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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중형 SUV 시장에서다. 연초 SM6로 중형세단 시장을 뒤흔든 르노삼성차는 다시 QM6를 앞세워 연말로 이어지는 SUV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세단 시장에서 시작된 반격이 SUV 시장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흥미진진한 한판 승부가 이제 시작됐다.

당당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SM6와 판박이다. 풀 LED 방식의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특히 그렇다. 똑같다 싶을 만큼 닮은 램프는 이제 르노삼성차의 패밀리룩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민한 눈이다.

과하지 않은, 하지만 눈에 띄는 디자인. 처음인데 낯익다. 품격이 느껴지는 수작,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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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익숙한 인테리어다. SM6에서 봤던 그대로의 모습. 어색하고 서먹했던 그녀와 슬쩍 팔짱을 끼는 느낌. 시간이 흘렀고, 그만큼 친해졌다. 세로로 배치된 7인치 S링크 모니터가 그랬다. 처음 마주했을 땐, 조작이 서툴렀고 몇 번씩 눌러야 원하는 기능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젠 헤매지 않고 원하는 기능을 찾아 조작할 수 있다. 다시 깨닫는 진실, 어색함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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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에 풀 옵션을 갖춘 QM6 RE 시그니처 4WD 모델이다.

시트는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기도 하고 열선을 통해 따뜻한 아랫목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쾌적하고 편안하다. 몸을 제대로 받쳐주는 건, 당연히 시트가 갖춰야할 덕목이다. 느슨하게 받쳐주는 듯 하다가 코너에선 몸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기도 한다. 이 정도면 OK.

뒷공간은 넓다. 반듯하게 자세를 잡고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의 여유가 생긴다. 머리 윗공간도 좁지 않다. 사륜구동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센터터널은 거슬리지 않는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높이로 솟았다. 뒷좌석은 앞 시트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고 뒤창은 내려가다 4분의 1 정도를 남겨둔다. 완전히 열리지는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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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날엔 선루프를 열고 달리는 게 좋겠다. 가림막만 열어도 좋겠고, 앞 뒤 꽉 막혀 가슴 터질 듯한 날엔 선루프를 활짝 열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혹은 아주 신나고 흥에 겨운 날에도 제격이다. 12개의 스피커로 무장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의 볼륨을 한껏 올리면 더 좋다.

달려야 할 시간. 제천에서 충주호까지 100km 가까이를 왕복하는 구간을 달렸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177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38.7kgm. 공차중량은 1,750kg이다. 마력당 무게비는 9.9kg. 힘과 무게의 비율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딱 좋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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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힘을 조율하는 건 닛산이 자랑하는 무단변속기 X 트로닉이다. 부드럽지만 밋밋한 무단변속기의 한계를 극복해, 적절한 변속감까지 갖춰 달리는 재미가 더해진 변속기다. 4,500~3,500rpm 구간에서 오르내리는 rpm 게이지가 이를 확인해 준다. 변속레버를 수동으로 옮기면 짜릿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제법 힘찬 ‘손맛’도 느낄 수 있다. 수동 모드에선 7단으로 대응한다.

지그시 페달을 밟았다. 부드럽게, 때로 날렵하게 충주호를 감싼, 이리 저리 굽은 길을 춤추듯 돌아나갔다. 225/55R19 사이즈의 타이어는 가끔 소리를 토해내며 앙탈을 부린다. 한계가 그리 높아보이지는 않았다. 과하게 밀어붙이는 건 피해야겠다.

팍팍 치고나가는 느낌은 아니다. 꾸준히 밀어준다. 머뭇거리지 않고 고속주행까지도 거침없이 밀고 간다. 아주 빠른 고속주행도 감탄사가 터질 만큼 깔끔하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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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발성은 낮은 톤을 유지한다. rpm을 높여 소리가 커져도 톤은 높지 않다. 연습량이 많은, 하지만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성악도의 수준. rpm에 맞춰 거칠지 않은 소리를 토해낸다.

시승구간의 대부분은 시멘트 도로였다. 어떤 차든, 심지어 최고급 세단이어도 특유의 진동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시멘트 도로의 특징. 바람소리와 시멘트 도로 특유의 진동음을 제외하면 의외로 다른 소리들이 들리지 않았다. 자글거리는 잡소리, 타이어 소리 등이 사라져 버리는 것. 아마도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잡소리에 대응하는 역주파수를 발생시켜 소리로 소리를 덮어버리는 것.

소리가 소리를 잡아먹는 건 또 있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덮어버리는 것. 아주 빠른 속도에선 아예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이 차의 실내는 소리의 전쟁터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먹고 먹히는 조용한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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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구동 시스템이 구동력을 앞뒤로 배분하는 것을 계기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온로드에선 거의 대부분 구간에서 100:0 즉 앞바퀴 굴림으로 움직였다. 고속에서도 그랬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선변경할 때 95:5를 잠깐 보여주는 정도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는 순간적으로 65:35까지도 변환된다. 르노삼성측 얘기로는 50:50까지 바뀐다고 한다. 아마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이 같은 구동력 변화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쉽게 이번 시승에선 오프로드 구간이 없었다. 정통 SUV 수준인 210mm의 지상고, 접근각 19도, 이탈각 26도에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췄으니 오프로드에서도 제법 멋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다. 사륜구동 옵션 가격은 170만원으로 250만원을 줘야하는 경쟁모델보다 저렴하다. 사륜구동시스템을 탑재하고도 연비는 복합연비 11.7km/L다.

가격을 봐야 한다. 르노삼성차는 전략적으로 경쟁 중형 모델들의 턱밑 가격을 제시한다. 가장 낮은 트림인 SE는 2,740만원부터로 국산 중형 SUV중 가장 낮다. 3,300만원인 최고급 트림인 RE 시그니처도 마찬가지다. 디자인과 가격. QM6의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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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선을 밟을 때마다 드르륵 거리는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는다. 경고음이어서 듣기 좋은 소리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도 있겠지만, 신경 거슬리는 소리 듣기 싫어 아예 그 장치를 꺼버리게 해선 안 된다. 소리를 좀 순화시켰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