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모터스가 푸조 3008에 GT 트림을 추가했다. 푸조 3008 GT다. 3008은 푸조의 주력 SUV로 2016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17년 제네바모터쇼 올해의 차에 등극하며 15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프리미엄의 대명사가 독일차라면 실용적 크리에이티브의 대명사는 프랑스차다. 그중에서도 푸조와 시트로엥이 빛난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마주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그들만의 시각과 아이디어로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콕핏 계기판, 그립 컨트롤 등이 대표적이다.

3008 GT는 19인치 휠과 알칸타라 가죽으로 마감한 인테리어 등 최고급 모델로 만들어졌다. 특이한 모습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에 포인트를 줬다. 그 양옆으로 배치된 헤드램프는 풀 LED 방식. 휠 하우스에는 235/50R19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를 끼웠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는 사자 발톱이 할퀸 형상으로 만들었다. 키를 지니고 트렁크 부분에서 범퍼 아래로 발길질을 하면 테일 게이트가 열린다. 다시 킥킹하면 닫힌다. 발길질하고 나서 열리는 문에 걸리지 않으려면 재빨리 뒤로 빠져야 한다. 어쨌든 재미있다.

트렁크는 바닥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바닥판 걸치는 곳을 조절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3008 GT에는 글래스루프 대신 개폐 가능한 선루프를 적용했다. 시원한 풍경을 즐기는데 더해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개폐형 선루프다.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긴 것.

연료주입구에는 요소수 주입구가 함께 있다. 요소수를 사용해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선택적 환원촉매(SCR)시스템을 적용했다. 푸조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2.0 블루 HDI엔진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 결합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차고가 높은 SUV여서 앉은 자세는 자연스럽고 편하다. 뒷좌석에서는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반 정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SUV지만 앞바퀴굴림 방식. 따라서 드라이브 샤프트가 필요 없다. 뒷좌석 바닥에 센터터널이 없는 이유다. 덕분에 제한된 뒷공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알칸타라 가죽 시트는 직물시트에 비해 무척 고급스럽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작고 재미있다. 위아래를 살짝 일직선으로 만들어 핸들을 돌리다보면 불규칙 바운드하는 볼처럼 흥미롭다. 위아래를 컷팅한 이중 구조의 D컷 핸들이라 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하는 느낌을 준다. 작은 사이즈가 주는 조향의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3회전한다.

그 작은 핸들 위로 계기판이 자리 잡았다.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이다. 핸들은 작게 아래로, 그 위로 계기판을 넣어 별도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는 구조다. 이른바 아이콕핏 계기판이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모니터가 자리했다. 그 아래로 피아노 건반 같은 버튼들이 배열됐다. 건반 누르듯 버튼을 누르는 재미가 있다. 센터페시아 아래에는 무선충전장치가 있다.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무선충전이 이뤄진다. 물론 스마트폰에 무선충전 기능이 있어야 한다. 무선충전기 오른쪽으로는 벽을 없애 운전자의 손이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운전석은 마사지 시트다. 시트가 몸을 시원하게 자극해준다. 여러 모드 중에 고양이 발톱 모드가 있다. 발톱으로 할퀴는 건 아니다. 고양이의 작은 손으로 등을 두드리는 느낌. 재미있다. 운전하는 동안 자극을 받으며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긴장감이 덜어진다.

변속레버 역시 색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변속레버의 M 버튼을 누르면 패들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패들 시프트는 핸들과 분리되어 있어 깊은 코너에서는 조작하기 힘든 타이밍이 생긴다.

디젤 특유의 토크감이 느껴진다. 굵고 낮은 엔진음과 단단하게 움직이는 느낌. 타이어는 편평비 50에 19인치를 선택했다. 승차감, 오프로드 주행, 온로드 주행까지 두루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

방향지시등 작동 소리가 귀에 기분 좋게 감긴다. 방향지시등을 넣고 차를 오프로드에 먼저 집어넣었다. 비 내린 뒤의 산길은 젖어 있었고 간간이 패인 곳도 있었다. 경사로에서 정지후 출발이 부드럽다. 미끄러운 길이지만 헛바퀴 도는 일은 없었다. 타이어가 걸리는 움푹 패인 길도 이 차를 막지는 못했다. 밀리지 않고 잘 움직였다. 푸조만의 아이디어로 오프로드 주행을 해결한 그립 컨트롤의 실체를 느꼈다. 사륜구동은 아니지만 거침이 없다. 앞바퀴만으로 구동하지만 미세하게 노면 그립을 조절하면서 사륜구동 버금가는 이동성을 보여준다.

