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서비스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수입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조사 대상과 방법, 평가 주체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 신문은 지난 4월 5일자 “서비스 만족도 평가해 수입차 순위 매긴다”는 기사를 통해 수입차 업체들의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한경 수입차 서비스 지수(KICSI)’를 개발해 수입차 업체별 순위를 매겨 6월중 발표할 예정임을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외에 한국소비자원, 보험개발원 등이 함께 나선다.

BMW AS

수입차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객 AS의 지향점이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는데 이를 단편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수입차 업체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조사방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장 설명회에 참석했던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주최측에서 서비스 평가 조사방법으로 밝힌 ‘서브퀄’ 모형은 “1980년대에 시작된 것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패널 모집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 온라인 조사를 담당하는 업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누구나 간단한 항목을 입력해 이 회사의 패널에 가입할 수 있다. 동원된 인력이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쉽게 결과를 왜곡할 수 있게 된다.

설문분석에 사용되는 표본수도 너무 작다. 수입차 보유자 1,000명을 대상으로 16개 브랜드를 조사한다는 것. 브랜드별로 최소 30표본을 조사한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브랜드별로 5~10명 정도만 우호적인 패널을 동원하면 조사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국산차를 빼고 ‘수입차’만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 소비자원과 보험개발원이 나선 것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수입차 군기잡기 아니냐” 란 것이다.

보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험개발원은 수입차 업계의 부품가격과 공임을 내릴 것을 주장해왔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한경 기사에서 국민대 유지수 총장은 “KICSI가 수입차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높은 부품값과 공임 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역시 “수입차 보험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에 큰 도움이 되는 평가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공정위 산하 국가기관인 소비자원은 지난 5월말 8개 수입차 회사에 공문을 보내 서비스센터수, 서비스 종업원 수, 서비스 작업대 수 등을 6월 3일까지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말은 요청이지만 수입차 업체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국산차를 제외하고 수입차만을 대상으로 국가기관이 업체의 정보를 취합했다는 점에서 자칫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조사의 주체인 한국경제신문이 수입차 시장 조사를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신문사의 최대 주주가 현대자동차라는 점에서다. 현대차는 한경의 지분 20.5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대차가 최대주주인 신문사에서 만든 수입차 서비스 지수가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는 사실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이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한다.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까지 포함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에서 검증된 방법으로 조사를 해야한다. 참가 업체 모두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는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하는 게 낫다”

오종훈 yes@autodiary.kr