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SM6 LPe 모델을 출시했다. 발 빠른 대응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중 하나로 LPG 엔진차에 대한 규제를 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는 SM6 LPe를 시장에 내놓은 것.
LPG 엔진을 친환경 차라는 주장에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일반인들도 LPG 엔진 차를 탈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건 언제든 환영할 일. 그만큼 소비자들은 더 많이 고민해야 하고 한정된 수요를 나눠 먹어야 하는 메이커로선 안 팔리는 모델이 생긴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중형세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꼽는다면 SM6다. 세련된 모습에 중형차로서의 적당한 무게감을 가졌다. 마치 괄호를 친 듯 C자형 주간주행등으로 멋을 내고 단정한 뒷모습으로 마무리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LPG 차는 싸구려라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깨버린다. 나파 가죽시트에 정성스러운 퀼팅 무늬를 넣어 ‘고급 세단’으로서 충분한 인테리어를 꾸미고 있다. RE 트림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를 만난다. 여기에 ‘빛’이 더해진다. 5개의 은은한 컬러로 실내 분위기를 띄워주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적용한 것.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감도 무시할 수 없다. 뒷좌석에 앉으면 주먹 두 개가 넉넉히 들어가는 무릎 앞 공간이다. 중형세단으로서 충분한 공간을 갖춘 셈.
SM6 LPe의 와우 포인트 중 하나는 트렁크. 스페어타이어를 넣는 트렁크 바닥 아래에 LPG 탱크를 원형으로 만들어 넣었다. 르노삼성이 특허를 받는 도넛 탱크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이 넓어졌다.
기체 상태인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LPG 엔진은 디젤이나 가솔린에 비해 압축비가 낮다. 고출력에 대응하기 힘든 구조다. 효율도 높은 편은 아니어서 공인복합 연비는 리터당 9km 정도다. 이런 불리한 점을 극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료값이 싸다는 점. 2019년 5월 기준, 가솔린 1,564원, 디젤 1,442원, LPG 883원이다. 연비는 조금 떨어져도 연료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 1만km를 탈 때 2.0 가솔린이 130만 원 드는데 2.0 LPe는 90만 원가량 든다.
또한, LPG 엔진은 가솔린 엔진 수준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기대할 수 있다. 소음과 진동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디젤엔진과 차이가 크다는 것.
미세먼지 대책으로 LPG 엔진차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는 점을 근거로 LPG 차를 친환경 차로 인식하는 부분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디젤 엔진차에 비해 LPG 차가 미세먼지 배출은 거의 없지만 일산화탄소는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일산화탄소는 지구 이상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미세먼지를 덜 내뿜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친환경 차로 봐서는 곤란하다.
2.0 LPe는 140마력 19.7kgm의 힘을 낸다. 최고출력은 가솔린 2.0 엔진과 같다. 강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힘이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11.68초. 성능에 집착하고 달리기를 즐기는 소비자에겐 부족해 보이는 성능이겠으나, 패밀리카로 사용하며 승차감과 편의, 효율을 먼저 생각하는 이에겐 나무랄 게 없는 성능이다.
큰 흔들림 없이 고속주행까지 무난하게 소화한다. 노면에 밀착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잘 달린다. 고속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좋다. 툭툭 밀면서 저속기어로 바꿀 수 있는 변속레버는 나름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무단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감은 수동변속 모드에선 제법 박력 있는 반응으로 바뀐다. 닛산이 자랑하는 X 트랙. 7단 수동변속에 대응하는 무단변속기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 수준으로 조금 높은 편.
주행보조 시스템은 필요한 부분만 간소하게 갖췄다.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오토하이빔 정도다. 크루즈컨트롤은 정속주행만 가능하다. 차선이탈 경고 장치는 수시로 ‘드르륵’ 거리는 전자음으로 경고를 날린다. 조향에 개입하진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툭툭 건드리면 반응이 제법 예민하다. 페달 각도에 따라 차체가 제법 빠르게 반응한다. 에코모드에서는 가속 조작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너는 밟아라. 나는 내가 알아서 간다”는 식이다.
과속방지턱은 적당히 충격을 흡수하며 건넌다. 수축할 때보다 이완할 때 가끔 거친 느낌이 전해진다.
차음유리를 적용한 윈드실드는 소리를 잘 걸러낸다. 빠르게 달려도 바람 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차음유리는 열 차단 효과도 크다.
245/45R18 사이즈의 금호타이어를 끼웠다. 고속에 이르기까지 노면 구동력을 잘 유지한다. 다만 좁은 코너를 빠르게 공략하면 힘들어한다. 살짝살짝 비명을 토해낸다. 그래도 차체는 크게 기울지 않고 잘 버텨준다.
공인복합 연비는 9.0km/L. 파주-서울 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연비는 10.7km/L였다. 비 오는 금요일 오후, 올림픽대로와 서울 시내의 지독한 교통체증 구간을 뚫고 달린 결과다.
분명히 고성능 차는 아니다.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미묘한 흔들림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패밀리카로 사용되는 중형 세단에게는 한계를 넘나드는 극한 성능보다 편안한 승차감과 안전, 편의장치가 더 중요한 요소다. 무난한 달리기, 넓은 공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고 여기에 더해 LPG의 경제성을 더했다.
그 이상 욕심내기를 거부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 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3,00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도 매력 있다. 판매가격이 2,477만 원부터 2,911만 원까지다. 물론 옵션을 더하면 3,000만 원을 넘지만, 가솔린 모델보다 130만~150만 원가량 가격을 낮게 책정했으니 충분히 매력 있는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우회전할 때 시야가 답답함을 느꼈다. A필러와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겹치며 사각지대가 생긴 탓이다.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디자인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크루즈컨트롤은 여전히 작동하기가 번거롭다. 오른손 왼손을 다 써서 조작해야 한다. 그렇게 작동시킨 크루즈컨트롤은 정속주행만 될 뿐 차간거리 조절은 안 된다. 르노삼성의 모든 차에 해당하는, 르노의 상징과도 같은 불편함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