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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덕유산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SUV를 즐겼다. 눈을 기대했지만 비도 나쁘지는 않았다. SUV를 제대로 즐기기엔 악천후가 오히려 제격. 눈길도, 빗길도 기꺼이 반갑게 맞을 수 있는 건, 네 바퀴로 노면을 박찰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가 열린 2일, 무주 덕유산 리조트를 찾았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진흙탕에선 GLA를 타고 슬라럼을 즐겼다. 앞바퀴굴림 기반의 사륜구동시스템을 가진 GLA 45 AMG 4매틱에 올라 ESP를 끄고 러버콘 사이를 미끌거리며 빠져나갔다. 출력 조절이 관건.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여지없이 차는 미끄러진다. 평소 ESP가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중요한 건, 눈길만큼이나 죽죽 미끄러지는 길에서 구동력을 잃지 않고 야무지게 달려 나간다는 사실. GLA나도 SUV라고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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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순서는 GLE. 내년 1월 시판될 GLE는 과거 M 클래스에 부여된 새 이름이다. 새 이름을 받은 풀사이즈 SUV는 덕유산 국립공원내 적상산까지 달리는 게 임무다. 21조로 짝을 맞춰 7대의 GLE가 꼬부랑길을 꼬부랑꼬부랑 달렸다. 차 높이 1,770mm의 껑충한 키가 놀랍도록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는 고갯길이 정겨웠다. 풀 사이즈 SUV의 여유가 구석구석 묻어있는 차다.

여기까지는 몸 풀기. 하드코어 1단계는 GLC 담당이다. GLE와 더불어 내년 1월 국내 출시를 기다리는 기대주다. 170마력에 40.8kgm의 토크를 9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한다. 경사면에 차를 올리면 한쪽 바퀴가 허공에 뜬다. 한쪽바퀴는 잠기고 맞은편은 헛돈다. 하지만 잠시 후 서로 엇나가던 두 바퀴는 서로 호흡을 맞추며 함께 움직인다. 구동력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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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오르는 급경사로를 오르고 내리는 길도 너끈했다. 차는 더 가자는데 운전자가 자신이 없을 정도. 터프한 성능과 말끔한 외모가 부조화의 조화를 이룬다.

산골에 밤이 스며들 때쯤 G클래스에 올랐다. 벤츠의 전설, 천하무적 G바겐이다.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고 경험한 바도 있다. 좋은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새로움은 더한 법. 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가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은 길을 G는 뚜벅 뚜벅 발길을 옮겼다. 타이어 하나가 완전히 잠길 정도로 절벽처럼 푹 꺼진 깊은 웅덩이가 연이어 있는 길, 비포장 급경사, 미끄러운 진흙으로 뒤덮인 굽은 경사로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마초 냄새 물씬 풍기며비싸도 너무 비싸, 넘사벽이지만. “남자는 G클래스라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비 온 날 타 본 SUV들은 각양각색 제 맛을 내고 있었다. 다소곳한 자태를 뽐내는가하면, 위풍당당한 자세로 우뚝 선 모습도 보이고, 돈은 없어도 가오는 죽을 수 없는 남자의 차도 보인다. 코앞에 닥친 2016, 삼각별의 공습은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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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