0-100km/h 가속성능을 측정했다. 가속 초반에 잠깐 멈칫하고 이후에 꾸준히 가속을 이어가는 반응이다. 무단변속기지만 rpm이 변하는 변속의 느낌도 있다.
최고 결과는 9.98초. 거리로는 153.32m를 달려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마력당 무게비에 딱 들어맞는 결과다. 가장 늦은 기록은 10.57초로 편차도 크지 않다. 평균은 10.22초, 160.92m.
반환점을 돌아서는 연비 테스트를 시도했다. 계기판이 알려준 결과는 51.6km를 달려 22.7km/L였다. 17인치 타이어를 적용한 아반떼의 공인복합연비 14.5km/L보다 리터당 8km를 더 가는 양호한 연비다. 에코 모드로 차분하게 달리면 큰 어려움 없이 만나볼 수 있는 연비다.
스마트센스로 불리는 현대차의 주행보조시스템은 차급에 상관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 트림 기본 적용되는 전방충돌 방지 보조시스템은 차는 물론 보행자, 자전거 등을 인식하고 대응한다. 차로 유지 보조시스템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반자율 운전을 훌륭하게 해낸다. 차선을 밟는 일도 거의 없고 빠른 속도에서도 제법 컨트롤을 잘한다.
아반떼는 이제 하나의 디바이스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차에서 모니터를 통해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 쏘렌토, G80을 거쳐 아반떼에까지 적용됐으니, 기아차, 제네시스, 현대차 순서로 차근차근 탑재를 마쳤다. 스마트키도 있고, 하차후 최종 목적지 안내도 있다. 내차 위치공유도 가능하다. 현대기아차 아닌 다른 브랜드에서는 만나기 힘든 아이템들을 잔뜩 집어넣었다. 스마트폰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이전 세대에 실험적으로 적용했던 ‘사운드 하운드’는 사라졌다.
7세대 올 뉴 아반떼의 판매가격은 1,531만 원부터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으로 기본가격이 2.392만 원이다. 옵션으로 17인치 타이어와 선루프를 추가할 수 있다. 최고 트림에 풀옵션을 하면 2,574만 원이 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인식 시스템은 현란한 기술을 자랑하지만 정작 기본이 약하다. 카카오i와 연동하는 서버형 음성인식 기능이다. “엉따”라고 말하면 시트 열선을 작동시켜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줄 만큼 현란한 기능을 자랑한다. 뉴스도 읽어주고, 차창도 닫아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사용할 것 같은 실내 온도 조절에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실내 온도 19도”하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하라 하고, 22도를 요구하면 날씨 안내를 한다. 엉따는 몰라도 온도 조절은 해줘야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게 맞다. 현대차가 할지, 카카오가 할지는 모르겠지만 음성인식 시스템은 디테일을 좀 더 손봐야 한다.
계기판 좌측으로 이어붙인 가짜 모니터는 억지스럽다. rpm 게이지 같은 원형 그래프도 그려 넣었다.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모양뿐인 가짜다. 두 개의 모니터를 이어붙이기는 했는데 허전한 왼쪽을 그렇게 마무리한 것. 마지막 마침표를 잘 못 찍었다. 마감에 쫓겨 서두른 느낌.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