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이 넘치는 시대, 심심함이 경쟁력일 수 있겠다.

SM6 프라임을 만나서 드는 생각이다. 고성능에 최첨단. 어쩌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운전하는데 거품일지도 모르는 부분을 어느 정도 걷어내서, 이렇다 할 자극이 없는 심심한 차다. 짜릿한 자극 대신 심심하지만 은근한 맛을 내는 SM6 프라임을 탔다.

SM6 프라임의 변화는 파워트레인에 있다. 2.0 가솔린 엔진과 자트코사의 엑스트레일 무단변속기를 적용한 것. 2.0 가솔린 엔진은 SM5가 쓰는 것으로 LPG 엔진을 베이스로 만들었다는 게 르노삼성차의 설명이다. 2,000만 원대 초중반에서 구입할 수 있는 중형세단이다.

르노삼성차는 SM6에서만 무려 19개의 트림을 전개하고 있다. 두 개의 2.0 가솔린 엔진, 1.5 디젤과 1.6 가솔린, 2.0 LPG 등을 기본으로 엔진마다 두세 개의 트림을 배치하고 있다. 폭넓게 그물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S 링크는 생략됐고 센터페시아를 뒤덮은 모니터도 8인치로 줄여 소박한 모습을 연출한다. 시원한 화면은 아니지만, 부족하진 않다.

스티어링휠은 2.8회전 한다. 계기판은 심플하다. 속도계를 중심으로 하나의 원이 큼직하게 자리 잡고 rpm은 숫자 표시 없이 원을 따라 숨긴 듯 배치했다. 언 듯 보면 rpm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주행모드는 에코 모드만 선택할 수 있다. 굳이 따지면 에코와 노멀이 있는 셈. 스포츠 모드는 없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첫발을 뗀다. 가솔린의 편안함이 먼저 다가온다. 분명한 건, 최고급 세단의 느낌은 아니라는 것. 거품을 걷어내고 실속을 챙긴 중형세단이다.

짧은 구간에서 힘을 모아 주행차로 본선에 진입했다. 가속 과정이 무리가 없다. 급가속했지만 휠 스핀이 없다. 무단변속기가 구동력 제어를 잘 하고 있는 것.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음이 살아난다. 80km/h를 넘어 100km/h에 이르기까지 흔들림을 잘 제어하는 편안하고 정숙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무난함은 중형세단의 가치다. 특히나 이 차는 무난함이 빛난다. 성능 크기 연비 효율 어느 면을 봐도 그렇다. 어느 하나 넘치지도 부족하지 않은 ‘중간’을 유지하고 있다. 중형의 ‘극중’이다. 중형세단으로서 기본은 갖춘 셈이다. 군대 가는 아들에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1등 하지 마라. 꼴등도 안된다. 중간, 딱 중간에 있어라”

크루즈컨트롤은 정해진 속도로만 달린다.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어서 차간거리조절을 할 줄 모른다. 차로이탈 경보장치도 없다. 그래서 반자율 운전이 안 된다. 알아서 하는 게 아니다. 시키는 대로 한다.

2.0 가솔린 엔진과 더불어 자트코사의 무단변속기를 쓴다. 닛산이 사용하는 엑스트로닉 변속기다. 가속이 부드럽지만 중간 중간 미묘한 변속감을 살려냈다. 7단으로 대응하는 수동변속 모드에선 제법 박력 있는 변속감을 만날 수 있다. 변속레버에 손을 얹고 있으면 미세한 떨림을 느낀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속도 올리면 엔진 사운드가 차음유리 너머로 경쾌하게 들린다. 가속에 스트레스 없다. 가속페달을 살짝 더 깊게 밟으면 엔진 사운드가 확 살아온다. 속도에 비례해서 바람소리가 점점 커지고 바람소리가 주는 불안함도 증가한다.

제동 반응은 확실하다. 고속에서도 속도에 밀리지 않고 정확하고 강하게 제동을 한다. 브레이크가 속도에 지지 않는다.

제법 힘차게 거친 주행을 할 줄도 안다. 잘 달린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어댑티브 모션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이 차체를 잘 버텨준다. 중형으로 이 정도의 동력 성능을 보인다면 무난한 수준이다.

팡팡 터지는 탄력 있는 힘은 아니다. 하지만 140마력의 힘을 끌어모으며 아주 빠른 속도까지 달릴 줄 안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다. 탁월하지도,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이 정도면 됐지 뭐. 그 정도의 느낌이다.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11.4km/L. 썩 좋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파주에서 서울까지 에코모드로 50여 km를 달리며 연비를 체크한 결과 16.0km/L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적어도 연비는 운전자 하기 나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결과다.

합리적 가격이 큰 매력이다. SM6 프라임 PE가 2,268만원, SE가 2,498만 원이다. SE 풀옵션을 하면 2,617만 원이다. 중형세단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괜찮은 선택 아닌가.

물론 없는 것도 많다. ADAS가 안 되고, S 링크, 오토 스탑 등이 없다. 이런 기능이 꼭 필요하다면 돈을 더 주고 윗급의 차를 선택하면 된다. 굳이 돈을 더 주면서까지 이런 기능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SM6 프라임이 딱 좋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 옆에 시거잭을 덮는 덮게 주변부가 거칠다. 손을 대보면 거칠거칠 날카로운 부분이 만져질 만큼 재질의 단면이 드러난다. 상처를 입을 정도로 보이지는 않지만 거친 단면은 손이 닿을 때마다 거슬린다.
르노삼성차에 공통된 지적. 크루즈 컨트롤의 작동이다. 버튼이 좌우로 분리되어 있고, 조작 단계도 번거롭다. 한 손으로 손쉽고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