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회장 김용근)는 8일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완성차업계, 부품업계, 학계 및 유관기관 등 자동차산업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014년 12월부터 금년 9월까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저해요인인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발표를 한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 핵심 요인”에서 일본 토요타, 독일 VW, 미국 GM, 프랑스 르노 등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고 있는 업체들은 위기 시 회사 및 산업의 발전이 고용안정의 기반이 된다고 인식하여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협력적 노사관계로 발전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고비용․저효율의 후진적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상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노사가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고용’과‘임금’의 빅딜을 선언하고,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 도입, 노동의 유연성 강화, 관련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위기의식 공유를 위한 노사 활동 강화 등을 제시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김현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를 좌장으로 권 혁 교수(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희성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송창석 교수(숭실대 경영학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양동훈 교수(서강대 경영학과), 이지만 교수(연세대 경영학과)가 참석하여 한국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글로벌 스탠다드 정립을 위한 방안들에 대하여 심도 있는 토의를 가졌다.

권혁 교수(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고용유연화의 추세에 따른 외부인력의 활용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근로자 파견에 대한 기간이나 허용업무 범위 등 양적 규제를 완화하고 근로조건의 향상 등 질적 규제로 나아간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지나친 양적 규제 일변도의 근로자 파견 법제도는 법과 현실간의 괴리만 넓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성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노동3권의 행사는 근로자들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공정한 거래를 목적으로 행하여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3권의 행사가 불법화되어(도) 사용자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 내지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무기대등성의 관점에서 근로자의 파업권을 보장한다면 그에 대한 사용자의 대체인력투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창석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숭실대 경영학과 교수)은 70년대 산업화시대에 형성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아직까지도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어 성과평가, 해고, 근로시간, 고용조건, 작업배치 등에서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동시장 경직성은 보호받는 소수의 노동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자로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어 오늘날의 지식사회에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한국형 노사관계를 하루빨리 정착시키지 않는다면 노사 모두 피해를 입게 되고, 이는 국가경제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동훈 교수(서강대 경영학과)는 임금 및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 계좌제와 같은 노동법의 입법과 직무급제도 도입을 촉진하는 노동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 근로자의 인식이 노사관계의 뿌리가 되기 때문에 회사의 재정 및 경쟁상황, 특히 국제 경쟁상황에 따른 회사의 위치에 대해 현장근로자와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만 교수(연세대학교 경영학과)는 우리나라의 투자매력도가 2011년 36위에서 2012년 47위로 떨어진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외 기업이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고비용구조 개선이 절실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저비용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경직된 임금체계와 이중노동시장구조가 구조적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연한 임금체계와 노동시장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노사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김용근 회장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노사관계의 글로벌 스탠다드 정립을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협력형, 합리형, 중장기형으로 노사관계의 기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①‘임금’과‘고용’간의 합리적 빅딜 협상구조로의 전환, ② 1년 단위의 노사간 단기협약을 3∼4년 단위의 중장기 협약 체결, ③ 노사 합의사항에 대한 법적 효력에 준하는 안정성 보장 등을 제안했다.

또한 총액임금 적정화와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을 위해 ① 총액임금 기준의 통합형 임금협상, ② 총액임금 적정화 유지, ③ 직무형․성과형 임금체계로의 개편, ④ 시간외 근무수당의 과도한 가산율 조정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근로형태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① 아웃소싱의 탄력적 활용 보장, ②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영 확대, ③ 전환배치를 회사 경영판단 사항으로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용근 회장은 고비용․저효율의 노사관계 부담이 계속된다면 ‘후퇴’ 냐 ‘전진’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노사간 치열한 글로벌 경젱 속에서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열린 마음으로 공유하면서 동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정치권, 정부, 노사정위 등의 차원에서도 동 제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