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S가 확 변했다. 대담해졌고, 좀 더 강한 분위기다. 11년 만의 풀체인지를 거친 결과다.
희끗했던 머리를 굳이 숨기지 않고 무게감 있게 드러냈던 게 이전세대의 LS라 한다면 신형 5세대 LS는 염색하고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자켓을 걸친 모습이다. 젊어졌고, 그 안에힘도 느껴진다. 덜어낸 무게감만큼 경쾌함을 채웠다. 중후함보다는 ‘멋스러움’이 더 강한 꽃중년의 모습이다.
강한 느낌은 확 키운 그릴에 기인한다. 과감하게 입을 쩍 벌린 것처럼 은색으로 반짝이는 스핀들 그릴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강한 기를 담고 있다. 측면 실루엣은 일필휘지로 그려낸 모습처럼 힘이 있다. 길고 낮은 체형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렉서스가 새로 도입한 GL-A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다. 매달, 꽃 중년 100명이 이 차를 사면, 렉서스의 계획은 성공한 셈이다.
렉서스 최고의 세단, LS 500h AWD 플레티넘을 타고 영종도 한 바퀴를 돌았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모든 기술을 다 쏟아부은 ‘렉서스의 정수’인 차다.
역시 하이브리드다. 어김없이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 오랜 세월 토요타, 렉서스가 지켜오고 있는 자세다. 초지일관. 흔들림이 없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적어도 하이브리드에 관한 한 그렇다. 그렇게 잘 팔렸던 디젤 엔진차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꾸준히 하이브리드 차종의 판매 비중을 늘려왔다. 그래서 한국에서 팔리는 렉서스의 90% 이상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렉서스는 이제 하이브리드 전문 브랜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탑승을 위해 도어 언락을 하면 차 높이가 30mm 높아진다. 차에서 내릴 땐 10mm를 높인다. 차체는 낮아졌지만, 승하차에는 불편함이 없다.
실내는 최고급 세단답다. 손이 먼저 안다. 스티어링휠, 대시보드, 변속레버, 버튼, 시트 등등 손끝이 닿는 모든 곳이 수분 적당한 피부처럼 착착 감긴다. 시트는 무려 28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몸에 딱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과하다 싶을 만큼 시트 조절 옵션이 많은데, 안마 기능까지 더했다. 몸을 지그시 눌러주고 잡아주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엉덩이 아래서 떠받치듯 전해지는 타격감도 좋다.
하지만 이 차의 중심은 운전석이 아니다. 주인의 자리는 뒷좌석 우측 시트다. 오토만 시트를 적용해 완전히 눕다시피 자리를 펼 수 있다. 조수석을 앞으로 바짝 밀고 접는데, 이 상태에서도 운전자의 우측 시야는 방해받지 않는다. 뒷좌석 안마 기능에는 스팟 히터 기능이 더 있다. 따뜻하게 열로 자극하는 기능이다. 긴장이 풀리며 쪽잠을 즐기기에 딱 좋은 자리.
계기판은 8인치 모니터로 단촐하다. 작다. 그래서 집중하게 된다. 작은 계기판을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 위 양옆으로 마치 소의 뿔처럼 주행모드 선택 버튼이 있다. 우측은 주행모드, 좌측은 스노모드를 조절한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컴포트, 에코 등 4개 모드를 택할 수 있다.
그 위치가 조금 어색하지만 합리적이다. 주행모드를 조작하면서 시선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은 2.8회전 한다. 5m가 넘는 길이에 비하면 스티어링 회전수는 짧은 편이다.
V6 3.5ℓ 자연 흡기 엔진에 두 개의 모터, 그리고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트랜스미션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엔진출력 299마력, 총 시스템 출력은 359마력이다. 공차중량은 2,37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6.6kg 수준. 6초대로 시속 100km를 돌파할 수 있을 힘이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트랜스미션. 이게 뭐지? 4단 변속기를 기반으로 10단 변속을 구현하는 토요타의 신기술이다. 지난번 LC를 시승할 때 만났던 변속기. 실제 10단 변속기가 있고, 모의 10단 변속기가 있다.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변속기로 시속 100km에서 rpm은 고작 1,100에 머무를 정도다. 극단적으로 낮은 회전수를 보이는 것.
