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 선택 범위가 꽤 넓어졌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시범단계 수준이었다고 기억되는데 이제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 50만 원 짜리 명태, 미세먼지, 온난화 등 몇 가지 단어들에서 쉽게 연상되는 환경의 변화가 당장의 고민으로 다가오면서 그 대안 중 하나인 ‘전기를 이용하는 자동차’의 유용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있음이리라. 아무래도 지난 몇 년 동안에 일종의 변곡점을 지나왔다 생각되고 앞으로는 더, ‘전기’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의 변화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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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트랜드 즉, 하이브리드의 진화에 대해서 진지한 기아자동차가 ‘2016년형 K5 하이브리드 미디어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를 진행하면서 내세운 홍보 키워드는 ‘에어로 다이나믹’ 그리고 ‘스포티’ 두 가지. 대표적인 광고영상에서는 센프란시스코 언덕길에서 시동을 끈 상태의 K5 하이브르드를 가지고 봅슬레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열심히 연구해서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켰고 거기에 스포티함까지 덧붙여 제공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것. 그런데… 이 K5 하이브리드가 충분히 다이나믹하고 스포티한 모델일까?

 

약간의 거리가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조차 가속감, 감속감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말랑말랑”하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 기준 0~100Km/h 가속 실측치는 약 10초 정도였으나 가속패덜 반응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급제동시 단단한 느낌이 없으며 조향핸들의 손맛도 다소 밋밋하다. “광고와 다르네! 왜 이렇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부드럽게 운행하면 대단히 우수한 연비를 시현할 수 있는 중형세단 K5’ 정도로 정리함이 맞겠다.  ‘에어로 다이나믹’은 논거가 있으나  ‘스포티’는 모양새에 관련된 디자인 책임자의 의지를 암시하는 정도. 상상하기로 두 키워드는 K5 하이브리드의 정체성을 극구 설파하기 위한 방법론을 찾는 와중에 다소 섣부르게 조합되어 튀어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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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하이브리드는 2리터 하이브리드전용 GDI 휘발유 엔진과 38KW 병렬형 모터, 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가 결합되어 출력 156PS, 최대토크 19.3Kg.m인 동력성능을 갖고 있고 6단 변속기가 포함된 시스템에서 제시하는 연비는 17인치 휠 기준 17.0Km/l, 16인치 휠 기준 17.5km/l이다.

17인치 휠 사용조건에서 평탄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총 96km를 왕복하며 시험주행했고 확인한 연비는 19.3km/l였다. 이것은 1) 연비를 무시한 마구잡이식 운전(급가속, 급제동, 고속주행 등)의 결과값 9.2km/l와 2) 100Km/h 미만으로 항속주행한 값이 절반씩 반영된 누적 평균치이다.

최초구간 주행이 시가지 구간의 단속적인 급출발이나 언덕길 주행량이 많은 경우를, 귀로주행이 상당히 얌전하게 달리는 경우를 상정한다고 보면 통상주행에 있어서 메이커가 발표한 표준연비(17km/l)의 충족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어찌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날 참석한 기자들중 최고 기록이 30km/l를 넘겼다고 하니, 그만큼 K5 하이브리드의 제어로직과 시스템 품질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된다. 즉, 동특성은 말랑말랑하지만 적어도 연비에 대한 약속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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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O DYNAMIC 강조의 의미

하이브리드는 많이 무겁다.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만 상상해도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가볍게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방법은 차치하고라고 기술진을 속박하는 목표 판매가격이라는 게 버티고 있다. K5 하이브리드(노블레스)의 가격은 2015년 기준 세금감면 후 약 3,000만 원, 2.0 노멀 K5는 약 2,600만 원 정도로서 배터리, 모터, 제어계 등 고가 하이브리드 시스템 추가에도 불구하고 몇 백 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않는다. 그런데 만일, 총 중량 약 1.9톤을 줄이고 줄여서 일반모델 1.5톤 수준까지 끌어내리라고 하면?

