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뉴가 왔다. 현대차 SUV 라인업의 막내다. 전에 없던 차의 탄생이다.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 국내 시장에서 본격 판매에 나섰다.

현대차는 혼자 사는 사람들, 이른바 ‘혼족’을 베뉴의 타깃층으로 겨냥했다. 이른바 ‘혼라이프 SUV’로 자리매김한 것. 핵가족 시대를 지나 일인 가구가 전체의 30%에 이르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셈이다. 베뉴가 장소, 현장이라는 영어 단어임을 보면, 현장을 달리는 젊은 세대를 위한 SUV라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듯.

베뉴는 스마트, 모던, 플럭스 3개 트림으로 모델 라인업을 구성한다. 모던 트림에 풀옵션을 장착한 베뉴에 올라 편도 70km의 시승 길에 올랐다.

격자무늬의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를 감싸는 사각형 주간주행등, 얇은 방향지시등, 다양한 패턴을 적용한 리어컴비네이션 램프 등이 이 차의 디자인 특징이다. 작은 SUV이다 보니 뭉툭해 보이는 모습이 자동차의 황금 비례는 살짝 무너진 감이 있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길이 4,040mm로 짧지만, 의외로 뒷좌석은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반이 넉넉히 들어갈 만큼의 공간을 확보했다. 크기에 비해 넓은 공간이다. 차가 높아 앉은 자세도 편하고 키가 큰 사람도 불편하지 않을 실내다.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이렇다 할 포인트가 없다. 변속레버가 가장 대표적이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그래서 미완성처럼 보인다. 변속레버 주변도 그렇다.

트렁크는 바닥 높낮이를 2단으로 구성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을 들어 홈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높낮이가 조절된다. 트렁크 덮개도 뒷좌석 등받이 뒤로 쉽게 수납해 정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실내등 스위치가 있는 곳. SOS 버튼이 눈에 띈다. 긴급구난센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핫라인이다. 버튼의 존재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진다.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님을 말해준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것, 어딘가에 연결돼 있다는 것. 특히나 혼자 사는 이라면 SOS 버튼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 모르겠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다.

스티어링휠은 반발력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게 2.7회전 한다. 가속페달도 경쾌하게 밟힌다. 첫발을 떼는 발걸음이 가볍다. 가속페달은 아무 저항 없이 끝까지 밟힌다.

1.6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 조합으로 123마력의 힘을 낸다. 딱 좋은 힘이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잔뜩 힘을 쓰며 속도를 올린다. 드러나는 힘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쥐어짜는 엔진 소리 때문이다. 듀얼포트 인젝터를 사용해 연소효율을 높였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

시속 80km 부근에서 자글거리는 노면 잡소리들이 들린다. 속도를 올리면 바람 소리가 더해지고, rpm을 높이면 덜 만져진 엔진소리가 밀고 들어온다. 작은 SUV여서일까 NVH는 썩 훌륭하다 할 수 없다. 고속에서는 와글거리는 소리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고속주행에서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는 대체로 일치하는 편. 아무래도 고속주행은 조금 불편하다. 고속도로에서도 제한속도에 맞춰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로 편하게 달리는 게 좋겠다.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마크한다. 무단변속기는 수동변속이 가능한데 8단으로 대응한다. 그렇다면 rpm은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엔진 배기량의 한계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8단으로 대응한다면 rpm을 조금 더 낮추고 그만큼 연비를 조금 더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행보조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전방충돌 방지보조, 차로 이탈 방지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등이 운전을 돕는다. 스티어링휠에 가볍게 손을 얹은 채로 달리면 차로를 따라 조향에 개입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차로의 중앙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달린다.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무리 없이 차로 중앙을 유지한다. 차간거리 조절은 하지 않는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어서다. 정해진 속도로 우직하게 달리는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했다.

스포츠, 에코, 노멀 3개의 주행모드가 있다. 각각의 차이가 확 드러나지는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2WD 험로주행 모드다. 앞바퀴 굴림의 SUV지만 앞 타이어의 그립을 조절하며 오프로드나 거친 길, 눈길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한 것. 푸조의 그립 컨트롤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인 카카오i를 활용한 음성명령은 다루기 쉽고 정확하다. 음악 선택, 전화 걸기, 내비게이션 목적지 선택을 음성명령으로 처리할 수 있다. 운전중에 요긴하게 쓰인다.

베뉴에는 무릎 워머를 택할 수 있다. 적외선을 이용해 무릎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 젊은이만 혼족일 수는 없는 법. 혼자 사는 노년층이 좋아할 만한 기능이 아닐까 싶다.

공인복합 연비는 15인치 타이어를 적용했을 때 13.7km/L, 17인치 타이어를 쓰면 13.3km/L다.

판매가격은 1,473만 원부터 2,111만 원까지. 옵션을 더하면 2,000만 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상승한다.

소형 SUV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치게 생겼다. 기아차도 베뉴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셀토스를 곧 투입할 예정이어서다. 경쟁차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소형 세단 시장이다. 안 그래도 무너지는 소형 세단 시장이, 이처럼 쟁쟁한 경쟁력을 가진 소형 SUV의 등장에 속수무책이다.

혼족의 등장도 사실 반가운 일은 아니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은 자동차를 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웃 일본이 그렇다. 자동차 메이커가 차를 사라는 광고 대신 운전면허를 따자는 광고를 할 정도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관심을 두지 않아 소형차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식. 시대의 흐름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걱정이다. 혼족을 겨냥했다는 베뉴의 운전석에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단변속기의 변속레버는 만들다 만 것처럼 보인다. 뭔가 허전하다. 변속레버 주변도 너무 소박한 모습이다. 현대차답지 않다.
엔진 오토스톱,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없다. 소형 SUV에 그게 꼭 필요한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적어도 원하는 고객에게는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차급은 낮을지 몰라도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이제 무척 높아졌다. 물론 그 눈높이를 높이는데 현대차가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