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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가 시동을 걸었다. 4세대다. 2.0 디젤 엔진을 장착한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을 타고 서울-춘천을 왕복했다.

대박을 칠 ‘뻔’했던 왕년의 얘기는 나중에 하자.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차, 제법 섹시하다. 컬러부터 눈길을 잡는다. 순백색부터 실버, 골드, 레드, 블루, 블랙 등 모두 8개의 컬러가 있다. 그중 파티나 골드와 파이어리 레드는 진짜 섹시하다. 쨍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갖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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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은 정돈이 덜됐다. 헤드램프를 범퍼 위로 끌어올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LED 안개등이 범퍼 위도, 아래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자리하고 말았다. 옥색 치마 허리춤을 질끈 동여매고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깍두기 네 개를 모아놓은 모습은 당황스럽다. 램프를 위로 올리지 말고 기존처럼 범퍼 양옆으로 배치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적당한 볼륨감과 단정한 라인이 돋보이는 옆모습, 그리고 세련된 리어램프와 트윈머플러 등으로 마무리한 뒷모습은 수준급이다. 앞모습이 마지막에 흔들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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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직선을 사용해 쉽고 단순하게 만들었다. 미사여구를 잔뜩 동원한 화려함이 아니라 솔직담백한 간단함이다. 새로움을 간직한 복고풍, 네오클래식이다.

19인치 타이어는 휠하우스를 꽉 채운다. 245/45R19 사이즈로 시승차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사용됐다. 금속면이 깨끗하게 드러난 알루미늄 휠도 멋지다.

고급스럽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서 드는 느낌이다. 최상위 트림인 만큼 당연하다 싶지만, 그래도 그 만듦새가 치밀했다. 틈새는 균일했고 재질은 고급스러웠다. 동급의 수입 SUV 폭스바겐 티구안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실내다.

뒷좌석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등받이도 좀 심하다 싶을 만큼 뒤로 누일 수 있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뒤로 34도까지 기울게 할 수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해 충전이 가능한 USB포트와 12V 전원 소켓이 각 하나씩 준비돼 있다.

핸들은 2.5회전한다. 그리고 가볍다. 여성이 좋아할 만한 정도의 반발력이다. 조작이 편하고 차체반응이 빠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좁은 코너를 빠르게 돌면 언더스티어를 피할 수 없다. 속도를 늦추면 언더스티어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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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지는데 이때도 핸들이 돌아가는 느낌은 변함이 없다. 가볍고 쉽게 돈다.

빠르게 가속해 속도를 시속 100km에 맞췄다. rpm은 1,800. 최고출력 186마력의 힘을 내는 2.0 디젤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춘다. 최대토크 41.0kgm는 1,750~2,750rpm 구간에서 고르게 터진다. 중저속에서 전해오는 굵은 힘은 차의 움직임을 탄탄하게 끌고 간다.

부드럽다. 변속 쇼크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속도는 빠르게 올라갔다. 가속을 이어가면 rpm은 4,300~3200 구간을 왕복하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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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주행에서 가볍다. 중저속에서 준중형답지 않은 무게감은 고속주행으로 접어들면 가벼움으로 바뀐다. 아주 빠르게 달리는데 차는 가볍다. 준중형 SUV 수준을 뛰어넘는 주행성능이다.
의외로 조용했다. 정지상태에서 차창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그 차이는 크다. 고속으로 주행중일 때에도 옆 사람과 소곤거리듯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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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알아듣는다.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뒤 라디오, 음악, 목적지, 내비게이션 등 주요 단어를 외치면 척척 대령한다. 말귀 못 알아듣는 비서보다 백배 낫다.

룸미러 아래 위치한 SOS 버튼은 UVO 서비스를 택해야 사용할 수 있다. 기아차의 텔레매틱스 서비스 UVO는 매우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주 급할 때, 누군가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할 때, 버튼을 누르면 요술공주 지니처럼, 그녀가 등장해 문제를 해결해준다. 한 번만 제대로 사용해도 만족할 기능이다.

2WD에 19인치 타이어를 얹은 스포티지 2.0 디젤의 연비는 13.8km/L다. 2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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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트림에 풀옵션을 하면 3,318만원에 이른다. (노블레스 스페셜, 내비게이션 UVO&JBL 사운드 시스템, 드라이빙 세이프티팩, 컴포트1, 컨비니언스 2) 전자식 4WD 시스템을 추가하면 177만원이 더 든다. 가장 싼 모델은 6단 수동변속기를 사용하는 트렌디 트림으로 2,179만원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 1993년 스포티지의 시작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작은 도심형 SUV’를 기아차가 만들었다. 시대를 앞섰던 기아차는 그러나 시대를 잘못 만나, 우여곡절 끝에 오늘에 이른다.

“내가 왕년에~”를 말할 땐 자랑스러울지 모르지만 보는 입장에선 ‘측은함’이 앞선다. 중요한 건 오늘이다. 굳이 왕년을 얘기하지 않아도 4세대 스포티지는 충분히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오늘이 왕년보다 낫다. 동급의 수입차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1세대 스포티지가 보여줬던 가능성이 4세대 모델에 이르러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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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햇볕이 강해 선바이저를 내렸다. 햇볕은 가려지는데 선바이저 속 거울에 비친 얼굴이 칙칙하고 어둡다. 조명이 없어서다. 그거 뭐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지만 여자들에겐 아쉽겠다. 최고급 트림에 없으니 스포티지엔 없다고 봐야 할텐데. 굳이 그 조명을 없애서 얼마가 절약될지 궁금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