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이번엔 G80 스포츠다. G80에 더 강력한 엔진을 얹은 고성능 세단이다. EQ900, G80에 이어 또 하나의 모델이 제네시스 라인업에 더해진 것. 제네시스는 4도어 쿠페 스타일의 G70도 예고하고 있다. 완전체를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이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 H매틱을 타고 왕복 100km 가량을 달렸다.
겉모습에 좀 더 힘을 줬다. 촘촘한 그물 형태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만들었고 그 아래엔 에어 인테이크가 입을 벌리고 있다. 힘 있는 디자인이다. 옆으로는 일필휘지로 그린 듯한 캐릭터 라인이 자리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그리는 패러볼릭 라인이라는 설명이다. 19인치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웠다. 좌우로 각각 두 개씩의 배기구를 배치한 듀얼 트윈팁 머플러와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의 리어 디퓨저도 눈길을 끈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범상치 않은 모습이지만 자칫 넘쳐흐를 수 있는 의욕을 잘 절제했다. 과하지 않다.
부릅뜬 눈은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다. 램프 아래로 버틸컬 타입 에어커튼을 배치해 브레이크 냉각효율을 높이고 있다. 시퀀셜 방향지시등은 물이 흐르듯 차례로 점등되며 진행 방향을 알린다.
도어를 열고 차에 오르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온다. 그냥 무거운 게 아니다. 그 무게감에는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묻어있다. 고급이다. 가죽 시트, 가죽으로 마무리된 지붕,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마감한 대시보드, 버튼류의 촉감 등 눈과 손이 이를 느낀다.
꼼꼼한 마무리도 돋보인다. 지붕 틈새는 야무지게 마감했고 인테리어 각 부분의 만듦새도 완성도가 높다. 트렁크는 철판이 드러나지 않도록 마감재로 완전히 덮었다.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는 수준의 마감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하는 버릇은 스티어링 휠 돌리기다. 차의 성격을 눈치 챌 수 있어서다. 2.4회전. 매우 타이트한 조향비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반발력을 가졌다.
V6 3.3 GDi 엔진에는 터보가 더해졌다. 뽑아내는 힘은 무려 370마력. 토크는 52.0kgm다. 배기량이 더 큰 V6 3.8 엔진보다도 더 강한 힘을 만들었다. 숙제는 남아 있다. GDi엔진의 미세먼지다. 직분사 엔진의 특성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문제. 가까운 장래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이 엔진, 물건이다. 강력한 펀치력은 6,000rpm에서 최고출력을 뽑아낸다. 최대토크는 1,500~4,500rpm 구간에서 발휘된다. 강한 토크로 속도를 끌어올리면 고속 회전 영역에서 최고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디젤 엔진 못지않은 토크감이 살아있다.
순간 이동하듯 쭉쭉 뻗어가는 가속은 감탄사를 부른다. 소리는 겸손하다. 힘이 느껴지지만 크지도, 강하지도 않다. 두터운 이불 속에서 들리는 소리다. 권투 글러브를 낀 주먹으로 때리는 타격감이다. 강하지만 적당한 쿠션이 함께 느껴지는 소리다.
실제 엔진 소리에 더해 만들어진 소리를 합한 결과다. 스피커를 통한 가상 엔진음과 실제 엔진음을 합해 주행모드에 맞춘 엔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른바 ‘액티브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다.
사륜구동 시스템, H 매틱을 더한 시승차의 공차중량은 2,090kg. 마력당 무게비를 계산해보면 1마력당 5.64kg 정도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이 5초대, 6초 미만 정도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단한 성능이다. ‘고성능 세단’에 걸맞는 수준이다.
실제 가속감이 대단했다. 스포츠 모드를 택해 가속페달을 완전히 밟으면 아주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그게 또, 억지스럽지 않다. 2톤이 넘는 무게를 가뿐하게 끌고 나간다.
고속주행 안정감을 꼭 짚어야 한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 차체의 흔들림이 어느 정도인가는 중요한 문제여서다. 흔들림이 심하면 승차감도 악화되고, 빠르게 달리는 것 자체도 힘들어진다. 불안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G80 스포츠는 탁월한 안정감을 보였다. 고속주행 상태에서 차체의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앞 뒤의 무게 배분이 균형을 이루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놀라운 수준의 안정감을 보였다.
바람 소리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아주 빠른 속도에선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덮어버리게 마련인데, G80 스포츠는 끝까지 엔진 사운드가 살아난다. 불안한 느낌도 없다. 차분히, 잘 달리고 있는데 속도계 바늘이 제법 많이 기울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
스포츠, 노멀, 에코. 3개의 주행 모드를 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선 가속페달의 응답이 느리다. 툭 툭 가속페달을 치면 아예 반응을 하지 않고 무시할 때도 있다. 스티어링 휠도 약간의 유격이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반응이 확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툭 툭 칠 때마다 차체가 즉답한다. 응답이 빠르다. 스티어링 휠의 유격도 없다. 하체도 조금 더 단단해져 노면 반응을 좀 더 확실하게 전한다. 아주 기분 좋은 반응이다.
2013년, 제네시스 다이내믹 모델이 있었다. 다이내믹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서스펜션은 조금 무른 편이었다. 고급차의 푹신한 승차감에 익숙한 소비자들에 맞춘 세팅이었다. 그와 비교하면 G80 스포츠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스포츠 세단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좀 더 과감해 졌다.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해석해본다. 이제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리드하는 길을 택한 것. 잘한 선택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스마트 쿠르즈 컨트롤, 주행 조향 보조시스템 등의 첨단 장비들은 안전 운행에 큰 도움을 준다. 운전자가 놓칠 수도 있는 부분을 차가 체크해서 보완해주는 것.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한다. 주행조향 보조시스템은 아주 가끔 차선을 놓치기도 한다. 똑똑하고 충실한 조수로 생각해야지, 운전을 맡겨서는 안 된다. 아직은…….
G80S의 판매가격은 2WD 모델이 6,650만원이다. 옵션으로 택할 수 있는 사륜구동 기능 H 매틱은 250만원. 풀옵션을 택하면 7,330만원이다.
6,650만원은 공교롭게 벤츠 E 220d와 같은 가격이다. 동가홍상,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제네시스보다는 벤츠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194마력보다야 370마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분명한 건 그들과 비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한국형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이 이제 막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겁다. 공차중량만 2톤이 넘는다. 다양한 안전, 편의장비들을 집어넣다보니 너무 무거워졌다. 무게감이 안정감, 승차감에 득이 됐지만 효율은 악화시켰다. 5등급 연비가 이를 말한다. 4WD 모델은 8.0km/L, 2WD 모델은 8.5km/L다. 실제 연비는 53.4km를 달리는 동안 6.2km/L를 보였다. 성능과 안전, 편의를 얻은 대신 연비는 조금 손해 본 셈이다. 고성능 세단이라면 감수할만한 셈법이긴 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