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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은 청춘의 상징, 파릇파릇한 젊음이의 차다. 행여 해치백과 얽힌 추억이 있다면 아마도 그 시절은 참 아름다웠던 청춘이었을 터. 해치백을 보면 아련한 이유다.

해치백은 소형이 어울린다. 경쾌하고 부담 없고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해치백은 작아야 어울린다.

한국에서 하루가 다르게 영토를 넓히는 폭스바겐이 신형 폴로를 출시했다. 해치백 명가에서 만든 골프의 동생이 폴로다. 폭스바겐의 소형 해치백 폴로를 타고 달렸다. 신형 폴로는 5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R-Line 패키지를 적용한 모델.

범퍼를 중심으로 상하로 구분된 앞모습은 견고한 수평라인이 근간을 이룬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각을 준 모습이다. 아름답고 매끈한 디자인은 아니다. 아름다움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을 더 강조하는 조금은 딱딱한 디자인이다. 그래도 작아서 예쁘게 보인다. 3,970x 1,685x 1,455mm의 크기는 한 눈에 봐도 컴팩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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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검소해서 인상적이다. 내비게이션조차 생략됐다. 대시보드의 재질도 그리 고급으로 보이진 않는다. 소형 해치백이 고급이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사치를 거부하고 실속을 차려야 하는 게 해치백의 운명이다. 시트는 전동식이 아니고 가죽도 아니다. 핸들 아랫부분을 조금, 살짝 잘라낸 D컷 핸들만 가죽이다.

좁다, 뒷좌석은 꽉 끼어 앉는 느낌으로 앉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소형 해치백이니까. 좁은 게 당연한 일이다. 작은 차가 공간이 좁은 건 탓할 일이 아니다.

핸들은 2.6회전한다. 작은 크기에 걸맞는 깔끔하고 날렵한 스티어링을 기대해볼만한 조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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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1.6 디젤엔진을 대신하는 엔진은 다운사이징을 적용한 3기통 1.4 TDI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3.5kgm다. 3기통에 주목해야 한다. 엔진은 적당히 시끄럽고 출력은 크게 부족한 줄 모르겠다. 숫자로 보는 90마력과 실제 느끼는 90마력은 차이가 컸다. 3기통 엔진이 제법 똘망똘망하다.

던롭타이어의 215/45R16 사이즈의 타이어를 신었다. 노면 잡소리가 바람소리, 엔진 사운드와 섞이며 자잘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지붕을 타고 넘어간 바람은 해치백 꽁무니에서 갈 곳을 잃고 헤맨다. 고속에선 뒤가 조금 더 시끄러운 이유다.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다.

오토스탑 기능은 차가 멈출 때마다 정확히 작동한다. 기름 한 방울의 가치는 작은 차에서 더 크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시동이 다시 걸릴까봐 브레이크를 꽉 밟게 된다.

배기량 1.4리터, 3기통 엔진이지만 안정적이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까지 떨어진다. 7단 DSG는 엔진의 힘을 잘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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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시원한 가속은 속도를 높일수록 더뎌진다. 최고속도에 다다를수록 출력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단단한 하체는 조금 더 달릴 수 있다는데 한계에 다가서는 엔진은 마지막 한 방울을 쥐어짜는 기분이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10.9초, 안전 최고 속도는 184km/h라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4000rpm을 터치하고 3000rpm으로 후퇴하기를 반복한다. 해치백 특유의 거친 느낌은 숨기지 못한다. 시속 120km에서도 속도감이 제법 느껴진다. 체감 속도와 실제속도 편차가 크지 않다.

많은 장비가 탑재됐다. 크루즈 컨트롤, 6.5 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컴포지션 미디어’ 라디오 시스템, SD카드 슬롯, CD(MP3) 플레이어, 미디어인(AUX / USB 슬롯), 오디오-스트리밍 기능이 포함된 블루투스 기능 등이 있다. ‘다중충돌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피로 경보 시스템’ 등도 추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비게이션이 없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 하나,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가난한 차’가 되어 버린다.

표준연비는 17.4km/L로 1등급이다. 판매 가격은 2,620만원. 매력 있는 가격이다. 독일 브랜드지만 국내 수입되는 폴로는 스페인 공장에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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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시트 등받이를 누이려면 한참을 낑낑대며 둥근 레버를 돌려야 한다. 아주 불편하다. 폭스바겐은 왜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딸에게 차를 사주는 아빠의 입장이라면 이런 시트가 마음에 들 수는 있겠다.
트렁크는 바닥이 높다. 해치백의 리어게이트를 들어올리면 나타나는 트렁크는 바닥이 높아 물건을 들어올리기가 부담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