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하이브리드가 태양을 품었다. 8세대 신형 쏘나타에 추가된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지붕에 솔라루프 시스템을 탑재해 태양광으로부터 전기를 만들어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친환경차의 동력원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것도 자연으로부터 직접 전기를 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솔라루프 시스템은 하루 6시간 발전량으로 연간 1,3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낸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발전 효율이 개선되면 훨씬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제 시작이다.
그라데이션 히든 라이트와 헤드램프 아래를 감싸는 주간주행등 덕분에 눈이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 처진 눈매가 어색하지만, 선한 인상을 준다. 가로 라인을 강조한 크로스홀 캐스케이딩 그릴,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휠을 적용했다. 종이로 접은 듯한 캐릭터 라인이 들어간 옆모습은 늘씬하고 세련됐다.
뒷좌석은 충분히 넓다. 굳이 공간의 넓이를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머리 위로도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을 확보했다. 센터 터널이 솟아 있어 뒷좌석 가운데 공간을 제한할 뿐이다. 뒷 시트 가운데를 보면 조그만 통풍구가 있다. 시트 아래에 있는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의 열관리를 위한 구멍이다.
조수석 시트 옆 부분에 3개의 버튼이 있다. 조수석을 밀고, 접고, 누일 수 있는 버튼이다. 쇼퍼드리븐카의 오너석에 해당하는 뒷좌석 우측 공간을 최대한 넓게 만들 수 있다. 필요하다면 쇼퍼드리븐카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차급을 뛰어넘는 편의 장비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에너지 흐름에는 솔라패널이 부지런히 전력을 공급하는 모습이 보인다. 방전을 염려할 필요는 없겠다. 12V 배터리 리셋 버튼이 있어서다. 12V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하이브리드 배터리에서 전력을 보충해 시동을 걸 수 있게 해준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는 능동변속 제어 기능을 갖췄다. 초당 500회 모니터링을 통해 빠르고 부드럽게 변속을 구현한다. 변속레버는 없다. 버튼이 그 기능을 대신한다.
스포츠, 에코. 스마트, 커스텀 4개 주행모드가 있다.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계기판에는 화려한 그래픽 쇼가 펼쳐진다. rpm 게이지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 자동차로서의 정체감을 좀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된다. 드라이버 온리 모드를 택하면 공조시스템이 운전자에게만 집중하고 조수석과 뒷좌석 송풍은 멈춘다. 조금이라도 더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다.
1열 차창과 앞창에 이중 접합유리를 적용했다. 덕분에 실내가 좀 더 조용해졌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들려주는 음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도로의 자잘한 충격을 편안하게 밟고 지난다. 노면 소음도 낮게 들어온다. 과속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었다. 충격의 상당 부분을 걸러낸다. 부드러운 글러브를 끼고 때리는 타격감이다. 딱딱하기보다 부드러운 편에 가깝다.
2.6 회전하는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반응한다. 정면을 응시하면 자연스럽게 헤드업디스플레이가 보인다. 주행속도, 제한속도, 진행 방향, 좌우 접근 차량 등등 필요한 정보를 넉넉히 담고 있다.
내비게이션 정보는 주행보조 시스템과 연동한다. 블루링크 시스템은 차의 움직임을 상시 체크한다. 차의 움직임이 불안전하면 블루링크 센터에서 확인 전화를 한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고 차간거리도 유연하게 조절한다. 조향과 제동에 능동적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덕분에 훨씬 더 안전하고 편하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속도를 높이면 바람 소리가 먼저 들린다. 속도에 비해선 크다 할 수 없는 수준. 지하차도, 다리 밑을 지날 땐 계기판의 솔라루프가 꺼졌다가 다시 활성화된다. 태양광이 끊기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
스마트 카드 시스템이 있다. 키가 없어도 이 카드를 이용해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가족끼리 차를 공유하는데 더 이상 키가 필요 없는 것. 스마트 폰 앱으로도 가능하다. 차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고, 핸드폰을 이용해 차를 열고 시동을 걸어 움직일 수 있는 것. 애인끼리 차를 공유하다가 권한을 삭제하는 것으로 이별을 통보할 수도 있겠다. 스마트한 세상.
스마트 카드 시스템과 스마트 폰 앱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동차 공유 시스템’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이 부분에도 힘을 쏟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 차의 곳곳에 미래에 대한 힌트가 숨겨져 있다고 봐도 좋겠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2.0 가솔린 엔진, 영구자석형 전기모터, 리튬이온 배터리,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로 구성된다. 엔진 151마력, 모터 38kW의 힘을 바탕으로 총 시스템 출력 195마력에 달한다. 17인치 타이어 적용 기준 공차중량은 1,505kg. 마력당 무게비는 7.7kg 수준. 중형세단으로 충분한 힘의 효율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숨죽여 있던 엔진을 깨워 있는 힘껏 달렸다. 여유 있는 힘이 느껴진다. 친환경 자동차의 여린 느낌이 아니다. 강한 힘으로 몰아치는 가속감을 만끽할 수 있다. 고속에서도 차체 흔들림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뒤에 배치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앞뒤의 무게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고 있다. 고속에서도 불안하지 않다.
실제 속도보다 체감속도가 느리다. 하이브리드의 여린 느낌을 걱정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잘 달린다.
카메라를 통해 차의 후방 상황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룸미러보다 깨끗하고 사각지대가 없어 시원하다. 빌트인 카메라는 주행 상황을 녹화해 블랙박스 기능을 한다. 다만 전기를 지속적으로 소비해 연비를 갉아먹는다는 게 함정.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공인 복합 연비는 19.1km/L지만 같은 조건에서 빌트인 캠을 작동하면 18.8km/L로 낮아진다. 파주-서울 간 55km를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측정한 실주행 연비는 26.3km/L로 기대 이상이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존재 이유는 결국 연비에서 결정되는 법. 만족할만한 연비를 보여줬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최저 가격은 2,754만 원. 솔라루프 시스템은 2,961만 원짜리 프리미엄 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다. 옵션가격은 128만 원. 시승차는 최고 트림인 인스피레인션으로 3,599만 원이다. 여기에 필요한 옵션을 추가하면 4,000만 원을 호가하게 된다.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다. 가장 앞선 수준의 주행보조 및 편의 장비를 만날 수 있어서다. 동급의 수입차에 비해 가격은 낮고, 누릴 수 있는 편의 장비는 훨씬 높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리어 스포일러에 좌우에 각 6개씩 모두 12개를 배치한 에어로 핀이 보기에 거슬린다. 매끈한 피부에 물집이 잡힌 것처럼 보여서다. 공기 흐름을 잡아줘 연비나 소음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각적으로 거슬린다. 없어도 좋겠다.
트렁크 열면 좌우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날카로운 각이 드러난다. 창처럼 뾰족해서 부딪히면 제대로 다치겠다. 짐을 싣고 내릴 때, 아이들이 근처에서 뛰어다닐 때 조심해야겠다. 아름다운 디자인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내가 디자인 책임자라면 이 디자인 택하지 않았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