아주 타이트한 코너에서는 오히려 사륜구동이 아니어서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 사륜구동차들이 흔히 보이는 타이트코너 브레이킹 현상이 아예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아이콕핏 계기판과 그립컨트롤 시스템 등은 모든 메이커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을 푸조만의 아이디어로 해결한 사례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칭찬받을만 하다.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느낌이다. 심한 경사 타고 오르는데 . 사륜구동이 왜 필요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정도의 오프로드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성능을 가졌다.

오프로드에서 몸을 푼 뒤, 다시 온로드에 올랐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함께 멈춘다. 34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엔진 스톱은 거의 어김없이 일어난다. 재시동도 부드럽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마주할 때마다 새롭다. 엔진 스톱 시스템만으로 놓고 보면 푸조는 가장 앞선 수준이다.

시속 70km 전후 속도에서 세단과 다름없을 만큼 차분하고 조용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마찰음이 살짝 깔리는 정도의 소리가 들린다.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시속 100km 전후까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해 차간거리를 스스로 유지한다. 차선유지 조향보조 장비도 있다. 차선을 인식하면 계기판에 초록색 선이 좌우로 표시된다. 이 상태가 되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한다. 조향에도 개입하는 것. 스티어링휠을 잡은 운전자의 손에 더해 누군가의 손이 하나 더 있는 느낌이다. 스스로 차선을 읽고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반응을 경험하면 차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

2.0 블루 HDI 친환경 엔진이라고 한다.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에 대한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메이커들이 말하는 친환경 엔진이라는 설명은 이제 설득력이 약해졌다.

180마력에 40.8kgm의 토크는 어떤 상태에서도 충분한 힘을 내준다. 가속페달의 마지막 순간에 걸리는 킥다운 버튼이 있다. 저항을 무시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만만치 않은 힘이 발휘된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돌길에서 단련된 서스펜션이다. 뒷서스펜션이 토션빔이지만 차체를 잘 지지한다. 단단하게 차체를 받쳐주지만 장애물을 만나면 적당히 물러설 줄도 알고, 무시하고 밟아버릴 줄도 안다. 시종일관 단단한 느낌은 유지한다.

스포츠 모드에선 엔진 반응이 확달라진다. 소리에 독을 품었다. 팽팽한 가속반응도 따라온다. 여기에 매뉴얼 변속모드로 와인딩이 이어지는 길을 달렸다. 단단한 하체에 빠릿한 조향이 운전자의 지시대로 차체를 정확하게 움직인다. 앞바퀴굴림이지만 언더스티어링 느낌도 약했다. 야무지게 코너를 물고 늘어지며 공략하는 모습은 한 마리 사자 그대로다. 깔끔하고 야무진 코너링이었다. 낭창거릴법한 50시리즈 타이어도 비명 지를 법 한데 침묵을 유지한다. 하며 코너를 타고 넘어간다.

직선 코스에서 있는 힘껏 전력질주에 나섰다. 고속주행 상태에서 차체 흔들림이 크지 않고 바람소리도 속도에 비해서는 조용한 편이다. 앞바퀴굴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안정감이다. 사륜구동 못지않은 안정감을 보인다. SUV인 이차로 고속주행을 할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비상시에 필요하다면 주저할 이유는 없겠다.

시속 100km에서 1400rpm을 마크한다. 매우 안정적이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갖고 가지 않아도 시속 100km를 유지하는 건 그만큼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연비는 13.0km/L. 판매가격은 499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엔진 공회전 소리는 시끄럽다. 디젤 엔진임을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알리는 듯 힘찬 소리를 내뿜는다. 바깥에서 들으면 혀를 내두를 정도. 다행히 그 소리를 들을 일은 많지 않다. 주행 중에는 엔진 스톱이 잘 작동해 공회전이 일어나지 않고, 설사 공회전이 일어난다해도 실내에서는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선 다이내믹 모드로 표기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통일하는 게 맞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