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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자 이별. 만우절 아침, 그랜드 피카소는 냉정히 돌아갔다. 지난 석 달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트립미터를 본다. 누적 주행거리 2,749km 평균 속도는 37km/h, 연비는 15.3km/L가 찍혔다. 부지런히 탄다고 했지만 3,000km도 달리지 못했다. 평균 속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로 서울 시내만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좋은 연비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한 번에 100km 이상을 달린 장거리 운행은 총 3번이었다. 전북 장수 왕복 400km, 논산 2회 왕복 약 700km. 그나마 장거리 운행은 돌아오는 귀경길 교통체증을 심하게 겪었다.

장거리 운행을 빼면 약 1,600km 가량을 서울 시내에서만 맴돌았다는 계산이다. 3개월 동안 계산된 실제 주행 연비는 차에 붙은 스티커에 표시된 복합연비 15.1km/L보다 조금 잘 나왔다.

PSA 그룹이 최근 프랑스에서 최근 실시한 실제 연료효율 테스트에서 그랜드 피카소는 17.8km/L를 기록했다. 고객이 직접 경험하는 실제 도로 주행 환경 조건에 맞춰 탑승객 동승, 수화물 수납, 에어컨 사용 등 실제 주행 환경에 가까운 조건에서 파리 인근 공공 도로(도심 25.5km, 국도 39.7km, 고속도로 31.1km)를 주행한 결과다.

이번 테스트는 비정부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E, Transport & Environment), 프랑스 자연 환경(FNE, France Nature Environment)의 기준을 적용했고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인 프랑스 뷰로베리타스(Bureau Veritas)로부터 인증을 받았다고 PSA는 밝히고 있다. 시트로엥의 발표 연비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임을 말해주는 결과다.

앞선 시승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기량 1.6리터 최고출력 120마력이라는 숫자는 허약해 보이지만 실제 주행에선 아주 야무지다. 아주 빠른 고속주행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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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격 3,990만원. 국산 중형세단 정도의 가격이다. 수입차 시장에선 미니 일부 차종, 아우디 A3, 볼보 S60, 벤츠 A180 CDI와 B 200CDI BMW 액티브 투어러, 폭스바겐 파사트, 지프 랭글러 스포츠, 포드 쿠가, 프리우스 V 등이 비슷한 가격대에 포진해 있다. 차종은 많지만 그랜드 피카소와 경쟁한다고 보기는 힘든 모델들이다.

가격보다 더 매력있는 건 절묘한 포지셔닝이다. C4 그랜드 피카소는 7인승 소형 미니밴이다. 유럽에선 제법 큰 인기를 끄는 소형 미니밴이라는 장르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차종이다.

마땅한 경쟁차를 찾기 힘들다. 20개가 넘는 수입차 브랜드중에서는 시트로엥 C4 그랜드 피카소와 비교할 만한 차를 찾기가 어렵다. 수입차 시장 유일의 7인승 소형 미니밴이다. 국산차로 범위를 넓혀야 쉐보레 올란도, 기아 카렌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요란스러운 디자인은 아니지만 마땅히 비슷한 차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한 개성을 가진 차라 할 수 있겠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즐기며 남과는 조금 다른 나의 삶을 즐기고픈 젊은 소비자에겐 딱 좋은 차다.

그랜드 피카소를 보내고 다시 내 차 운전석에 앉았다. 8년된 2.0 디젤 엔진의 우렁찬 엔진소리를 들으며 그랜드 피카소의 속삭이듯 잔잔한 엔진 소리를 생각한다. 봄 바람 만큼이나 달콤했던 그랜드 피카소와의 데이트는 이제 막을 내릴 시간이다. 이젠 다시 내 차의 이 우렁찬 엔진 소리를 사랑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