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20D-기타2

자동차 디자인은 기술발전을 조기에 수용하고 정체성을 확보하면서도 모든 이들의 평균적인 선호를 뭉뚱그려 반영해야 하는, 일종의 모순을 종합하는 예술이다. 그러면서도 소비자상품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첫 눈에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의 타협점인 디자인 트랜드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요즘은 앞과 뒤 형상의 일관성이나 전체적인 정제감 유지보다는 근육질의 남성적 느낌을 우선시하는 트랜드가 있다고 생각되고 몇 몇 일본모델들 만큼의 우격다짐은 아니지만 시승차량 역시 그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 생각되었다.

DSC06811

■ 천하를 다 아는 장치?
“이건 뭐~꼬?” 문을 여는 순간 이른바 사제(私製) GPS 장치가 달려있는 줄 알았다. Infor-tainment 관문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가 정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상당히 어색하다. 무슨 의도로 Command Display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으되 터치, 틸트도 안되는 커다란 8.4인치 LCD를 달아놓았을까?

C220D-사진2

LCD 터치 기능을 배제한 것은 운전 중 위험한 조작을 방지하고 별도의 안전한 입력도구를 사용토록 유도함이고 대쉬보드 상단 라인을 초과하는 위치에 있음은 운전자의 과한 시선, 머리동작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아! 예. 그래요”할 수도 있겠지만 측면추돌 등 불가지의 상황을 상상하면 아무래도 생뚱맞은 돌출이 시각적으로는 부담스러우며 계기판 중앙 LCD의 지시내용과 디스플레이 장치의 지시내용 중 상당 부분이 중복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굳이 왜 여기에, 이렇게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머리속을 계속해서 맴돈다.

C220D-사진3

고민끝의 아하! – 벤츠는 조그기능포함 터치패드 컨트롤러를 사용자 입력의 중심으로 하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상당히 강조하고 싶었던가 보다.

이 모델엔 독일의 유명한 하이앤드 메이커 Burmester의 5.1채널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고 여기에 내비게이션, 비디오,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정보, 멀티미디어정보를 제공하는 Command Online기능이 결합되어 있다. 당초부터 벤츠 설계자들은 잘 보고 잘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의도했고 마치 가정용 고급 AV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과 같은 뭔가를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비용문제에 고장의 여지가 많았을 과거 Flip-Up LCD 방식은 아닌 것 같고… 해서 대형 LCD 수납의 묘안을 찾는다고 찾았으되 자동차 실내 공간구조의 제약이 있으니 결과물이 다소 엉뚱하게 보였던 것? 어찌보면 집착에 설계과잉인데 한 시간쯤 지나니 그냥 그러려니하게 되고 오히려 화면이 시원시원해서 좋다. 간사하게 익숙해짐.

* 첨언 : TPEG 네비게이션의 부가정보는 서울 외곽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것은 국내 판매자가 벤츠 설계자들이 의도했을 인포테인먼트 품질수준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있음인데… 여기에 (미처 확인을 못했는데) 터치패드 한글필기인식까지 안된다면 내비게이션 목표지 입력은 한 자, 한 자… 대단히 지난한 작업이 될 듯. 어쩌란 말인가?

■ 달리기 그리고 안전
2.1리터 디젤엔진에 배기구들 맥동패턴을 고려한 트윈 스크롤 터보를 장착하고 최대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토크 40Kg.m(1400RPM)로 제시되는 만큼의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 모델이다. 이 엔진에 S-클래스급에 사용되었던 7단 자동변속기(7G-Tronics) 및 상시사륜(4-Matic)이 조합되었다.

C220D-사진4

체험한 파워트레인의 특성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3~4단 전후의 탄탄한 타격감 그러니까 시가지 주행 중 회피거동, 발빠른 따라잡기 등 운동 및 반응특성이 우수하여 여러가지로 상황대처가 용이함”이다. 0~100Km 정지가속 약 8초(자동변속모드 실측치, 메이커 제시 7.9초)라는 시원시원함이 있어서 의도한 만큼 재빠르며 그만큼 교통흐름을 부담없이 주도하면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빨르게 달려 나가기만하면 뭐하나? 나름 고속에서 피렐리 40시리즈 타이어와 전륜 벤틸레이티드 브레이크를 시험해보다. 무리없고 흔들림없는 곧바른 정차 즉, 급제동성능은 만족할 만큼이다. 그러므로 가속과 제동이 적당히 균형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있는 듯 없는 듯 작동되고 있을 상시사륜의 존재를 포함해서 생각한다면 전체적인 운동성능은 ‘당연한 기대감’을 수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7단 변속기 끝부분에서 밀어부치는 능력에 있어서는 약간의 모자람이 느껴지지만 대단한 고성능 모델이 아님을 생각하면 내 욕심이 너무 많았다.

