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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가 지프 75년 기념 모델을 출시했다. 시작은 전쟁터였다. 2차대전의 와중에 태어난 윌리스 MB는 진창길을 누비는 강력한 기동력으로 연합군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이후 민간용으로 탈바꿈하며 75년간의 역사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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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7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를 만났다.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스페셜 에디션은 3.0L 디젤 엔진이 탑재된 리미티드 모델을 기반으로 출시됐다. 브론즈 컬러를 적용해 범퍼와 그릴 질감과 주변부를 강조했고 LED 안개등 주변도 브론즈 컬러로 은은한 포인트를 줬다. 국내 출시 모델의 외장 컬러는 브라이트 화이트, 브릴리언트 블랙, 그래나이트 크리스털(그레이) 등 3가지. 여기에 20인치 휠이 적용돼 당당한 체형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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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크기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길이 4,825mm에 너비는 1,935mm로 2m에 육박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좁은 길이 꽉 차게 느껴진다. 높이는 1,765mm로 성인 남자의 키에 맞먹는다.
굳이 운전석에 오르지 않고도 시동을 걸고, 트렁크를 열 수 있다. 리모컨 키의 버튼 하나를 길게 누르면 원격 시동이 걸린다. 또 다른 버튼을 두 번 누르면 트렁크 게이트가 열린다. 트렁크 용량은 800리터로 뒷좌석을 접으면 1,689리터로 확장된다. 뒷좌석을 접고 침대처럼 누워 쉴 수도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다양하게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휠은 3회전한다. 온로드에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다루기 편한 딱 좋은 조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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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0 터보 디젤엔진은 250마력, 56.0kgm의 토크를 갖는다. 공차중량은 2,465kg으로 2톤을 훌쩍 뛰어넘는다. 마력당 무게비는 9.86kg. 무거운 몸을 강한 힘으로 컨트롤한다. 덩치 큰 헤비급 복서다.

출발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때까지 조금 어색하다. 힘을 정밀하게 다뤄야하는데 조금 더 세게 힘을 쓰는 듯 한 느낌이다. 골목길에서 힘을 조절하기가 신경 쓰인다. 하지만 그 속도를 넘어서면 부드럽고 매끄럽다.

육중한 몸매지만 도로에선 날쌔다. 8단 자동변속기가 최적의 수준으로 엔진 파워를 조율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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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은 도로 상황에 따라 5가지 모드를 택할 수 있다. 모랫길, 진흙길, 눈길, 바윗길, 오토 등이다. 온로드에선 오토를 택하고 달리면 된다. 풀타임 사륜구동은 온로드에서 안정감 있는 자세를 만들어 낸다. 고속주행에서도 마찬가지.

신호등을 만나 멈추면 엔진 시동이 따라서 멈춘다. 순간 조용해지는 실내가 어색하다. 스타트 앤 스톱은 한 방울의 기름도 아끼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연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디젤 엔진임에도 복합연비는 10.6km/L로 4등급이다. 더 깐깐해진 연비 기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안정감 있게 달리다가 노면 상태가 안 좋은 곳에서는 약간의 흔들림이 전해진다. 퉁 하고 쇼크를 만난 뒤 한 두 차례의 미세한 흔들림이다. 쇼크를 한 번에 넘어서는 게 아니라 두세 번에 걸쳐 나누 흡수한다.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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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 충격이 계속 이어지는 오프로드에선 이런 부드러움이 효과적이다. 물결치듯 이어지는 노면 쇼크를 마치 파도를 타고 넘듯 흔들리며 전진한다.

오프로드에 차를 올렸다. 짧은 험로지만 약간의 물길, 흙길, 자갈길, 초지 등이 이어지는 코스다. 지프 마크를 달았다면 차가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식은 죽 먹기로 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지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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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는 거침없이 오프로드를 밟아 나갔다. 미끌림도, 주저함도 없었다. 저 길을 올라 설 수 있을까 싶은 경사로도 손쉽게 올라선다. 중요한 건 운전자의 용기다. 운전석에선 하늘만 보이는 그 급한 경사로에 막상 올라서고 나서야 놀라게 된다. 길이 아닌 곳도 헤쳐갈 수 있는 차다. 적어도 길이 뚫려 있다면 그랜드 체로키는 뚫고 나갈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지프의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라-트랙 II의 힘이다.

8.4인치 유커넥트 터치스크린에는 많은 기능이 담겨있다. 시스템 설정, 주행 및 차량 정보,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정보가 선명하게 표시된다. DMB와 PEG 기능을 포함하는 3D 내비게이션은 선명한 컬러로 3차원 지도를 보여준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한국말을 신통하게 알아듣는다. 목소리로 라디오 방송국을 고를 수 있고,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신통방통하다.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에디션의 판매 가격은 7,1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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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전자장비에 인색했다. 크루즈 컨트롤은 단순히 정속주행만 가능했다.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다. 차선이탈방지장치도, 긴급제동 시스템도 적용되지 않았다. 점점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좀 더 세심한 상품구성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