물론 강하게 밀어붙이면 스포츠세단 못지않은 숨소리를 토하며 호쾌한 주행을 선보인다. LS 맞나 싶을 만큼 힘 있고, 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의외로 극단적인 고속주행에서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사륜구동 시스템과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 노면 충격과 차의 흔들림을 정교하게 조절해 안정감을 유지한 결과다. 에어서스펜션은 650단계로 감쇠력을 조절한다.
반자율 운전 기능은 좀 더 세련됐다. 차선유지는 부드럽고 확실하고 차간거리 조절은 완전 정지까지 구현했다. 운전자의 빈틈을 알아서 메워주는 훌륭한 장치지만, 이를 믿고 운전에 소홀하면 안 된다. 아직은 ‘보조’ 장비일 뿐이고 운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에코 모드에선 아주 편안해진다. 가속페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약간의 여유를 두고 움직인다. 주행 모드에 따라서 반응은 확실하게 구별된다.
정부 공인 표준 복합 연비는 10.6km/L다. 플래그십 세단이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받아들여 두 자릿수 연비를 확보했다. 하이브리드의 승리다.
운전석보다 중요한 곳이 뒷자리다. 고객을 환대하는 마음 ‘오모테나시’의 정수가 그곳에 있다.
오너가 운전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 차의 오너는 뒷좌석에 앉는다. 최고 트림인 AWD 플래티넘은 4인승이다. 나머지는 5인승. 뒷좌석은 호화롭다. 편의장비가 꽉차게 들어가 있다. 시트, 모니터, 오디오 등이 최고급으로 배치됐다. 암레스트에 있는 터치식 스크린을 통해 오디오, 공조장치, 시트의 안마기능 등 대부분의 편의장비를 조작할 수 있다. 안마 기능중에는 운전석엔 없는 스팟 히터 기능이 더 있다. 똑같은 안마 시트가 아니다. 주인님의 자리는 그렇게 특별했다.
늘 그랬듯, 오디오는 마크레빈슨인데 그 마크레빈슨이 늘 그런 모습이 아니다. 나뭇잎새를 형상화한 스피커로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꾀하고 있고, 모두 23개의 스피커로 탑승객의 귀를 포위하고 있다. MP3 같은 디지털 음원을 사용하면 뭉개지거나 찌그러진 소리를 상당 부분 복원해 들려준다. 지붕의 스피커는 음악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 소리의 울림, 반사음 등을 표현해 공간의 깊이를 재현하는 역할을 한다. LS뿐 아니라 마크레빈슨도 큰 변화를 거쳤으니, 두 친구가 손잡고 나날이 새로워지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친 듯 달리면, 가슴이 뻥 뚫린다. 계기판을 볼 필요는 없다. 보나 마나 과속티켓을 끊고도 남을 속도. 살다가 하루쯤, 이런 날도 있어야지. LS가 기특한 건, 실제 속도보다 체감속도는 훨씬 낮아서다. 그건 마치 실제 나이보다 체감 나이가 훨씬 어린 것과 비슷하다. LS가 꽃중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다. 밟아라 그대, 늙었다 하기엔 너무 젊지 않은가.
LS 500h AWD 플레티넘은 1억 7,300만원이다. AWD 럭셔리는 1억 5,700만원. 2WD 럭셔리는 1억5,10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에 지붕처럼 드러나 있는 각은 보기 좋지만 안전에는 마이너스다. 어떤 경우에도 대시보드는 승객의 충돌을 예상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무늬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냥 빈공간으로 비워두는 것도 좋겠다. 비워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박을 본다. 적당히 비워둘 줄 아는 여유도 때로는 필요하다.
트렁크는 좁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때문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좁은 건 좁은 거다. 이 차의 오너라면 골프백 4개를 꼭 실어야하는 상황이 많을 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건 메이커의 의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