한편, 모든 것을 AMG(Aufrecht, Melcher and Großaspach, 두 명 창업자들 그리고 창업자의 고향) 로고에서 연상되는 High Performance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들은 5-스포크 휠을 포함하는 몇 몇 기계장치들, 아랫부분이 평탄한 조향핸들 그리고 외부 및 내부 디자인 정도에서만 가필을 했을 듯하다. 대략은 “… 스럽다” 정도일까? 외부에 AMG 로고가 노출되어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듯.

C220D-사진4-R

잘 달리고 잘 서고… EURO-6 준수조건에서 복합연비 13.5Km/리터라는 경제성이 있고 여기에 벤츠가 표방하는 ‘안전’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한 가지 사례. 시승 중 극단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차량이 아님을 깜빡하고는 국산 중형차량 기준 80Km/h 정도가 부담스러웠던 급선회 구간을 Comfort Mode 110km/h 정도로 진입했는데 잠깐이지만, 엉뚱한 휘청거림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 순간에 상시사륜 구동력 제어, 제동력 배분, 기타 자세제어시스템 등 여러가지 기술들이 개입해서 위험스런 운동들을 곧바로 억제했을 것.

20151124_144114

광각 사이드-밀러의 삼각형 적색램프에서 표현되는 측방물체 감시(Blind Spot Assist), 계기판 적색램프로 표현되는 전방물체 경고기능(Collision Prevention Assist Plus)은 운전이 다소 미숙한 사람들이나 순간 집중력이 떨어진 운전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된다. 나머지는? 이런 저런 에어백들, 착석 후 슬며시 당겨주는 벨트 자동텐셔너, 차선 추적기능(이탈감지) 등 단박에 몇 줄을 쭉 적어낼 만큼의 것들이 ‘벤츠 PRE-SAFE’라는 단어 아래에 Default로 갖춰져 있다.

C220D-사진5

■ 누구에게 맞는 차?
디자인이야 개인 호불호가 다르니 특기사항 없음이 맞겠고 운동특성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이며 주행 안전과 가치는 장광설이 아니라고 굳이 손사례를 쳐도 딱 그 만큼이다.

이쯤하고… 세단도 아닌 이 스포츠형 웨건을 누가 좋아할까 또 누구에게 어울릴까를 생각해보았다.

고급스런 적색과 흑색 계통 색상이 어울린 실내는 어떤 면에서는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분명한 특색과 고급스러움이 있다. 단단한 시트는 피곤함이 없고 조향핸들을 잡는 자세 유지에 좋아 운전이 편하다. 웨건은 웨건답게… 버튼 하나로 뒷 좌석들을 훌렁훌렁 젖혀 1500리터 공간을 만들어 낼 만큼 실내공간 확장이 쉽다. 사소하지만 적어두고 싶은 사항 한 가지. 야간주행시 도어 안쪽 윗부분에서 오렌지색 무드램프가 윈도우 버튼 등을 살짝 비춰주는데 오호! 느낌이 좋고 이런 광 효과는 어두움에 민감한 어린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벤츠 디자이너, 그들은 낮과 밤의 색상 어울림까지 고려했을 것.

C220D-사진6

실용성과 안전, 다이나믹 세 가지를 키워드로 하는 고급스런 스포츠 웨건이라…

종합해서 이야기하자면 고교생 이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자동차이거나 부모가 될 것을 예정한 사람의 자동차로서, 아빠는 가끔씩 다이나믹한 나홀로 주행을 즐기고 싶고 엄마는 고급스러움 속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으며 쇼핑한 물건 또는 캠핑도구들을 쉽게 또는 많이 실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가정에 부합하는 모델이다. 이런 관점에서, 분명하게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으나 예의 커다란 LCD, 그러니까 차라리 모니터라고 부를 만한 것이 가족들 앞에 하나 있을 법도 하다. 놀러가면 아이들은 늘 뭔가를 보고 싶어하니까… 좌석 사이에 터치컨트롤러가 있으니까 손을 뻗으면 겸사겸사식 조작도 할 수도 있겠다.

대뜸 떠오르는 비교모델 – 볼보 XC60 D5 AWD과 벤츠 GLK 시리즈. 엇비슷한 기능성 모델이라고 전제하고 생각해보면 오프-로드 대응능력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볼보 크로스오버 SUV나 벤츠 GLK가,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 얼핏 세단 비스무리한 외관,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우라면 이 C220D가 좋겠다라는 생각. C220D Estate는 아무래도 도심형이다.

박태수 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