공학용 플라스틱인 듯 보이는 경량형 배기매니폴드에, 특히 ‘ECU제어 스마트 발전기’처럼 전장용발전기를 추가적인 에너지 소스로 활용하는 등 무게 절감을 도모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얼핏 얼핏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그래도 예의 말랑말랑한 동특성을 만들어내는 원인이기도 한 총 무게, 즉 공차중량을 유의미한 수준에서 줄이는 것은 목표 판매가격을 준수하는 조건에서라면 정말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이었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민스러웠을 기술진이 ‘공기역학’에 눈을 돌리게 됨은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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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 살짝 각을 준 외형 설계, 바닥면 공기흐름을 고려한 언더커버 사용 등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추가되어 “정말인가?”싶을 정도인 공기저항계수 0.24d를 얻어냈다고 한다. 주행 중 에너지소모의 주범인 공기저항을 생각하면 이렇듯 낮은 Cd가 항속주행시 연비향상에 기여하고 있을 것은 뻔한 일. 한편, 홍보영상에서는 상황에 따라 개폐되는 에어플랩(Air Flap)이 강조되고 있는데 사실 이 장치작동에 의한 Cd값 변화는 그리 크지않다. 아무래도 에어플랩에 의한 하이브리드장치 냉각효과를 제외한다면 그냥… ‘공기역학’이라는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는 수단정도로 해석함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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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확장 :밑바닥에 보이는 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 스페어타이어는 없고 응급수리키트로 대체)

■ 디자인과 선(線)

하이브리드라는 단어, 운동특성에 관련된 것들을 다 떼어낸 후의 일감은 “아하! K5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이 많이 좋아졌네!” 였다. 외부디자인은 구형 디자인에 비해 좀 더 짜임새가 느껴지고 대략 노멀 K5와 크게 다르지않다. 한 때 전기, Blue 그런 것들 강조한다고 좀 튄다 싶었던 다른 회사 모델의 모습보다는 안정적. 특히 실내 인테리어에 있어서 면과 곡면이 만나는 선들의 조합과 느낌이 상당히 좋고 살짝 살짝 고급스런 맛도 있다. 외산차, 국산 고급차에 상당히 근접한 시각적 라인들까지.

한편,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다. 실내 장치들은 직관적이고 조작성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개별 요소들의 컬러 조합에 있어서, 질감에 있어서, 마감처리에 있어서 확실히 2%쯤 부족하다. 조향핸들 바늘땀 불만, 콘솔 백라이트 컬러가 약간은 원색적이라는 생각 등 어찌보면 시시콜콜한 것들이 휙~휙~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디자인과 조립품질, 기능적 아이디어 등은 좋은데 공간 채워넣기를 제대로 못했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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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족함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아직은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이 충분치않아 개발비의 분산에 애로가 있고 심리적 구매가격 저항선이라는 것도 있으니 정해진 예산에서 발전기, 배터리 등 하이브리브 부품비용을 우선으로, 기타 항목 예를 들어 버튼 표면마감, 패널소재 선정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타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노멀차량의 시장가격이 기준점인 개발비용 한도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으로서 가격제한에 묶인 하이브리드는 고급화의 부담이 크다. 보다 전격적인 국가지원이 없다면 당분간은 그렇다.

한편, K5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사이에는 파워트레인의 공유, 인테리어 프레임의 공유가 확실히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기본은 같게, 표현만 달리하라”는 조건 속에서 기아자동차 기술진의 설계자유도는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

이상의 요지는 더 잘 만들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못하는 조건들이 있으리라는 것이고 어찌되었든 K5에서 ‘모던’과 ‘젊음’을 묶는 디자인 전략을 만들어낸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디자이너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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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한 차?

K5 하이브리드는 어떤 이에게 맞는 것일까?

성격이 차분하여 과한 운전할 일 없고 매일 매일 100km쯤 원거리 주행을 해야 하며 주말에는 쑥 커버려 덩치가 있는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가서 먹거리 박스 몇 개 싣고는 골프채 한 두 개라도 더 넣을 만큼의 트렁크 공간이 필요한 사람 그리고 몇 가지 세제 혜택과 하이브리드 전용부품 10년 20만 킬로 무상보증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니 흡족하고 오래 타면서 확실하게 본전뽑기를 할 의향이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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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 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